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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청문회가 정치게임이 되서는 안됩니다

이번 주에도 신문과 방송할 것이 없이 뉴스면의 가장 많은 부분을 경제청문회가 차지하고 있다. IMF환란 관련 기관보고가 있었던 지난 주는 경제청문회의 도입부분, 또는 서론에 불과했다. 증인과 참고인 신문이 시작된 이번주가 진짜 IMF환란청문회라고 할 수있다.

IMF환란조사특위는 기관보고에서 이끌어낸 주요사실에 기초해서 증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서 환란위기가 닥쳐왔는지의 전후관계를 따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알맹이 있는 사실들을 이끌어내느냐가 경제청문회의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여당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특위의 신문 능력이다. 일단은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이경식 전 한은총재, 강경식 전경제부총리 등 관련 증인들은 경제이론에 관한한 프로급 인사들이다. 하나의 경제정책을 선택하는데는 다양한 조건이 존재하는데 이들 프로들은 언변과 경제지식으로 이런 조건들을 활용해 얼마든지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빠져나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조사특위 위원들은 아마추어급이 대부분이다. 몇몇 경제전문가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전력’ 을 볼 때 증인들이 내미는 두꺼운 방패를 뚫기에는 빈약한 창이라는 평가들이다. 장재식조사특위위원장은 “알량한 경제지식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용납치 않을 자신이 있다” 고 했지만 막상 증인신문의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경제청문회에서 밝혀져야할 핵심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환란을 초래한 직·간접적인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둘째는 이같은 엄청난 환란위기가 코앞까지 닥쳐오고있는데 왜 이를 조기에 인식하지 못했느냐하는, 우리사회의 ‘위기 조기경보능력의 문제’ 를 규명하는 일이다.

이런 문제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당사자들이 진지하게 조사에 응할 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경제청문회를 지나치게 정치게임으로 접근, 그런 여건을 만들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당초 국민회의와 청와대측은 지금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있는 환란의 책임이 구 정권에 있음을 경제청문회를 통해 분명히 해둠으로써 실업과 불황 등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의 화살이 현정권을 향해 쏟아지는 것을 막고 싶어했다.

자민련의 생각은 좀 달랐다. 경제청문회를 하면 YS와 민주계가 주표적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DJ정부출범이후 여권일부에서 끈질기게 나돌았던 민주대연합, 즉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근간으로 한 민주화세력의 재결합에 쐐기를 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자민련이 YS증인채택을 비롯해 경제청문회 강행에 국민회의보다 훨씬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민련이 경제청문회와 관련, 온건노선으로 돌아서 국민회의를 당혹스럽게 만들고있다. 일부에서는 자민련이 민주대연합 저지에 웬만큼 성공했다는 판단이 들자 이제는 내각제줄다리기 등에서 협상력을 높이기위해 한나라당과 YS쪽에 추파를 던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이 경제청문회에 처음부터 소극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환란초래 원인을 밝힌다는 것은 자신들의 집권당시의 실패를 규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회창총재를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신주류는 여기에서 좀 자유롭지만 경제청문회에 순순히 응했다가는 당내 민주계의 반발이 거세져 당 분란이 심해질 뿐더러 현재 이회창총재의 최대 지역기반이라고 할 수있는 부산·경남민심의 이반을 불러올 위험이 있었다.

이처럼 상이한 정치적 이해의 배경을 감안하면 여당 단독청문회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이런 한계때문에 이번주에 증인들을 상대로 한바탕의 푸닥거리를 벌이더라도 경제청문회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도출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음주로 예정된 김영삼전대통령과 차남 현철씨에 대한 증언도 별로 기대할게 없다. 두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할 뜻이 없음을 이미 분명히 했고 그렇다고 여당측에서 두사람을 증언대로 이끌어낼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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