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태극전사들의 통산 11번째 월드컵 도전이 펼쳐진 카타르다. 수장 파울루 벤투 감독을 필두로 그들은 낯선 중동 땅에서 뜻깊은 여정을 펼쳤다. 그리고 매 월드컵이 그랬듯, 이번에도 ‘슈퍼스타’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한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조규성(24·전북 현대)이다.

당초 한국의 원톱 자리에는 황의조(30)라는 벤투호 최고의 골잡이가 버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새로운 슈퍼스타가 등장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조규성은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스스로 인생역전의 시발점을 만들어냈다.

상무서 ‘스텝업’ 스트라이커의 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

조규성은 원곡중-안양공고를 나와 FC안양의 우선지명을 받고 광주대로 향했다. 당초 센터백·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던 그였지만, 당시 광주대 이승원 감독의 지시로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다. 그게 조규성 커리어 첫 번째 변곡점이었다.

그는 과거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지션 변경으로 제 인생이 달라졌다. 처음 주전에서 제외됐을 땐 속으로 감독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정말 감사한 분”이라 전하기도 했다.

공격수로 재능을 꽃피운 그는 팀의 2018 U리그 우승을 이끌 정도로 성장했고, 그렇게 2019년 자신을 지명했던 FC안양으로 향했다. 프로 커리어 발걸음을 뗀 조규성은 그해 33경기 14득점(리그 3위), K리그2 베스트11에 오르며 센세이셔널한 데뷔를 마쳤다.

K리그1 명문 구단들이 그런 선수를 가만 둘 리 없없고, 결국 당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그를 데려갔다. 순식간에 K리그1에 입성한 조규성이었지만 1부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0시즌 23경기 4골 2도움에 그친 그는 김천 상무에 지원해 군 복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이 조규성의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군 입대와 함께 ‘벌크업’에 집중했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눈에 띄게 근육량이 늘면서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파워를 갖추기 시작했다. 당초 미드필더 출신으로 패스 및 연계 플레이에서 강점을 보이던 그가 점차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도 성장하기 시작한 것. 자연스레 상무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이 이어졌다.

그렇게 조규성은 2021년 9월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 승선까지 성공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전에는 U-23 대표팀 경험이 전부였지만 벤투 감독은 그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지난해 9월 7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서 감격의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후 대표팀 단골이 됐다.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황의조라는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었지만 ‘2옵션’은 단연 조규성이었다.

클럽에서의 맹활약도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올 시즌을 김천 상무에서 시작해 지난 9월 전역 후 원소속팀 전북으로 돌아온 그는 리그 31경기 17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베스트11까지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선수가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그는 카타르로 향했다.

세계의 눈을 사로잡은 ‘꽃미남’ 공격수, 한 번의 교체가 부른 주가폭등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월드컵 무대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그의 출전 여부는 미지수였다. 꾸준히 언급되는 황의조의 존재 때문이었다. 황의조가 올시즌 유럽 무대에서 한 골도 올리지 못하며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반면 조규성은 무려 K리그1 득점왕이었지만, 그간의 커리어와 이름값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전까지 벤투 체제에서 39경기 15골을 수확한 벤투호 최다 득점자였다. 손흥민(12골) 보다도 많은 골을 책임졌던 황의조라는 카드를 벤투 감독이 포기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24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는 이변없이 황의조가 원톱으로 나섰다. 그러나 우려했던 그의 부진이 이 경기에서도 이어지면서 조규성에게 기회가 왔다. 그렇게 조규성은 후반전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의 인생역전이 시작됐다. 다만 축구선수로서의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었다. 188cm의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소유한 꽃미남이 모두가 지켜보는 중계 화면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전세계를 흔든 것이었다.

그 열기는 조규성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월드컵 이전 3만~4만 명에 불과했던 팔로워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그의 외모에 반한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총집합한 것. 게시된 조규성의 사진에는 영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힌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수려한 외모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이었다. 하루 아침에 쏟아지는 관심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팬들에게 감사함을 느꼈을 그다. 그러나 선수라면 응당 경기 외적인 요소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고 싶은 욕심이 있을 터.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에게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 최초 월드컵 멀티골로 증명한 ‘실력’

벤투 감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황의조를 향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달 28일 열린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맞대결에서 선발 라인업 원톱 자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황의조가 아닌 조규성이었다. 감격스러운 월드컵 데뷔전이었다.

조규성은 스타가 될 자질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극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내는 실력이 그에겐 있었다. 이날 한국은 전반에만 2실점하며 0-2의 우울한 점수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규성이 찬란히 빛났다.

그는 후반 13분 교체해 들어온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보낸 정교한 크로스를 헤더로 멋지게 마무리하며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후반 16분에는 김진수의 크로스를 짐승같은 쇄도에 이은 멋진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순식간에 멀티골을 기록하며 2-2 승부를 원점으로 맞췄다.

실력으로 ‘조규성’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까지는 단 3분이면 됐다. 안타깝게도 벤투호는 이후 통한의 실점이 나오면서 2-3으로 가나에 패했지만 조규성이 남긴 퍼포먼스는 모두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조규성은 한국 역사상 24번째 월드컵 득점자가 됐다. 그리고 그 24명 중 아무도 쓰지 못한 한 경기 2골 기록에 성공한 유일한 선수가 되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아시아 최초의 멀티골 타이틀은 잉글랜드-이란전에서 2골을 넣은 메흐디 타레미에게 뺏기긴 했다. 그러나 타레미의 경우 페널티킥이 하나 껴있었다. 조규성의 기록은 순수 필드골 2골이었기에 더 값어치가 있다.

조규성은 그렇게 스타가 됐다. 앞서 언급했던 팔로워 3만이라는 수치가 11월30일 현재 157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바뀐 것만 봐도 그 성장세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유감없이 뽐낸 실력에 반한 유럽 팀들이 큰 관심까지 드러내는 상황이다. 조규성의 성장가도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허행운 스포츠한국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