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프레드 커플스, 로리 매킬로이 같은 스윙을 가질 수는 없다. 신체조건, 연습 방법, 연습량,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기만의 개성이 있듯이 골프채를 잡으면 역시 그만의 스윙 자세, 습관, 골프관을 갖게 된다. 자기 나름의 ‘골프 개성’이 형성된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훌륭한 프로골퍼를 모델로 삼아 이상적인 스윙을 익히려 애쓰지만, 결코 모델과 같아질 수는 없다. 

동반자 중에 멋진 스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스윙을 버리고 그 스윙을 흉내 내려다 그날의 라운드를 망치는 골퍼를 자주 본다. 팀에 장타자가 끼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장타를 날리려다 실수를 자초하는 골퍼도 적지 않다. 

제멋에 살 듯 골프도 제멋에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량의 개선을 바라며 보다 나은 스윙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미 자기 것으로 굳어진 자기만의 골프 감각과 리듬도 존중할 줄 알면 골프가 편해진다.

나이 50줄에 들어섰다면 이제 자기류의 골프를 인정하고 그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골프를 부정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만 심해질 뿐이다.

레슨프로가 보면 뜯어고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스윙을 갖고도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자주 본다.

괴기한 스윙으로도 골프를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슬람 우화의 주인공 물라 나스루딘의 일화들을 모은 「삶의 사막을 가볍게 건너는 어떤 바보의 별난 지혜」(아드리스 샤흐 지음)에 실린 일화 한 토막. 

“물라! 자네 당나귀가 없어졌네.” 

“천만다행일세! 그때 내가 당나귀를 타고 있지 않아서. 그때 내가 당나귀를 타고 있었다면 나도 같이 없어질 뻔했잖아?” 

이 짧은 일화는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 것을 가르친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내 꿈은 내가 꾼다. 내 골프는 남이 아닌 내가 한다.

굳어버린 개성은 존중하는 게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은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골프 애호가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