(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골프는 ‘정복되지 않는 게임(Unconquerable game)’이다.

골프는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천재적 골퍼라 해도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지만 정복할 수는 없다.

실수를 최소화하고 후회를 적게 할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골프에서 완벽한 플레이란 꿈이지 이뤄야 할 목표는 아니다.

다양한 골프 샷 중에서도 퍼트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숙제와 같다.

‘드라이브는 쇼, 퍼트는 돈(Drive for show, putt for dough)’이라는 경구는 골프에서 차지하는 퍼트의 비중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프로골퍼나 주말골퍼 가릴 것 없이 집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이 퍼트할 때다.

다른 샷을 할 때는 주변이 다소 어수선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퍼팅 순간에는 완벽에 가까운 정적을 요구한다.

퍼트하는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퍼팅에 방해가 될 만한 어떤 동작도 금기다.

이유는 퍼팅의 결과가 전체 경기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코어에서 퍼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통계적으로 프로선수의 스코어 68%가 60야드 이내의 숏 게임(퍼팅 포함)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중에 퍼팅은 전체 스코어의 43%를 차지한다. 주말골퍼의 경우 퍼팅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도 주말골퍼들이 퍼팅 연습에 할애하는 시간은 미미하다.

퍼팅 수준은 개선 의지에 약간의 노력만 뒤따르면 힘들이지 않고 높일 수 있다. 다른 스윙에서 필요로 하는 체력이나 근력, 순발력, 유연성 등에 크게 좌우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연습장에서 퍼트를 꺼내는 사람은 구경하기 힘들다.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샷 연습에 집중한다. 퍼팅장을 갖춘 연습장도 없다. 기껏 집에서 퍼팅 매트나 카펫 위에서 짧은 퍼팅을 연습하는 게 고작이다.

실제 그린에서의 연습은 라운드 직전 골프장에 도착해 짧은 시간 흉내만 내는 정도다. 이 때문에 라운드 때마다 ‘오늘 이상하게 퍼팅이 안 된다’를 내뱉게 된다.

문제는 당연히 넣어야 할 퍼트를 놓친 후 뒤따르는 참사다. 특히 파 퍼트를 놓쳤을 때 라운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버디 퍼팅에 성공하면 타수도 줄이고 기분도 업 된다. 실패해도 파는 지켰으니 실망할 일이 없다.

그러나 파 퍼팅은 사정이 다르다. 파 온을 하고도 파를 못하면 타수를 잃을 뿐만 아니라 3퍼트가 주는 자괴감이 심각하다. 반드시 퍼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짓누르고 실패한 후에는 자학과 분노의 불길이 치솟는다. 잃은 스코어를 만회하겠다는 욕심에 경기의 리듬도 잃게 된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50cm도 안 되는 우승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서 유선영에게 우승컵을 넘겨준 김인경이 산 증인이다.

이후 그는 ‘비운의 골퍼’라는 꼬리표를 달고 6년간 무승의 기간을 보내다 인도를 순례하고 명상을 통해 긴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골프에서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세리머니도 퍼팅 장면에서 나온다.

선수들은 멋진 드라이브샷을 날렸다고, 어프로치샷을 핀에 붙였다고 해서 어퍼컷을 날리는 등의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의 포효하는 어퍼컷은 중요한 순간 퍼팅에 성공했을 때 나온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 퍼팅 성공이 안겨주는 쾌감은 강렬하다.

파 퍼트에 숨은 골프 심리(Golf Psychology)를 이해해도 골프가 달라질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은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골프 애호가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