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8일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국정감사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8일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국정감사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전력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러한 문제는 한전의 부실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 채권시장의 혼란, 세금 낭비 등 여러 가지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원전 경제성 조작범죄에 대한 처리 문제도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원래 한전은 국내 최대의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사업구조에 의한 대규모의 이익을 창출해오던 기업이었다. 즉, 2014~2016년에 약 6조~12조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만큼 흑자기업이었다. 특히 2016년에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8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9년, 2021년에 약 1조 2000억원, 5조 8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30조원을 넘는 엄청난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이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연료비가 상승했다. 전력도매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연료비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전기요금이 일부 조정된 것이 적자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둘째, 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도 주요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인 2017년 10월에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신규원전 건설계획 취소, 노후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금지 등이 담겼다. 특히, 그때의 로드맵에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함께 포함되었다. 원전 발전을 줄이면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다보니 전력생산 원가가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고 부실화되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기업들과 국가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이 정말 큰 문제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전의 적자 및 전 정부의 에너지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파급효과는 한전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첫째, 한전은 작년에 결정된 기준연료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을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급격히 늘어난 연료비 상승분을 일부 반영해 전기요금을 소폭 인상했다. 하지만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가시화되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전기료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추가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전이 자금조달을 하는 주요 통로인 채권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되면서 한전 뿐만 아니라 타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올해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의 규모가 1월~10월까지 23조원을 넘어섰고 이는 지난해 발행한 약 10조원을 2배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다.

한전과 같은 우량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은 AAA의 신용등급을 부여받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한전채의 공급이 늘어나면 고수익, 저위험 자산인 한전채로만 시중 자금이 쏠리게 된다. 그로 인해 다른 기업들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셋째,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을 위해 약 7천 200억원을 신청했다. 그 결과, 국가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가 어느새 청구서로 날아들고 있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을 국민 모두가 주머니를 털어 메꾸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탈원전에 대한 비용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임기 말인 작년 6월에 시행령을 개정했다. 원래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목적은 전력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실패에 따른 비용부담을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도록 만들었으며 그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정책잘못을 덮으려는 일종의 편법 조치로 볼 수 있다.

넷째,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려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과도하게 저평가하여 가동중단 시켰다는 감사원 보고서가 제기되었다.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 경제성을 약 17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조작된 최종평가서는 원전 가동중단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규명을 가리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은 한수원의 비용보전 신청의 직접적인 원인일 뿐만 아니라 원전 의존도를 낮추게 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발전이 늘어나 한전의 적자 규모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에서 경제성을 조작한 것이 재판에서 사실로 판명된다면 관련자들에 대해 엄정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며, 업무상 배임 책임을 물어서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런 몰지각한 범죄자들 때문에 모든 국민이 전기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입게 되며 결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도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그들이 국가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업무상 실수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갖고 고의적으로 보고서를 조작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이 무리하게 시행되는 일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며 그것이 향후 유사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지름길이다.

둘째, 앞으로도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전 차원에서도 기존의 자체 사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하나의 예로, 한전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전공대와 같이 지속적으로 출연금을 부담하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전공대는 설립준비 단계부터 상당한 비판이 있었으며, 이미 여러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들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력시장에 경쟁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균형있는 전원개발을 통해 한전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도 전력가격 입찰제, 실시간 전력시장 등 시장기능 요소를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전력생산 원가를 낮추고 한전의 적자를 줄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친환경과 탄소중립 등을 위해서 에너지전환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피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과도한 자금지원 등 지나치게 확대된 부분들은 축소하거나 중단해 재정낭비를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대한 개편 및 수정을 검토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