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산보다 많은 사우디 미래도시 사업비…일각에선 “비현실적” 지적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네옴닷컴 제공)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네옴닷컴 제공)

이집트·요르단에 인접한 홍해 해안과 사막, 산악지대에 서울 44배 크기의 스마트 도시를 짓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68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 총액 약 608조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업 규모 때문에 국가 주도 사업임에도 네옴시티가 ‘허황된 꿈’ 정도로 치부되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이 도시를 구상하고 추진하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미국 마블 영화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최첨단 미래 도시 왕국인 ‘와칸다’를 사우디 사막 한가운데 만들겠다”는 포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개봉한 블랙팬서를 위해 미국 영화 최초로 사우디 전역에서의 촬영을 허락했던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미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첫 삽을 뜨고 인프라 공사를 시작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네옴시티가 여전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형 하천이 없는 사우디 특성상 도시 전체의 원활한 물 공급이 가능할 것인지를 놓고 꾸준하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제로 해수담수화 기술 확보가 관건
BBC “재생에너지 가동은 아직 성공 못해”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제2의 두바이’를 목표로 하는 스마트 도시 조성 프로젝트다. 홍해 해안 약 2만 6500㎢ 부지에 미래 산업, 주거, 관광특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통채널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네옴시티는 직선 도시인 ‘더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더라인은 네옴시티 핵심 권역인 총 연장 170㎞를 선형으로 연결하는 높이 500m, 폭 200m, 면적 34㎢에 이르는 인프라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900만명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원, 학교, 주거시설 등 도시 기능을 수직으로 계층화하고 도보 5분 내 모든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토록 구성할 예정이다.

옥사곤은 총 면적 48㎢, 지름 7㎞ 규모의 세계 최초·최대 팔각형 모양 해상 부유식 산업단지로 인공지능(AI) 기반 공장으로 구성된다. 7대 핵심 산업으로 ▲자율주행 ▲수자원 혁신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건강·웰빙 ▲현대적 건설 공법 ▲정보기술(IT)·첨단산업 ▲100% 재생에너지 사용(RE100)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로제나는 산악 관광단지로, 네옴 지역 해발 1600~2600m 산맥에 약 60㎢ 규모의 스키장과 리조트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2026년 완공될 것으로 보이며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연 70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가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상수도 공급을 해수담수화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대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네옴시티가 탄소제로 해수담수화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BBC는 최근 보도를 통해 “사우디 측은 네옴시티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재생에너지로 가동될 것이며 염수 찌꺼기는 바다에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 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수담수화 설비는 아직 성공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네옴시티 물 공급 해결사는 韓기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해수담수화 기술 눈길

BBC의 지적처럼 네옴시티 건설은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수담수화 설비가 상용화된 적이 없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태양광 해수 담수화 소재를 개발한 김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해수담수화 활용은 해당 지역 내 상수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하지만 네옴시티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상수도 공급망이 문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다면 네옴시티는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해 에너지원 확보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두산 등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 해수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해수담수화 설비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미 두산에너빌리티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에 사우디로부터 2조 3800억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주조·공장 건설계약, 8월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9월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무엇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아크아 파워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와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공사 계약을 8400억원에 체결했다. 아크아 파워는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민자 발전 및 담수 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는 2006년과 2007년에도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슈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담수 생산시 소모되는 전기 사용량 절감을 위해 6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도 함께 건설할 계획”이라며 “해수담수화에 필요한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한다는 네옴시티 플랜트의 수주 대상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거론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정부 및 산업투자공사 등의 관계자들이 빈 살만 왕세자보다 10여일 먼저 한국에 도착해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포함한 주요 수처리 기업 관계자들도 만났다”며 “이번 사우디 네옴시티 해수담수화 시장은 국내 주요 수처리 기업들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