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옹 고불총림방장 "뒤집히면 깨닫는 것이야"

01/28(목) 16:28

“깨달음이란 의식·무의식을 초월하고 시공도 뛰어넘어 자유자재한 자리에 도달하는 것이야”

“선수행은 인간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전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인데, 근본은 의심이야. 초등학교 때 100㎙ 달리기 해보았지. 그 때 어땠어. 달린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 주관과 객관이 하나 가 됐잖아. 선수행의 원동력인 의심은 주관과 객관이 따로 존재하는 분별의식 이 아니라 주관과 객관이 하나된 의심이지.”

“선수행을 하다 보면 삼매(三昧)에 들게 돼. 화두 한 가지로 간단없이 가득한 상태이지. 차츰 삼매에 드는 시간이 늘어나다가 무의식상태에 이르고, 그러다 경계가 바뀌어. 뒤집히는 것이지. 뒤집히면 깨닫는 것이야”(이 때 백양사 운문암에서 수행중인 금강(金剛)스님은 예를 들어 ‘산은 산, 물은 물’ 이었다가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라는 과정을 거쳐 ‘산은 산, 물은 물’ 인 경지에 이르는 것이 ‘뒤집음=깨달음’ 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만난 고불총림방장 서옹(西翁·88)스님은 “싸우는 스님들만 있는 게 아니야” 라며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나 포이에르바흐의 ‘이성적 인간’, 마르크스의 ‘경제적 평등’ 개념과 같은 서양철학은 한계에 다달았고, 선사상만이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서옹 스님은 “서양철학은 분별의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인 나는 주인이 되고 객관인 사유대상은 종이 된다” 며 “현실을 자비·화합으로 보지 않고 분열·대립으로 여기는 것도 맹점” 이라고 비판했다.

서옹 스님은 또 “문 밖 상황이 그대로 보인다든지 하는 신통(神通)은 선수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 작용” 이라며 “신통은 사(邪)된 것이며 여기에 집착하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고 덧붙였다.

노구에도 백양사에서 5일에 한 번 벽암록(碧巖錄·선불교의 사상과 정신을 담은 제일서)강의를 하던 스님은 조계종 폭력사태 이후 2, 3일에 한 번씩으로 강의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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