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10% 차지한 제네시스…자율주행으로 성장세에 가속

제네시스 G90 완전변경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제네시스 G90 완전변경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제네시스가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 이후 약 7년 만에 국내 점유율 1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 기록하고 있다. G80(DH·RG3·전동화 모델) 모델이 제네시스의 인기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에는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기능을 탑재한 G90가 출시돼 제네시스 성장세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HDP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0~5단계 중 레벨3에 해당하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시속 60㎞까지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현재 HDP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혼다의 일부 모델에 탑재돼 있다.

HDP는 충돌 위험이 발생하면 긴급 상황 주행을 하고 기능 고장 또는 한계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제어권 인수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때 운전자가 제어권을 인수하지 않으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주행을 한다. HDP가 탑재된 G90가 출시되면 진정한 의미의 첫 국내 자율주행차가 되는 것이다.

국내 최초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 탑재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주행 중 스스로 운전 환경을 판단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거나 사고가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안전한 이동을 지원한다. 

또 운전자 의도에 따라 지루하거나 귀찮은 운전 상황에서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운전 피로도를 줄여준다. 이를 위해 주행 안전, 주행 편의, 주차 안전, 주차 편의로 구성된 자율주행 기술은 꾸준히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특정 조건에서 자동으로 차선과 간격 유지만 가능하고 운전자가 대부분 운전대에 손을 대야 하는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일부 차종에 탑재돼 운행되고 있다. 현재 테슬라가 레벨2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레벨3 부문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혼다 레전드의 일부 모델에만 탑재돼 있다. 제네시스 G90 자율주행 모델이 하반기 예정대로 출시되면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세계 세 번째 차량이 된다. 특히 레벨3 기술을 탑재한 S클래스와 레전드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G90가 국내 최초 레벨3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연말 ‘2022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에 레벨3 자율주행차의 국내 출시와 운행이 가능해졌다. 벤츠와 혼다의 경우 레벨3 차량을 현대자동차그룹보다 먼저 상용화했지만, 국내 출시는 빨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추진 계획에 따라 자율주행 레벨3가 적용된 차량의 운전 속도가 전국 모든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각 도로의 제한 속도까지로 확대됐다”며 “현대차와 수입차 브랜드가 국제 기준인 시속 60㎞보다 빠른 속도로 운행을 시도할지는 실제로 차량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에 검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단계인 자율주행 레벨4 차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고속도로에서만 레벨3 주행 가능

HDP 기능을 탑재한 G90가 출시된다 해도 전국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SAE의 HDP 기준을 살펴봐도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시속 60㎞까지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나와 있다. 물론 국가별로 도로 상황이 달라 유동적인 기준이 만들어질 수는 있다.

무엇보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술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제도·인프라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한국은 일단 레벨3 자율주행차의 국내 출시·판매가 가능한 안전 기준을 빠르게 도입한 상황이다. 또 정부는 2027년까지 1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문제점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 ‘안전한 자율주행차란 무엇인가’를 두고 업계에서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나 보행자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와 인프라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법규 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국가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와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법규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 기술적 안전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붙은 자율주행 경쟁...연평균 40% 성장

현대차는 올해 연말 제네시스 G90에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HDP를 처음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전반적인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이러한 자율주행 기능 고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차세대 통합제어기를 지속해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이 내년부터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상용화한다”며 “올해는 이미 미국 샌타모니카 지역에서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로보라이드 서비스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상용화된다”며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을 위해 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중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에 4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19년 542억달러(약 61조 5000억원)에서 2026년 5560억달러(약 631조원)로 연평균 39.47% 성장이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분명히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전기차에 다양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탑재되고 있는 것도 완전 자율주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일단 현대차그룹은 연말 G90을 시작으로 내년 기아 EV9 모델과 현대차 아이오닉 7 등에 HDP를 도입한 레벨3 단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자율주행이 가능한 최고 속도는 60㎞에 불과하지만 90~1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이 부분은 국제 기준과 도로 자율주행 인프라에 따라 신중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레벨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 메르세데스-벤츠와 혼다는 국내 시장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말 독일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파일럿이 탑재된 S클래스 모델을 출시했다. 혼다는 레전드 모델에 자율주행 레벨3를 탑재해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레벨3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BMW는 7시리즈와 전기차 i7에 레벨3 기술을 적용했다. 해당 기술은 유럽에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시장 진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7시리즈를 시작으로 차세대 5시리즈, 부분 변경 X7 등에 레벨3를 적용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0월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운전자 보조 기술인 울트라 크루즈를 공개했다. 울트라 크루즈는 교통 신호 장치에 반응해 속도를 제한하거나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경로에 따라 차선을 자동으로 변경해주는 기술이다. 울트라 크루즈는 내년에 출시할 캐딜락 세단 셀레스틱에 처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 레벨2.5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FSD를 내세우고 있다. FSD 사용 중 갑자기 진입하는 차량을 마주하면 이에 맞춰 속도를 급격히 줄일 수 있는 기능이다. 테슬라의 FSD는 주행의 피로도를 한층 낮췄다며 소비자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현재 베타 서비스로 불릴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이 밖에 HDP 제한 속도에 대해서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최고 속도의 경우 국제 기준은 시속 60㎞로 제한하고 있지만 업계에 대한 규제 최소화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며 “국내 자율주행차 최고 속도를 도로의 제한 속도까지 허용해 사실상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속도로 제한 속도가 100~110㎞인 만큼 국내에 출시되는 레벨3 자율주행 속도가 60㎞로 제한돼 출시된다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에 출시 예정인 EV9에 탑재된 HDP 제한 속도가 시속 80㎞까지 자율 주행 조건이 상향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에 출시될 G90를 비롯한 기존 HDP 탑재 차량은 시속 60㎞를 고수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