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대출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장 먼저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은 부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동산 PF대출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장 먼저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은 부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1년에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라는 것이 있다. 저축은행은 본래 서민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세한 업체들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 불어오던 부동산 바람을 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진출한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다. 당시 은행들이 독점하고 있던 이 분야에 저축은행들이 치고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고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급속히 식는다. 

결국 일부 건설 회사들이 부도를 내자 이것이 PF 대출을 타고 저축은행으로 번진다. 2011년에는 국내 최대인 부산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시작되고 불똥은 다른 저축은행으로 옮겨 붙었다. 31개 저축은행이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가 2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는 가운데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인상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부동산 PF 잔액은 152조원에 달하는데 금융기관별로는 보험 43조 3000억원, 은행 28조 3000억원, 증권 28조 2000억원, 캐피탈사 26조 7000억원, 저축은행 10조 7000억원 순이다. 

부동산 개발을 할 때 통상적으로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이용해 토지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제2금융기관의 브리지론을 받아 잔금을 납부한다. 건축 인허가를 받은 다음에는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본 PF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한다. 이후 선분양을 통해 확보한 계약금 및 중도금을 이용해 PF대출을 갚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청약 시장에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 1284가구로 전월 대비 3374가구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 지난해 말 대비 3배 증가한 4528가구에 이르렀다. PF대출을 갚는 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6% 수준이던 본 PF대출 이자율이 10%를 넘어가고 있고 브리지론의 경우에는 20%에 가깝게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50%로 지난해 말 0.18%보다 크게 늘어났다. 요주의 여신 비율도 2.3%로 지난해 말보다 0.39%포인트 상승했다. 

약한 고리는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PF대출의 증가세를 억제해왔고, 저축은행은 2011년의 사태 이후 부동산 사업 자금의 20%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우량 시행사에만 PF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제됐기 때문이다. 그 틈새를 타고 고위험이지만 고수익인 이 시장을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이 파고들었다.

증권사는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하자 높은 수익성과 사업 다변화를 표방하며 부동산 PF대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징적인 것은 대출 자체보다는 채무보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인데 만약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 증권사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만기 1년 미만의 브리지론에 후순위로 참여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더구나 높은 수익성을 보고 시행사의 토지 계약금 대출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 땅도 확보하지 못한 단계에서 시행사의 신용만 보고 대출하는 것이므로 리스크가 크다. 

캐피탈사는 주력사업인 할부·리스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자 기업대출, 특히 부동산 PF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캐피탈사는 예금이 아니라 캐피탈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금리 상승 국면을 맞아 캐피탈채의 신용스프레드가 올라가는 등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더구나 캐피탈사 PF대출 사업장의 시공사 신용등급이 BBB 이하가 약 40%에 이를 정도로 대출의 질이 좋지 않다. 캐피탈사 중에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일수록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위험 요소가 중첩돼 있는 상황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미분양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건대 지방의 사업장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이것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그림을 쉽게 상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부동산 PF대출을 타고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주는 경우이다. 

과거 5년간의 부동산 광풍이 부는데 이러한 대출이 상당한 기여를 했고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라 이번에는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남게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느슨한 규제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당면한 위험 요소가 감당할 수 없는 산불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일단 부동산 PF대출의 위험도부터 파악하는 것이 정부의 선행 과제가 될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비중 및 증감률, 상환순위, 지역 및 물건별 위험도 등을 측정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별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함으로써 각 금융기관의 위기 대응 능력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리 수준, 부동산 가격 하락 정도, 부실채권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금융기관이 입을 타격과 충격 흡수 능력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스스로 부동산 금융 비중을 줄여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신용공여한도를 줄이고, 부동산금융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며,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강제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가능한 경우에는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부실위험이 높은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율워크아웃 협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 부실이 실현되고 외부에 노출되는 단계 이전에 금융기관과 건설사 간 협약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고 채무상환 일정을 조정함으로써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PF대출의 부실화와 시장 축소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임기 내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계획이다. 그것도 정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시장을 활성화해 민간이 공급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부동산 PF대출의 위축은 미분양과 공사 중단을 낳고 이는 부동산 시장을 더욱 냉각시켜 공급을 축소시킬 것이다. 정부는 최대한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막아야 하겠지만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PF대출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장 먼저 부실화될 위험성이 높은 부문이다. 부동산 PF의 위험이 가계부채로 전이되거나 금융 시스템의 안정화를 해치는 정도로까지 커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부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 정책연구 담당(상무보) ▲KT그룹 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 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