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한국인 유격수 김하성. (사진=연합뉴스 제공)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한국인 유격수 김하성. (사진=연합뉴스 제공)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Jr)는 ‘메이저리그의 얼굴’이자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외향과 타격, 행동에서 나오는 ‘스웩(Swag)’은 야구팬들을 홀렸고 특히 자라나는 어린 야구팬들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타티스Jr가 ‘금지약물’에 적발됐고 그동안 쌓은 명성에 대형 먹칠을 했다. 

마침 골드글러브 도전이라는 대업에 도전하고 있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과 타티스Jr의 복귀불발은 상관관계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의 얼굴’이 얼굴에 먹칠하다

지난해 4월 블리처리포트는 타티스Jr를 두고 ‘새로운 메이저리그의 얼굴(New Face of MLB)’이라고 칭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스포츠 스타 중 어린이들의 왕”이라며 어린이를 위한 타티스Jr 특별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유니폼 판매량 2위가 타티스Jr였다(1위 무키 베츠). 팀이 5할 승률도  못하고 샌디에이고가 무키 베츠의 LA다저스처럼 전국구 팀도 아니라는 점에서 놀라운 판매량.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고작 3년이자 첫 풀타임 시즌을 지낸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였다.

오죽하면 샌디에이고는 2021시즌 시작전 메이저리그에서 143경기만 뛰어본 타티스Jr에게 야구 역사상 최장 계약기간이자 역대 최고액 3위인 14년 3억4000만달러(약 4540억원)의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지난 12일 타티스Jr가 금지약물을 했고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는 공식발표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특히 ‘초통령’으로 어린이들의 우상이었기에 어린 팬들의 충격은 말할 것도 없었다. 떠오르는 최고 인기스타가 결국 ‘약쟁이’였고 이미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린 상황에서 징계로 2022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되며 큰 배신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된 메이저리그다. 

김하성에게 직접적 영향… 亞유격수 최다이닝 도전

타티스Jr의 잔여시즌 결장은 자연스레 김하성에게 직접적 영향을 준다. 올시즌 김하성의 출전기회가 많았던건 타티스Jr가 부상으로 이탈했었기 때문이다. 이제 타티스Jr가 없고 팀내 최고 유망주이자 포지션 경쟁자였던 C.J. 에이브럼스가 지난 후안 소토 트레이드때 팀을 떠나면서 유격수는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다. 

즉 김하성은 올시즌은 무조건 주전으로 출전할 수밖에 없게된 상황. 김하성의 주전등극은 아시아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많은 아시아 유격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일본에서 30홈런-30도루에 MVP까지 탔던 마쓰이 가즈오가 2004년 유격수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게 첫 사례인데 첫시즌 941.2이닝이나 유격수로 소화했다. 하지만 수비력에서 혹평을 받았고 2005년부터는 2루수로 포지션 변경해 이후 2010년까지 고작 3경기만 유격수로 뛴게 전부였다. 

이후 2011년 일본에서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두 번이나 받은 니시오카 츠요시도, 2012년 일본에서 역시 골든글러브 두 번이나 받은 카와사키 무네노리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강정호 역시 한국에서 최고 유격수로 여겨졌지만 첫시즌부터 유격수(426이닝)보다 3루수(535.1이닝)로 더 많이 나왔고 이후에는 3루수로 고정됐다. 

그만큼 아시아 선수가 야구에서 ‘수비의 꽃’으로 불리는 유격수 포지션에서 자리잡는다는 것은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김하성은 그런 편견을 깨고 ‘수비 잘하는 유격수’로 극찬받고 있고 이제 2004년 마쓰이 가즈오가 기록한 아시아 선수 단일시즌 유격수 최다이닝 소화인 941.2이닝에 도전하고 있고 충분히 넘길 것을 보인다.

아시아 최초의 골든글러브 도전

현지에서는 김하성을 언급할 때 꼭 ‘골드글러브(최고 수비상)’도 함께 말하고 있다. 김하성 옆에서는 3루수 매니 마차도는 “김하성이 골드글러브급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김하성의 수비는 매번 인상적이었다. 김하성은 대단한 수비수이고 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도 “이제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는 김하성”이라며 “지난해에도 골드글러브 수준의 수비를 보여줬지만, 타력은 (수비에 비해) 뒤처졌다. 그러나 올해 김하성의 타격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MLB.com도 “타티스Jr가 손목 부상과 약물 파동으로 빠진 가운데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유격수 자리를 물음표에서 안전한 포지션으로 탈바꿈시켰다”며 수비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실제로 골드글러브 수상이 가능할까.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치진의 투표에서 75%, 세이버 메트릭스 수비 지표에서 25%를 각각 반영해 합산하여 선정한다.

일단 수비 지표에서는 김하성은 24일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최소 실책 1위(5개), UZR/150에서 2위(7.5, 1위 7.6), DRS에서 내셔널리그 3위(+7)에 오르는 등 매우 뛰어나다. 

이렇게 기록적인 부분은 부족할게 없는데 중요한건 ‘명성’이다. 데릭 지터의 현역시절 그리 뛰어나지 않은 수비력에도 5개의 골드글러브를 가져간 것은 이름값이었다. 김하성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왔고 아시아 선수며 대형 인기팀에 있지도 않아 명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코치진들은 아무래도 익숙한 인물에게 투표가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운 요인이다. 

아시아 선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사례는 스즈키 이치로(10회 연속) 뿐이다. 이치로는 외야수였고 내야수는 없다. 다윈 바니라는 쿼터 한국계 혼혈이 받은 적은 있지만 정통 아시아 선수는 아니었다. 

김하성의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도전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까. 분명한건 김하성은 ‘아시아 유격수는 안된다’는 편견을 이미 깨버린 역사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