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파괴시대] 오기로 이룩한 토종약초 '대가'

01/28(목) 16:07

“양의사든 한의사든 의사들이 우리 약초에 대해 제게 물어올 때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토종약초연구가 최진규(39·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대표)씨는 젊은 나이답지 않게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자생하는 약초에 관한 한 대학 강단에서 활동하는 박사들보다도 훨씬 연구가 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95년 약초로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인들을 소개한 ‘발로 찾은 향토 명의’(名醫)를 시작으로 작년에 낸 ‘토종 약초 장수법’ 에 이르기까지 토종 약초 관련서를 벌써 7권이나 냈다. 그 덕에 올해부터는 인천가톨릭대 겸임교수로 위촉됐다.

최씨의 최종 학력은 대구 성광중학교 졸업.

그나마 가정형편이 어려워 다니는둥 마는둥 했다. 그는 경북 성주군 가천면 신계동 해발 800㎙ 가야산 중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목기를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마을 어른들을 따라 산에서 나물 캐고 약초 캐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구에 가서도 중학교에 다니면서 가구에 산수문양 등을 조각하는 일을 하는 틈틈이 주변 팔공산 유학산 운문산 등을 찾아다녔다.

“자연과 산과 식물을 좋아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광적이었습니다. 중국과 수교하기도 훨씬 전인 87년에는 백두산 약초를 연구하러 중국으로 밀항해 백두산 속에서 사슴을 잡아먹으며 3주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약초를 캐러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 다녀왔습니다.”

약초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7살때 2년간 전국을 무전여행하면서부터. 이때 약초를 채취하는 수도자나 기인 수백명을 만났고 그러면서 약초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토종약초연구 집대성, 연구소 설립이 꿈

“우리나라 약초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같은 종류가 있다고 해도 향과 성분, 효능 등이 아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 본초학을 하지만 대부분 중국 약초에 대해 중국인들이 기록해놓은 것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우리 약초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더덕만 해도 중국 더덕과 우리 더덕은 전혀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약초의 진가를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염전에서 소금기를 먹고 자라는 퉁퉁마디(함초·鹹草)라는 흔한 풀이 있습니다. 숙변을 없애주고 면역기능을 강화해주면서 고·저혈압을 동시에 치료해줍니다. 혈당을 낮추고 간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능도 있지요. 평범한 풀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여러 질병에 효과를 발휘합니다. 한방 문헌에도 안나오는 호깨나무도 숙취를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를 냅니다. 진귀한 산삼만 찾을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린 흔하디 흔한 약초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최씨는 작년 5월 서울 수운회관 1406호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약초 연구및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틈틈이 함초나 호깨나무 같은 것을 영양식품으로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꿈은 약초 관련서를 50권 정도 더 써서 우리 약초 연구를 집대성하고 약초 농장겸 연구소를 세워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온 것도 ‘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면 설움도 많이 받고 갈 곳도 없고 인정 받지도 못합니다. 예를 들어 학위가 없다고 신종 식물을 발견해도 전문지에 논문을 기고할 자격도 안줍니다. 저는 그래도 하고야 말겠다는 오기를 갖고 해냈습니다. 어릴 적 가난과 제대로 공부 못한 것에 대한 원망도 없습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