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로 금리 인상 속 지방 미분양 물량 빠르게 증가
양도세 유예기간 단축으로 단기간 내 매물 증가 걱정
지방발 미분양 사태 전국 확산 시 중견 건설사도 위험

[주간한국 김병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막판 강력한 대출 규제로 작년 11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이 최근 빠른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부동산 경기 지표인 미분양 현황을 보면, 올해 분양을 시작한 지방 일부 지역은 분양률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대구·포항·경주·광양·여수 등엔 경고등이 들어왔다. 전국 분양률 통계는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지방에서 시작한 미분양 증가가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급 몰린 지방서 미분양 빠르게 증가 

최근 통계청과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의 분양 상황은 지역별 수급 여건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올해 2분기 전국의 초기 분양률은 87.7%다. 그 이전 90%대 분양률에서 낮아지긴 했으나, 이 정도의 전국 평균 분양 실적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지방이다. 2021년 10월~올해 6월 중 전국 미분양물량 증가분 1만 4000호 중 대구광역시(4625호), 경상북도 포항시(2466호)·경주시(1168호), 전라남도 광양시(823호)에서의 미분양 증가 물량 비중이 약 65%를 차지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해부터 경고등이 들어왔었다. 이 지역의 2020년 이전 평균 분양률은 99.8%였다.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현장의 평균 분양률이 79.5%로 낮아지더니, 올해 들어 분양한 현장의 분양률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짓는 아파트의 절반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7월 29일 공고한 제70차 미분양관리지역 선정 내용을 보면 대구에선 중구·동구·남구·달서구가 관리지역으로 포함됐다. 경북 경주와 포항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쭉 관리받고 있다.

이들 미분양 증가 지역의 공통점은 공급 과잉이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021년 11월 초보다 내린 대구, 대전, 전남 등의 최근 연평균 입주 물량은 과거 장기평균 입주 물량을 넘어서고 있다. 이를 가장 크게 웃돈 대구의 가격 하락 폭(매매가격지수 증감률 -2.1%)은 다른 지역보다 크다. 최근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전남 광양시는 2021~2022년 연평균 입주 물량(약 2000세대)이 과거 장기평균치(약 1000세대)의 2배다. 최근 입주 물량이 과다한 대전 서구와 유성구의 매매가격 추락은 대전 전체의 증감률(-0.3%)을 마이너스로 돌려놨다.

지난달 31일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 63개 단지에서 총 5만 4620가구(임대 포함)의 아파트가 분양될 계획이다. 예정 물량이긴 하지만 역대 9월 기준으로 2015년(5만 7338가구) 이후 가장 많다. 전체 물량의 63%인 3만 4508가구가 지방에 공급되고 수도권에는 2만 11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방 예정 분양물량은 부동산R114가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다 수준이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9월 분양의 절반 이상이 미분양 우려가 있는 지방에서 공급된다"며 "침체한 지방 주택시장의 여건을 고려하면 청약 미달 사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대형 건설사도 완충 능력 큰 폭 축소

2019년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약 5만~6만호 수준이었다. 이후 미분양은 꾸준히 줄었다. 2021년 9월엔 1만 3842호로 관련 자료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미분양 물량이 2만 8000호로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액 7000호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주택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매매가 대비 낮은 분양가 및 신규 아파트 선호 등으로 미분양 부담은 최근까지 크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 경기 하락이 얼마나 지속하고, 미분양이 전국으로 확산할지 여부다. 홍 연구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윤석열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2년 공약을 1년(올해 5월~2023년 5월)으로 줄여, 단기간에 매물이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요주의 모니터링 지역 외에서도 미분양 위험이 단기간에 증가하면 2021년 이전에 분양 개시한 현장들의 기성 반영이 일단락되는 2023년 하반기 이후엔 건설회사들의 경영 악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미분양 증가 요주의 지역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중견 건설사들의 추정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 시나리오는 분양실적이 부진한 진행 현장에선 공사 잔액의 45% 대손 발생, 올해 분양 현장의 모니터링 대상 지역에선 공사비의 60% 회수에 실패할 경우로 가정했다.

시공 능력 순위 10위 이내의 건설사들(그룹1,2)은 모니터링 지역 익스포져가 크지만, 그 외 지역 현장에서 이익 창출도 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CC건설과 호반산업이 포함된 그룹6의 경우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 손실 예상 가능 금액이 이익 규모를 넘어섰다. 다만, 나신평은 실제 진행 현장에서 분양률이 80%를 밑도는 현장 3개(공사 잔액 합계 3555억원) 중 2개 현장의 분양률이 70%(공사 잔액 합계 3095억원)를 웃돌고, 이 현장들이 모두 2021년 11~12월 중에 분양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현장에서 잔여 공사비가 45%가량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고려할 점은 그룹1의 모니터링 대상 지역의 분양 물량이 대구광역시(48.2%)와 경상북도(29.8%)에 몰려 있다. 현대건설과 디엘이엔씨가 2022년 전체 분양 현장 중 모니터링 대상 지역 비중이 20%를 넘는다. GS건설은 올해 모니터링 대상 지역 분양 물량 중 대구지역 물량이 약 80%에 이른다. 올해 중순 분양한 대구 범어자이 청약 경쟁률도 낮았다. 그룹2에선 롯데건설이 올해 1분기 기성고 기준 모니터링 대상 지역에서 분양실적이 저조한 현장들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분양 현장 중 요주의 모니터링 대상 지역의 비율이 20% 조금 넘는다. 

나신평은 "시공 능력 상위권 회사들의 경우 모니터링 대상 지역의 익스포져가 커 보수적 시나리오에선 완충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고,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에도 일반 현장의 물량이 대형 건설회사들보다 적은 수준이어서 손실 추정치에 대한 완충 규모가 전반적으로 적은 수준이어서 분양 실적에 대한 정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수 기자 bskim@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