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염정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편에게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아내가 있다. 3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날 생각에 왠지 들뜬 아내, 마지못해 따라나선 남편은 전국을 누비면서 잊고 지냈던 눈부신 추억과 마주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는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나선 부부의 여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짚는 영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50)는 “영화를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컥한다. 내용을 다 아는데도 공감이 가니까 자꾸 눈물을 쏟게 된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9월28일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다. 염정아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세연을 연기했다.

“세연의 마음이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가족들한테 섭섭한 하루였잖아요. 생일인데 아무도 몰랐고 혼자 외로웠을 거예요. 그러다 원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세연으로서 찬란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하게 됐고 못다 이룬 첫사랑이 떠오른 거예요. 그땐 행복했고 사랑받았다고 생각했겠죠. 실제론 사랑받은 것도 아니었지만요.(웃음)”

세연은 무뚝뚝한 남편의 핀잔에도, 무심한 아들과 딸의 반항에도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 진봉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염정아는 세연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세연의 생일 아침에 남편이 ‘미역국 끓이지 말라고 했잖아’ 이런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흔히 부부가 싸우는 이유가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별 일도 아닌데 한쪽에서 말을 섭섭하게 하면 싸움이 돼요. 진봉은 나름대로 말 나온 김에 다 얘기한 것뿐인데 하필 그날 생일이었던 세연에겐 진봉의 말 한 마디가 모두 서럽고 서운했을 것 같아요.”

부부의 여정은 친숙한 대중음악과 함께 유쾌하고 따뜻한 로드무비로 펼쳐진다. 풋풋한 학창시절, 첫사랑의 설렘, 연애와 결혼 그리고 가족애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는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염정아에게도 남다른 울림을 안겼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어요. 거의 촬영 초반이었는데 그때 감정이 확 잡히니까 그 이후엔 물 흐르듯 찍게 되더라고요. 시기적으로는 12월이라 엄청 추웠는데 그 장면에 나오는 모든 분들이 ‘뜨거운 안녕’을 부르면서 각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춤을 췄어요.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뭘 노력하고 계산한 장면이 아니라서 더 뭉클했어요. 세연이 ‘다시 볼 때까지 잘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웃어야 하는데 진봉 얼굴만 보면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예요. 우는 저를 보고 류승룡 선배도 많이 울었죠.”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인 ‘인생은 아름다워’를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음악과 안무에 오랜 시간 공들였다. 덕분에 완성된 흥겨운 퍼포먼스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명곡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염정아는 수많은 연습을 거듭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목소리와 춤으로 뮤지컬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뮤지컬 영화를 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노래 부르고 몸 흔드는 걸 워낙 좋아해요. 그래서 좀 쉽게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웠고 연습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시작부터 끝까지 노래 녹음만 1년 정도 걸렸어요. 춤은 연습실에서 매일 췄는데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서 고생했어요. 하고 싶은 동작들이 있었는데 도저히 안 돼서 다른 걸로 대체하기도 했죠. 노래 중에서는 ‘세월이 가면’, ‘알 수 없는 인생’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늘 익숙하게 듣고 좋아했던 노래들이지만 영화에서 들으니까 더 진한 감정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곡은 ‘잠도 오지 않는 밤에’였어요. 남자 노래고 고음이 끝내주는 곡이라 소화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제일 낮은 키로 불렀더니 그 맛이 안 살아서 고음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특히 류승룡과 염정아는 각자 내공 담긴 연기력으로 노래부터 안무, 연기까지 완벽한 호흡을 펼쳤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현실 부부의 리얼한 생활 연기는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안길 포인트다. “너무 재밌었어요. 저는 애드리브를 안 하는 스타일이고 누가 하면 리액션만 잘 받는 편인데 류승룡 선배가 그런 걸 너무 잘하시는 분이라 웃긴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노래 연습은 따로 했지만 안무 연습은 같이 했어요. 다만 둘 다 관절이 따로 놀아서 서로 못 볼 꼴도 많이 봤죠.(웃음)”

진봉과 세연이 함께 하는 여정은 삶의 구석구석 숨어있는 눈부신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은 짧고 유한하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는 메시지로 고된 현실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다. 염정아는 “영화를 본 날 하루만이라도 옆에 있는 사람과 행복을 나눴으면 좋겠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누가 봐도 즐겁고 기분 좋아질 영화에요. 사는 게 다 똑같잖아요. 이문세 노래처럼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고요. 그렇지만 우리한텐 분명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영화를 보시면서 ‘그래! 내 인생도 참 아름답지!’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