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언 호수

미국 시애틀은 골목 여행이 탐스러운 도시다. 해변, 호수와 맞닿은 길목에 서면 거리의 윤곽이 파도처럼 너울거린다. 골목을 오르거나 배회하는 행위는 시애틀의 일상에 가깝다.

시애틀의 골목여행은 도시 외곽부터 무르익는다. 시애틀 북쪽 프리몬트는 예술가의 향취가 완연하다. 프리몬트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등 아티스트들이 머물던 동네다. 골목골목은 엉뚱하고도 완연히 다른 시애틀이다. 거리에는 레닌 동상과 로켓이 등장하고, 오로라 다리 밑에는 집채만 한 괴물 트롤 동상이 웅크리고 있다. 레닌 동상은 가산을 탕진한 괴짜 수집가의 유물을 동네 주민들이 사들였다. 트롤의 제작 역시 주민 대부분이 공정 작업을 도왔다.   

시애틀 골목여행
프리몬트 트롤 동상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프리몬트 

프리몬트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모자, 스카프, 넥타이 등으로 거리의 동상을 장식하는 행사를 연다. 프리몬트 선데이 마켓은 시애틀의 장터로는 꽤 이름난 명소로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이 좌판을 채운다. 시장 옆길, 유니언 호수로 향하는 수로에는 연인들이 옹기종기 앉아 발을 담그고 논다. 그 사람들 앞으로 작은 요트가 지나고 뒤로는 자전거가 달리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시애틀의 외곽 동네에서는 더디게 시간이 흐른다. 

도심 파이오니어 지구는 시애틀의 태동과 19세기 옛 벽돌 건물을 만나는 곳이다. 광장 한편에는 옛 시애틀 추장의 동상이 있다. 시애틀이란 이름도 추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일대는 120여 년 전 큰 화재 뒤, 거리의 1층을 덮어 건물을 세우는 질곡의 과정을 거쳤다. 도시의 과거 중 일부가 지하에 잠들었다.  

맨해튼 이외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스미스타워는 순백 연필모양의 아담한 자태로 서 있다. 오랜 세월의 정거장 뒤로는 인터내셔널 지구로 향하는 트램이 느리게 가로지른다. 트램 외관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시애틀의 정신을 대변하듯 일본, 중국, 베트남 문양으로 단장돼 있다. 

파이오니어 지구 토템
프리몬트 선데이 마켓

자유로운 문화 녹아든 캐피털힐

시애틀의 골목골목에는 아담한 카페들이 숨어 있다. 시애틀 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 대신 현지인들은 동네 카페를 선호한다. 시애틀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지 오래전이다. 

시애틀 해변과 스페이스 니들이 내려다 보이는 케리파크의 골목은 집들의 색감이 다르다. 오래되고 퇴색된 길목에서는 체스를 두거나 가벼운 산책에 나선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해 질 무렵, 시애틀의 청춘들은 캐피털힐로 공간이동을 한다. 무리를 지어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밤의 의식을 치르듯 흥미진진하다. 캐피털힐의 파인 스트리트, 파이크 스트리트에서는 레스토랑, 바, 네온사인이 흥청거린다. 거리의 횡단보도는 무지개색이다. 시애틀의 열린 문화를 강변한다. 캐피털힐에서는 노천에 앉아 맥주 한잔 들이켜야 제격이다. 시애틀 수제 맥주는 커피만큼 유명하다. 맥주의 맛과 향도 도시처럼 달달하다. 

캐피털힐 거리
스페이스 니들

여행 메모

교통: 시애틀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급행 메트로가 다닌다. 시애틀은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 활성화된 도시로 여행자들이 수월하게 자전거를 빌려 도심을 둘러볼 수 있다.  

음식: 커피, 맥주는 시애틀에서 꼭 맛봐야 한다. 시애틀은 스타벅스 1호점이 태동한 도시이며, 캐피털힐 등에서 독특한 커피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기타: 다운타운에서는 유리공예의 거장 데일 치훌리의 전시관을 둘러볼 만하다. 다양한 음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도 여행자들의 단골 방문지다.

커피전문점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