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악수하고 있다. 정 회장과 유 시장은 이날 ‘청라 돔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악수하고 있다. 정 회장과 유 시장은 이날 ‘청라 돔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SSG 랜더스는 창단 2년 만에 올 시즌 1위를 질주 중이다. 여기에 청라 돔구장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천 야구의 봄날이 오고 있다.

이러한 SSG의 고속성장엔 정용진 구단주의 과감한 투자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SSG는 2021시즌을 앞두고 인천에 연고지를 둔 SK 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이후 2년 동안 정용진 구단주의 관심을 통해 KBO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SSG다.

‘메이저리그 듀오’ 추신수-김광현을 영입하다

2020시즌 SK는 9위에 머물렀다. 2021시즌을 앞두고 SK를 인수한 SSG로서는 성적 상승을 위해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구단주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던 추신수를 영입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 동안 뛰며 통산 타율 2할7푼5리, 출루율 3할7푼7리, 장타율 4할4푼7리, 218홈런 78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높은 출루율을 통해 1번타자 역할을 수행하며 팀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SSG는 팀 전력 보강과 동시에 화제성을 잡을 수 있었다. 2021시즌 6위에 위치하며 5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시즌 최종일까지 5강 경쟁을 펼쳐 팬들에게 차기 시즌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다.

정용진 구단주는 2022시즌을 앞두고 이번엔 김광현을 영입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 2년간 35경기 145.2이닝 10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 104탈삼진을 기록했다. 한창 전성기 기량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거였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영입전을 통해 김광현을 품었다.

추신수에 이어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김광현을 영입하자, SSG는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올라섰다. 결국 SSG는 2022시즌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영입을 꿈꾸기 힘들었던 메이저리거 2명을 품으며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을 완성시킨 정용진 구단주다.

‘이런 구단주 봤어?’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 즐기는 정용진

정용진 구단주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김광현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4월 9일엔 허구연 KBO 총재와 함께 야구장에 나타나 놀라움을 안겼다.

정용진 구단주는 특히 야구장에서 직접 응원을 펼쳐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월 23일엔 가수 싸이와 함께 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응원가를 부르고 선수들의 플레이마다 호응을 보냈다. SSG 김강민의 3점홈런이 터지자, 싸이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타팀 구단주들이 경기를 조용히 지켜보다 박수만 치는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정용진 구단주는 이 외에도 신세계푸드를 이용해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활발한 스포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단주가 직접 야구장을 찾아 즐기고 선수들이 이기는 야구를 펼치자, SSG랜더스필드엔 구름 관중이 찾아오고 있다. 올 시즌 SSG는 8월까지 74만 1067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홈관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용진 구단주의 야망, 청라 돔구장… 자생 구단을 꿈꾼다

신세계그룹은 인천광역시와 함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와 야구 돔구장 건설 및 지하철 역사 신설을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8월 24일 밝혔다.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정용진 구단주는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스타필드 청라 건립사업과 연계해 야구경기를 위한 돔구장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청라 건립사업과 돔구장 건립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청라 돔구장은 최첨단 멀티 스타디움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돔구장에 2만석 규모의 프로야구 경기장은 물론, 복합 문화관람시설을 함께 갖출 계획이다. K-POP 공연, 해외 유명 아티스트 공연, e-스포츠 국제대회, 각종 전시 등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야구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다. 비가 내리거나 미세먼지에 의해 종종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다. 관중들은 우천 취소시 야구장을 찾았다가 실망감만 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프로야구도 늘어나는 우천 취소 속에 막판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돔구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다. 천장으로 인해 실내공간이 된 야구장은 한 방울의 비도 허락하지 않는다.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이미 돔구장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증명했다. 지난 8월 30일 전국에 내린 비 소식에도 고척스카이돔에선 야구가 펼쳐졌다.

그러나 고척스카이돔은 키움에게 별다른 수익원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대관료는 높은데, 관중들은 많지 않다. 키움은 8월까지 28만 1455명에 관중을 불러 모았다. 1위 SSG의 관중 동원력과 비교하면 40만명이 넘게 차이 난다. 돔구장이 관중 동원과 수익을 보장시켜주는 시설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번 청라 돔구장은 다른 체육시설과 성격이 다르다. 타지역 신구장은 대부분 시가 제공한 부지에 건설비 일부를 지원했다. 하지만 청라 돔구장은 지자체 소유의 기존 야구장과는 달리 복합 문화레저 공간으로서 활용된다.

이는 SSG 구단의 수익 창출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KBO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고 모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자생 구단이 아니었기에 모기업의 사정에 따라, 구단이 휘청이곤 했다.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에 한계였다.

그러나 SSG는 청라 돔구장을 통해 자생 구단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관 중동원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천팬들의 사랑에, 최신 시설을 갖춘 청라 돔구장이 더해진다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로 SSG를 KBO리그에서 성적도 1등, 관중 동원도 1등으로 만든 정용진 구단주. 이번엔 새로운 수익모델도 제시했다. SSG가 청라 돔구장을 통해 자생 구단으로 거듭나며 KBO리그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철 스포츠한국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