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집단행동에 주가도 하락… 큰 코 다친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리니지m 이용자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리니지m 이용자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캐릭터를 육성하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던 국내 모바일 게임들이 잇달아 이용자 기만 논란으로 게이머들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콘텐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템 구매(과금)를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게임사들은 많은 수익을 얻은 반면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아 불공정한 상황을 조성한 게 문제다. 

대표적으로 ‘리니지M’과 ‘리니지2M’,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는 각자 이용자들이 운영주체인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데 이어 서로 협력하며 집단 소비자 행동과 유사한 연대에까지 나섰다. 

‘말딸 아빠’(우마무스메 이용자의 애칭)와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이 시위 등 집단 행동까지 나서자 해당 게임사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여파가 확산되는 상황이 다.

게임 불만이 소송까지 비화 
‘말딸’과 ‘린저씨’가 뿔났다

최근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하는 우마무스메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이용자들은 각자 게임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제기한 가운데 서로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1일 만나 각자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은 단독 진행하지만 이외 정보 공유, 언론 대응, 게이머 권익보호 활동 등과 관련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손을 잡았다.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 측이 게임을 홍보하는 특정 유튜버에게 프로모션 용도로 광고료를 준 것이 화근이 됐다. 이들 유튜버는 광고료를 다시 게임에 투자해 일반 유저들보다 캐릭터 성장 속도를 높였는데 이런 관행이 유저들에 의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리니지 시리즈는 다수 유저들이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 구매에 상당한 금액을 과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게임은 캐릭터 성장 정도로 유저간 경쟁이 심한데 유튜버들이 회삿돈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불공정 경쟁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리니지M’의 이용자 396명으로 구성된 집단인 ‘태연합’은 법무법인 부산을 선임하고 엔씨소프트에 프로모션으로 입은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다. 

이 소송에 가담한 유튜버 ‘추노TV’의 A씨는 “(유튜버 프로모션은) 도박판에 ‘호구’를 앉히는 바람잡이처럼 경쟁을 극대화하고, 자신들의 수익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회사 측에 진행 중인 모든 프로모션의 중단, 대표이사 차원의 공식 사과, 광고비 집행 기준 및 명세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한국 이용자 차별 운영 논란으로 이른바 ‘마차 시위’까지 벌어졌던 우마무스메는 문제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유저들이 환불 소송까지 제기해 일이 더 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7일 간담회를 열고 ▲조직 개편을 통한 대표이사 직속 사업운영 조직 편성 ▲업무 평가 프로세스 개선 ▲고객과의 안정적인 소통 창구 운영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상황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카카오게임즈의 갑작스런 서버 점검으로 중요 아이템 지급 기회를 놓친 피해 유저들 목소리가 새롭게 대두됐다. 지난달 10일 카카오게임즈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업데이트 점검을 실시했는데 해당 일정을 전날 갑작스레 밝혔다. 문제는 해당 시간에 대다수 유저들이 게임 진행에 필수 아이템으로 손꼽는 ‘키타산 블랙 SSR’ 제공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다. 

카카오게임즈측은 간담회에서 해당 불만에 ‘불편’은 인정하지만 유저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소송을 담당하는 이용자 모임인 '소송총대'는 법무법인 LKB 앤 파트너스에 변호를 의뢰, 지난 20일 변호사 선임을 완료했다. 

소송총대에 따르면 환불 소송에 참여의사를 밝히는 관련 이메일이 5800여개 몰렸으며 환불 요청 금액은 총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가 뒤늦게 간담회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뿔난 게이머들 국감도 염두? 
하태경 “게이머 권익보호 법안 준비 중”

게임사들은 유저와의 갈등 수습에 실패하면서 그 여파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 1일 5만 1000원에 종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22일 4만4000원까지 내려앉았고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도 37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33만원대로 10% 가량 떨어졌다.

유저들은 재판 승소를 떠나 일련의 문제제기를 통해 이슈를 제기하면서 게임사의 태도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지가 크다. 앞서 우마무스메가 마차 시위로 화제가 된 데 이어 리니지는 트럭시위를 전개하는 등 유저들이 여론전을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21일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는 전광판에 프로모션 지원으로 일반 게임유저 피해를 알리는 문구가 적힌 트럭 10대를 세운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일련의 현상에 대해 과금 유도에 유리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의 게임을 중심으로 게임의 재미보다는 수익성에 치우친 게임사의 경영 방식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는 ▲1위 리니지M ▲2위 히트2 ▲3위 오딘:발할라 라이징 ▲4위 리니지W ▲5위 리니지2M 등의 순으로 1~5위를 모두 MMORPG 게임이 석권했다.

또한 지난 3월 모바일인덱스에서 발행한 ‘모바일 앱 게임 시장 오버뷰’ 자료에 따르면 바일게임 전체 거래액의 70%를 롤플레잉(RPG) 게임이 차지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장르별 모바일 게임 앱 이용자수는 퍼즐·퀴즈 게임이 750만여명으로 1위, 롤플레잉 게임이 600만여명으로 2위였다. RPG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이용자들의 과금 수요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독 아이템 관련 분쟁이 이들 게임과 이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나친 과금유도 등이 불거진 모바일 게임 이용자수는 감소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국내 모바일 게임 앱 사용자수는 지난해 1월 260만여 명에서 꾸준히 하락해 올해 2월 240만명을 밑돌아 2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모바일 게임 앱 설치 건 수 역시 같은 기간 3000만회를 넘다가 2200만회 수준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게임사와의 전쟁에 나선 이용자들은 국정감사 등 정치권 이슈로 확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우마무스메 논란에 대해 “우리 의원실은 게임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밝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난 20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우마무스메 사태와 관련해 “대체 소비자를 이렇게 취급하는 산업이 어디 있나”라며 “현재 이용자들의 활동은 소비자 운동이라고 볼 수 있고, 소비자보호원이나 소비자 단체 등이 개입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