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 겪어

가파른 금리 인상과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증가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2천7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매물 증가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2천7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거래 절벽•매물 실종 등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 시장도 휘청이고 있다. 고금리로 수익성은 악화된 반면 대출은 더 어려워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건설사와 시행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중소 건설사들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 큰 유동성으로 그동안 건설사업이 호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줄도산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당장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부가 공급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 270만호 공급계획 중 40만호 5년 안에 착공 어려워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270만호 공급계획 중 40만호 가량은 5년 안에 착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소•중견 건설사들도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동성이 넘쳤던 지난 몇 년간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펼쳤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시기에 접어들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최근 17년간(2005년~2021년) 국토교통부 연평균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 물량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인허가에서 착공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약 15% 수준의 물량이 실체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에 도달하기까지는 전체의 약 18% 수준의 물량이 줄어들었다. 공사 자금조달 문제나 조합과의 갈등, 경기 여건 등에 따라 사업이 철회되거나 상당 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또는 시공사의 부도로 인허가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취소 물량을 감안하면 정부가 발표한 270만호 중 착공 단계까지 약 40만호, 준공 단계까지 약 48만호가 실체화되기 어려운 물량으로 추정된다.

부동산R114는 “최근 건설 원가 상승과 분양 경기 악화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업 추진 자체를 꺼리는 건설사도 점차 늘고 있다”며 “정부는 270만호 공급계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공급 주체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계, 자금난 시달려 사업 중단하기도

부동산 개발 업계는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금리와 원자잿값, 공사비는 올랐는데 금융기관들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돈을 빌릴 곳은 줄어들었다. 이미 개발에 나선 시행사들도 사업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침체는 외부적으로는 고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부동산 PF대출 금리는 연 9~10% 수준이다. 1년 전 3%대였던 데 비하면 많게는 세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고금리에도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이 없다는 업계의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연준이 6, 7월에 이어 석 달째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25%였던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금통위원 전원은 추가 금리 인상 방안에 힘을 실었다. 앞으로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올 10월, 11월 두 차례 남아있어 올해 말 기준금리는 3.0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규제 완화해 타개책 찾아야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매수 심리도 더욱 얼어붙으면서 거래 절벽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는 부동산 개발 시장은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부동산 규제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규제 완화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규제 완화 정책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규제지역을 최소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과 세제, 청약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부문에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투기과열지구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담대가 금지되고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LTV) 한도도 40%로 제한된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고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다주택자가 주택거래 과정에서 적용받던 세금 중과가 사라진다.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고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 청약이 가능하다. 

한편, 규제 완화 이슈와 관련해 금리 인상 기조 속에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가 종료되는 내년 5월을 앞두고 주택시장 내 미분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 향후 2년간 지속될 것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가을 이사 철이 시작됐지만,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암흑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들도 9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전 세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부동산 위기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며 특히 젊은 층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 가격이 빠르게 하락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을 당시 저금리로 빌린 대출금으로 주택을 구입했던 이들이나 주택 신규 구매자들 모두 금리 급등으로 어려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제 막 경제 활동을 시작한 2030세대 등 젊은 층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가 가장 심각한 한 곳은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스페인, 영국 등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20~30% 급락했고, 캐나다 토론토에선 무려 40% 넘게 떨어졌다. 이들 국가는 변동 대출금리를 채택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재현 우려

이런 부동산 버블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로 부동산 시장은 향후 2년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의 금리인상이 초기 단계로 지속적인 인상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시장 보고서를 공동 저술한 전 일본은행 경제학자 히라타 히데아키 교수는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2023년과 2024년에 전 세계적인 주택 시장 침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분명히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환경”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경기는 위축 기조가 완연히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량이 크게 위축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정원일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가격과 분양가상한제 등의 이유로 공급 위축에 더해 경제환경 및 금리 수준에 따른 수요 위축이 동반되면서 거래가 감소했고 수요 위축이 더 크게 진행되면서 가격 하락 기조도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