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이 지난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2년 9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이 지난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2년 9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요즘 뜨거운 화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현재 3.25%에 이르고 있는데 연초에 비해 3%포인트 오른 수치다. 그 때문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자산의 가격은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전에는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며 서슬이 시퍼렇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은 고용 시장이다.  금리 인상으로 고용 시장이 경색되면 연준의 기세도 주춤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 시장은 여전히 펄펄 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3.5%로 전달 3.7%보다 떨어졌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농업 부문 고용이 26만 3000명 늘어났고, 채용 공고 건수는 구직자보다 1.7배 많아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던진 매물로 인해 주가는 다시 한 번 수직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미 있는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채용 공고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달 채용 공고 건수는 1010만건으로, 8월의 1120만건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채용 공고 건수는 지난 3월 1185만건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량 해고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넷플릭스 등의 IT기업들도 앞 다퉈 인력을 감축하거나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자동차나 은행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이번 달 첫 주에 29만건으로, 전주의 22만건에서 크게 늘어났다.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실직자들도 140만명으로 전주보다 1만 5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느슨한 통화 정책이 끝을 맺고 금리 인상 기조로 들어가면서 다가오는 경기 불황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고용 증가가 주로 소매, 식당 등 대면 서비스업의 저임금 업종에 치우쳐 있었음을 감안할 때 향후 고용의 질이 악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흐름을 관측할 수 있다. 우선 표면적인 일자리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0만 7000명 증가한 2841만명이었다. 증가 폭은 22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15~64세 인구 중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고용률은 68.9%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9년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실업률은 2.1%로 역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재앙의 그늘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놀랄 만하다. 

제조업이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끌었음도 좋은 소식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0만 7000명 늘어나 전체 취업자 수 증가의 30%를 차지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90만 7000명 증가하고 반대로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가 각각 7만 8000명, 9만 7000명 감소했다는 것도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증가한 취업자 수의 절반 이상이 60대였고 경제의 허리라고 볼 수 있는 40대는 오히려 8000명 감소했다. 세금으로 만들어낸 노인 일자리가 주류를 이루고 정작 역량이 필요한 생산적인 일자리는 감소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주당 36시간 이상 근로자 수가 101만 6000명(-6.2%) 감소하고 반대로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184만 7000명(17.6%) 증가했다는 사실도 역시 그러한 의심에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점차 고용의 회복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드는 지표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만 8000명 증가한 1489만 6000명에 이르렀지만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입자 수 증가분은 올해 들어 5월까지 50만명대를 기록하다 6월에 40만명대로 떨어지더니 마침내 30만명대로 다시 한 계단 추락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코로나19에 대응해 늘렸던 직접일자리 사업이 축소된 것에 기인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크게 늘린 공공 일자리 예산을 축소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도 우려된다. 현재 전 세계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3.2%, 내년 2.7%로 전망해 기존 예측치보다 조금씩 낮추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은 올해 2.6%, 내년 2.0%로 전망하고 있는데, 대외적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처럼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타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호조세를 이어가던 수출은 이번 달 1~10일 11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해 충격을 던져줬다. 

이는 반도체 부문의 수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에 더해 중국의 경기 악화로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데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제조업 부문의 고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불황의 초입에 들어섰고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가혹하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용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현 정부는 근로시간 유연화, 시장 중심 임금체계 전환 등 노동 시장의 개혁과 더불어 규제 혁신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세금 알바’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시장형 일자리로 전환해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어떠한 공약도 구체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고 정책의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표면에 드러난 고용 지표의 호조에 취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불황이 다가오고 있고 곧 이어 고용도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정부는 거대 야당과의 불필요한 대립과 정쟁을 줄이면서 타협 가능한 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방향성에 대한 고집보다는 실제로 어떤 정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인 척도가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 정책연구 담당(상무보) ▲KT그룹 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 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