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8일 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업과 가계를 합산한 국내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내년 말까지 33조6천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8일 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 부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업과 가계를 합산한 국내 민간부문 대출이자 부담이 내년 말까지 33조6천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최근 미국채 금리가 고점대비 많이 낮아졌다. 이것을 좋아해야 할까.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너무 과도하게 금리를 올렸으니 인상폭이 줄어든다는 베팅이라면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달러 약세 강도는 '연준 속도 조절'을 반영했다고 보기엔 상당히 거칠었다. 무언가 다른 시나리오를 반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ㆍ달러 환율이 한 주만에 100원이나 떨어졌지만 무역적자는 매달 30억~40억달러씩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 크레딧 시장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에 레고랜드 사태 되돌림이라고 보기도 미심쩍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경기의 심각한 위축'이다. 1980년대 이후로 미국채 30년물(장기 경기 펀더멘털)이 연준의 기준금리(단기 조달금리)를 하회하면, 시간차는 있지만 대부분 심각한 경기침체로 연결되었다.

11월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0%이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추가 인상되면 4.25%~4.5%가 된다. 선물시장에서는 2023년 1월 FOMC와 3월 FOMC에서 각각 25bp씩 추가 인상된다는 것이라 봄이 되면 기준금리는 4.75~5.0%까지 올라간다. 최근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3.9%로 기준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했는데, 2023년 초가 되면 그 폭이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 수준이 제반 경제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금리 하락을 그렇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타이트한 금융여건으로 인해  ▲실물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크레딧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주가도 동시에 급락하고 ▲뒤늦게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컨퍼런스보드가 미국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했는데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2021년 5월을 고점으로 17개월째, 컨퍼런스보드는 2022년 2월을 최고점으로 8개월째 하락 중이나 아직 감속 징후는 없다. 오히려 고금리로 인해 경기위축이 가속화되는 조짐이다. 이번 발표에서 컨퍼런스보드도 "강력한 경기침체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고 코멘트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연준 기준금리를 하회한 경우는 반드시 실물경기의 '발작적' 반응을 동반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 ▲1989년 S&L사태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2000년 IT 버블 붕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 ▲2019~2020년 미ㆍ중 무역분쟁 및 코로나 사태다.

이런 와중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지난 주 핵폭탄급 발언을 터뜨렸다.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제약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자기가 보기엔 5~7%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통화완화 기대는 매우 섣부르며, 실제 완화를 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경기위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거의 사라졌던 12월 FOMC 75bp 인상 확률이 24%까지 상승했고 2023년 6월 기준금리 5.25~5.5% 확률도 22%까지 올라갔다.

이전 경기 고점부터 다음 경기 고점까지를 한 사이클이라고 정의하면, 평균적으로 미국의 경기사이클은 36개월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움직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던 1970년대에는 조금 달랐다. 중앙은행이 수요를 강제적으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경기하강이 평소보다 더 깊고 길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금과 1차 오일쇼크(1974년)와 2차 오일쇼크(1978년) 당시를 비교해보면 최근의 경기 하강 강도는 1차 때보다는 얕지만 2차 때보다는 깊고 강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엄청나게 풀렸던 유동성을 단기간에 흡수하다보니 경제의 내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차 오일쇼크와 비슷한 경로로 경기하강이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은 경기가 고점을 형성한지 24~25개월 정도되는 2023년 6~7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산시장은 경기를 3~6개월 선행하므로 2023년 2분기 전후가 위험자산 비중확대를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보인다.

2023년 2분기 전후 바닥이 나올 것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앙은행의 자산 증가율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준은 당분간 매달 950억달러 규모로 양적긴축(QT)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긴축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며, 일본중앙은행(BOJ)도 섣부른 긴축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매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800억달러(물가연동국채 보유로 인한 증분 감안), ECB 400억달러, BOJ 200억달러씩 자산을 감축하면 3대 중앙은행 자산증가율은 2023년 3월부터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경기 하강의 마지막 국면에 가장 가파르고 고통스러운 조정이 찾아온다. 위험자산이 강하게 반등하려면 유동성 여건 개선이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연준이 반드시 양적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2019년처럼 단기자금시장에는 경색에 준하는 상황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 변동성도 극심하게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12개월 수익률(전년동월비)은 -2 표준편차 영역까지 하락했다. 통상적인 경기하강은 이 정도면 마무리된다. 그러나 1차 오일쇼크 당시였던 1974년에는 -4 표준편차 영역까지 하락세가 연장된 바 있다. 중앙은행이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긴축을 썼을 때 자산시장의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었던 것이다.

이는 2023년 상반기까지 고생스런 구간이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기 하강의 마지막 구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이유는 수요 위축과 신용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잉여 유동성을 말려버리기 때문이다. 충분히 하락해야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


박소연 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