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정경호 ‘압꾸정’, 韓극장가 코미디 부활 신호탄

(왼쪽부터) 배우 마동석·정경호, 임진순 감독, 배우 오나라·최병모가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압꾸정’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왼쪽부터) 배우 마동석·정경호, 임진순 감독, 배우 오나라·최병모가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압꾸정’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이번엔 주먹 대신 ‘구강 액션’이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의 흥행을 이끈 배우 마동석이 말맛 살린 대사와 유쾌한 웃음으로 2022년 연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다.

지난 11월30일 개봉한 영화 ‘압꾸정’(감독 임진순)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실력 톱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5월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며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을 기록한 ‘범죄도시2’ 제작진과 마동석이 손잡은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압꾸정’은 200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대규모 성형 산업의 본격적인 시작과 성장이라는 큰 줄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실제 영화의 80% 이상을 압구정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간판, 패션, 소품 등을 세심하게 채워 넣어 현실감을 더했다.

실제 2000년대 초반 압구정 거리에는 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젊음이 넘쳐났고 전문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성형외과들이 가득했다. 이때부터 하나의 산업군으로 발달한 뷰티 비즈니스는 압구정동을 대한민국 대표 ‘뷰티도시’로 만들었다. ‘압꾸정’은 그 안에 숨겨진 아이디어의 탄생 과정과 서로 얽히고설킨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압꾸정’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동석은 넘치는 사업 아이디어와 타고난 입담을 가진 압구정 토박이 대국으로 변신, 능청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마음껏 뽐냈다. 제작진은 마동석을 위한 맞춤형 실크 셔츠만 50벌 이상 제작해 대국의 반전 매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마동석 외에도 날카로운 성형외과 의사 지우 역의 정경호, 남다른 정보력을 자랑하는 성형외과 상담 실장 미정 역의 오나라, 자본력을 갖춘 큰 손 사업가 태천 역의 최병모, 탁월한 인맥을 보유한 VIP 에스테틱숍 원장 규옥 역의 오연서 등이 완벽한 호흡으로 웃음 타율을 높였다.

연출을 맡은 임진순 감독은 지난 11월28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압꾸정’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압꾸정’은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그래서 각 배우들이 갖고 있는 위트나 유머 코드를 극대화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시나리오부터 배우들 각자의 성격적인 부분을 다 녹여냈다. 배우들에게 많이 의존했는데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압꾸정’의 주연이자 기획, 제작까지 맡은 마동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한 영화가 나와서 기쁘다. ‘범죄도시’와는 완벽히 다른 결의 코미디 영화다. 상황에서 발생하는 코미디가 많아서 그런 부분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억지로 재밌게 하려고 했다기보다 대본 자체가 유쾌하고 재밌고 짜임새도 좋았다. 저는 사실 여기 계신 배우 분들 때문에 현장에서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연기인데도 너무 재밌었고 늘 즐거웠다”며 “제가 연기한 지우는 딱딱하고 까칠한 인물이다. 그래서 좀 뻔해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오나라는 미정 캐릭터에 대해 “미스터리한 사람이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압구정을 꿰고 있고 대국을 통제하기도 한다. 변화무쌍하고 언변도 훌륭한 여자라 의상부터 화려하게 꾸며보려고 했다. 예쁜 색감과 디자인의 옷을 많이 입었다”며 “(마)동석 오빠랑 작업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동석 오빠의 개그는 정박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박자에 들어올지 모르는데 그걸 기다리는 순간이 설렜다. 저는 잘 받아주고 리액션만 하면 되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들은 압구정에 얽힌 각자의 추억을 꺼내놓기도 했다. 마동석은 “남산에서 태어나서 어릴 땐 개포동에서 살았다. 그래서 압구정은 좀 거리감이 있지만 볼 때마다 좋은 차들과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었다. 커서 그쪽에서 일하다보니까 많은 분들을 알게 됐다. 실제로 성공하려고 그 주위를 맴도는 분들을 봤는데 그 중에 한 분이 대국 캐릭터의 모델이 됐다. 그 분은 굉장히 말이 많고 때로는 ‘미친 사람인가?’ 싶을 만큼 텐션도 높았다. 근데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독특한 사람이었다. 압구정에서 그 사람이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밌는 소재가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오나라는 “안양에서 자란 저는 어린 시절에 압구정을 갈 때마다 가장 예쁜 옷을 꺼내서 한껏 빼입고 갔던 기억이 있다. 항상 동경하는 곳이었는데 세월이 지나서 압구정에 있는 숍을 다니게 됐다는 게 감개무량하다. 오래 살아서 다행”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배우 정경호.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정경호. (사진=㈜쇼박스 제공)

[인터뷰] ‘압꾸정’ 정경호 “20년 지기 마동석과 첫 영화, 시너지 컸죠”

‘압꾸정’서 까칠한 성형외과 의사 지우 역
마동석과 호흡 완벽, 현장서도 웃음 넘쳐

마동석이 외모부터 대사 한 마디까지 압도적인 캐릭터로 ‘압꾸정’만의 색깔을 선명히 한 가운데, 그의 곁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는 정경호다. 정경호는 남다른 재능과 욕심을 가졌지만 어딘지 허술한 성형외과 의사 지우를 탄탄한 연기로 그려내며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신선한 웃음을 불어넣었다.

지난 11월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정경호는 “예전부터 저한테 압구정은 욕망의 도시 같은 느낌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아닌가. 마침 그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끌렸다”며 ‘압꾸정’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던 때를 떠올렸다.

“항상 ‘왜 이렇게 압구정엔 성형외과가 많을까?’ 궁금했어요. 그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업 구상하시는 분들을 봤던 기억도 나고요. 또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대규모 성형외과, 스타가 된 의사들, 성형시켜주는 방송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정말 많았잖아요. 그 시절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정경호가 연기한 지우는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의 성형외과 의사다. 한때 압구정에서 잘나가던 최고 실력의 의사였지만 지금은 면허 정지 상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쓰던 그는 누구도 믿기 힘든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연히 대국을 만나게 되고 K-뷰티 비즈니스의 핵심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준비하던 시기에 ‘압꾸정’을 찍었어요. 또 다시 도도한 의사 역할이라는 점이 첫 번째 숙제였죠. 그런 고민을 마동석 형님과 감독님께 솔직하게 털어놨고 함께 얘기하다보니 결국 대국, 지우 두 남자의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우의 직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두 남자가 성공하기 위해 달려 나가는 상황에 집중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죠.”

임진순 감독은 자연스럽게 터지는 웃음을 위해 배우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대사에 최대한 녹여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의 자유로운 호흡에 흐름을 맡겨 캐릭터들의 케미는 살리고 유쾌한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정경호 역시 지우의 옷차림부터 말투, 표현법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설계했다.

“대국을 보면서 놀라는 나 자신을 많이 연구했어요. 이 사람이 자꾸 눈앞에 나타나니까 지우는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표정을 몇 단계로 나눠서 포인트를 줬어요. 의상은 2000년대쯤 제가 입고 싶었던 브랜드들을 의상팀에 제안했죠. 그런 옷을 입고 있으면 약간 이상해져요. 좀 건방져 진달까요.(웃음) 기본적으로 대본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대사에 ‘말맛’이 잘 살아 있어서 특별히 말투에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저와 동석이형 투샷부터 웃긴 것 같아요. 체격이 두 배 정도 차이 나는데 지우가 ‘나도 운동했다’면서 웃통 벗고 덤비잖아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람다운 캐릭터가 완성됐죠.”

무엇보다 ‘압꾸정’이 선사하는 재미의 8할은 마동석과 정경호의 케미다. 영화는 극 초반 화려한 뷰티 비즈니스 세계의 시작점을 그리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던지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두 남자의 브로맨스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캐릭터들은 서로 믿지 않으면서도 의지하는 기묘한 공생관계를 이어간다. 마동석과 정경호는 서서히 스며드는 둘의 모습을 완벽한 호흡으로 그렸다.

“코미디가 참 어려워요. 찍는 사람들끼리만 재밌으면 안 되니까요. 베테랑 선배님들이 그걸 너무 정확히 알고 계셔서 걱정은 없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편집은 알아서 할 테니 마음껏 놀아보세요’였고요. 그래서 더 편하고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었죠. 또 대본 속 대국, 지우의 투톱 균형이 정말 조화로웠어요. 지우처럼 저도 실제로 좀 하찮고 허당인 면이 있고요. 동석이 형 옆에 있으니까 그런 매력이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몸도 더 말라보였고요.(웃음)”

정경호에게 ‘압꾸정’이 더 특별한 의미인 건 오랜 절친 마동석과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뷔 전부터 연기라는 같은 꿈을 꾸면서 서로를 응원해왔던 두 사람은 이제 한국 영화계를 책임지는 배우가 됐다. 정경호는 “아무리 많은 작품을 해도 결국 남는 건 사람이더라. 오래 알고 지낸 형이지만 일을 같이 하면서 또 한 번 좋은 인연을 시작한 기분”이라며 마동석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데뷔 전 한창 오디션 보러 다닐 때 운동 배우러 갔다가 동석이 형이랑 처음 알게 됐어요. 그 이후로 가끔 밥도 먹으며 연락하고 지냈죠. 이번엔 저랑 같이 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알고 지낸지 오래 됐지만 일을 같이 하는 건 처음이라 더 특별하고 의미가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형이 지금 영화 30편 정도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로 연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 열정이 많은 분이고 신인 감독님들,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려고 노력하세요. 알면 알수록 큰 어른 같고 존경스러워요.”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는 정경호의 전문 분야다. 앞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정보훈),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시리즈 등의 인기를 이끈 그는 얼핏 비슷한 캐릭터의 틀에 갇히는 듯 했지만 ‘압꾸정’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연기 영역을 한 뼘 더 확장시켰다. 한때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졌던 고정적 이미지는 이제 정경호의 장기로 사랑받는다. 그의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이 뒷받침된 덕이다.

“우연히 까칠한 역할을 10년 가까이 맡게 돼 마른 몸을 유지하고 있어요. 차기작인 tvN ‘일타스캔들’에서는 섭식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맡았죠. 이번 작품이 끝나면 살을 찌우려고 합니다. 비슷하게 예민한 캐릭터를 오랜 세월 하다보니 매번 어떤 차이를 둘까 고민이 돼요. 근데 나이 마흔이 되니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운 좋게 캐릭터를 살려줄 좋은 대본을 만나기도 했고요. 예전에는 이미지에 갇히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기고 있어요.”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