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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파괴시대] 학벌 대신 감각으로 승부한 '고졸차장'

김영근 목포상고 교장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올해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급식이 실시되는데 목포상고에는 급식시설을 갖출만한 건물이 없었던 것. 아이들에게 점심은 먹여야 하겠는데 교육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은 1억4,000만원. 조리기구 사고나면 남는게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한 졸업생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뻗쳐왔다. 급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2억1,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쾌척하겠다는 졸업생은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도, 명문대학을 들어가 고시에 합격한 권세가도 아닌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증권사 차장이었다.

장기철(33)대신증권 목포지점 차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살림을 돕기 위해 곧바로 증권사에 취직했지만 어느 명문졸업 사원도 따르지 못할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주가지수 선물거래에서 탁월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증권업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장기철’ 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됐다. 하루 최고 9,000억원대의 매매를 중개하며 고객돈을 불렸고 대신증권을 선물영업분야 1위로 끌어올렸다. 장씨는 정확한 판단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동물적 감각’ 으로 증시가 침체돼 있던 지난해 초에도 수백%의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덕분에 지난해 9월엔 성과급만 30억원이상을 받아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를 많이 받는 샐러리맨의 한사람이 됐다.

장씨는 생전 처음 만져보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자마자 자신의 직장인 대신증권 주식 100만주를 매입, 또한번 주목을 받았었다. 애송이 직원이 지분율 3.28%의 6대주주가 된 것이다. 주가가 2,800원에 불과할 정도로 바닥을 기었던 자사주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 당시 장차장은 “엄청난 보너스를 준 회사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방향으로 돈을 투자하고 싶다” 며 “주가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돈벌이도 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그 예상대로 이 주식이 또다시 돈벼락으로 돌아왔다. 주가가 1만3,100원(22일 종가)으로 뛰어 100억원이 넘는 평가익을 올린 것이다. 사실 지나고 보니 이런 결과도 ‘행운’ 이라기보다는 주가의 앞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는게 증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증권사 입사 13년, 정확한 판단력과 순발력이 ‘비법’

장씨는 지난해 9월 그의 선물시장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한 감독당국의 ‘무언의 압력’ 때문에 억지로 휴가를 가기까지 했다. 업무에 복귀한 뒤에도 ‘장기철이 수십억원을 날렸다더라’ 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는 등 유명세를 톡톡이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련에도 불구, 꿋꿋이 ‘선물거래의 귀재’ 로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입사 13년째인 장씨는 차장직함(공식 직책은 과장급)을 달고 있지만 입사동료들 가운데는 아직 대리들도 적지 않다. 나이로 따지면 대졸자보다 1년먼저 과장에 올랐다. 이처럼 증권시장의 ‘큰 손’ 으로 대접받고 회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법’ 은 무엇일까. 회사동료들은 목포 MBC에서 1년동안 시황리포트를 하면서 단련된 시장을 읽는 눈, 신문을 꼼꼼이 읽고 자료를 빠뜨리지 않는 근면성을 든다. 또는 쉽게 흥분하거나 낙담하지 않는 냉철함을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래에 가서는 누구나 ‘성실성’ 이라는 평범한 진리로 결론을 내린다. 장씨는 YMCA의 친구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퇴근후엔 스쿼시를 즐기며, 두 아이와 노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다. 이처럼 평범한 고졸 샐러리맨의 비범한 도약은 이 시대의 이야깃거리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목포상고 재학생들에게는 김대중대통령과 더불어 대학졸업장이 성공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선배이기도 할 것이다.

김준형·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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