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서 우영우 역 열연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박은빈.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인기는 과히 신드롬이라 부를만 했다. 두 달여 방영기간동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영우’가 화제였고 중심이었다. 극 중 우영우(박은빈)와 동그라미(주현영)의 독특한 인사법을 유명인들을 비롯해 대중들도 따라하는가 하면, 김밥과 고래에 대한 이야기들도 수리로 대화의 주제로 오르내린다.

박은빈(31)은 6세 때 데뷔한 26년차 베테랑 배우인만큼 수많은 출연작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영우’는 그의 인생작으로 남을 전망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우영우’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박은빈은 진정성과 몰입감 넘치는 연기로 최고 시청률 17.5%를 견인했다. 이는 ENA라는 신생 채널 드라마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비현실적인 수치로, 제작사 에이스토리 주가가 폭등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드롬에 가까운 폭발적 인기 소감? 솔직히 무서웠다.”

최근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한 박은빈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작품성을 위해 연기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결과는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는 것. 신생 채널의 특성상 높은 시청률은 목표하지 않았다는 답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큰 관심이 무서웠어요. 작품과 캐릭터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고 진중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다는 자부심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감수성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봐주시면 그만큼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기에 그런 부분들이 괜찮을까 걱정도 됐죠. 스스로에게 압박이 됐던 것 같아요. 제작사에서는 시청률이 3% 정도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들었어요. 훌쩍 뛰어넘는 결과와 관심이 체감되어서 마음이 무거웠죠.”

‘우영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 요소들을 법정 드라마 형식으로 세련되게 펼쳐내며 흥미를 자아냈다. 자극적인 내용들을 쏟아내는 최근 드라마들의 흐름과 달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편안히 시청할 수 있는 착한 스토리 라인도 인기의 주요 요소였다. 특히 박은빈을 비롯한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박지원, 주종혁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수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라는 캐릭터에 진정성 있게 다가선 박은빈에게는 대학 시절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한 체험 활동과 특수 교육과 관련된 교양 수업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단편적으로 있어요. 그림을 좋아하던 친구도 있었고, 한 친구는 어머니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아들을 데리고 애틋하게 다니셨어요.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찰나의 인연이지만 그 친구들의 이후 삶은 어떨지 간혹 생각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들이 우리 드라마를 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학교에서는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교양과목을 들었는데 이들에게는 더 열려있는 감각들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교훈도 얻었죠. 이런 흐름들이 ‘우영우’를 촬영하며 도움이 됐어요.”

“우영우 연기하며 큰 깨달음 얻어… 움츠리게 될 때마다 떠올리게 될 것”

수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우영우 캐릭터를 떠나보낸 후 박은빈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작품 출연을 두고 여러 차례 고사 끝에 도전했고 마침내 온전히 우영우로서 수개월을 보낸 박은빈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박은빈은 “영우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인 것 같다. 또 어른의 무게를 알고 자신의 영향력도 아는 사람”이라며 “영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씩씩한 용기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고, 낯설고 불편한 것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알려주는 마법의 주문 같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도 어떠한 선택을 할 때 움츠리게 되면 영우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여운이 남은 작품인 만큼 드라마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 또한 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 그러나 박은빈의 생각은 아직 ‘물음표’다.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게 전혀 없고 저 또한 시즌2 이야기를 기사로 접했어요. 다만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후속작을 선보이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영우’를 잘 포장해놓은 상태인데 포장을 열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거잖아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어요. (웃음).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영우가 더 좋은 변호사를 향한 길을 걸을 것 같은데, 그 상상으로 두는 것도 행복할 것 같아요.”


김두연 스포츠한국 기자 dyhero21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