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340억 밀반출사건 "사기극이다"

01/28(목) 18:57

340억원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한국까르푸㈜가 이번에는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불·탈법을 자행, 거액의 관련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의 부동산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대구 동구 검사동의 대구동촌점 부지.

의혹의 발단은 9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의왕시에 주소를 둔 김기상(46)씨는 한국까르푸 대구동촌점이 들어선 대구 동구 검사동 944의 27일대 부지 2,894평을 임모(51)씨 등 7명으로부터 60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거래당사자인 김씨는 당시 토지거래 신고구역이었던 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관할구청인 대구동구청에 사업목적과 계약내용을 신고토록 규정한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했다. 이때까지만해도 김씨와 한국까르푸간 거래관계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수면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에는 문제의 부지에 대해 한국까르푸가 97년 3·10월 두차례에 걸쳐 19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것으로 되어있다. 보통 근저당의 경우 실제가액의 130%를 설정하는 관례로 봤을때 김씨는 한국까르푸에 140여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 셈이 된다.

이에따라 한국까르푸가 사실상 김씨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부지를 매입했으며 이는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토지거래 관행상 양자간 거래를 통해 매매당사자가 부동산을 사고 팔아야 되는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관할 구청에 조사와 고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동구청이 진상조사에 나서게 되자 한국까르푸측은 같은해 12월 부랴부랴 김씨와 체결했다는 토지매매계약서를 제출했다. 11월5일자로 작성된 것으로 신고한 이 계약서에 따르면 한국까르푸는 김씨로부터 이 부지를 173억6,592만원에 매입했다.

현행 양도소득세법에는 ‘2년미만 보유한 부동산을 팔 경우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하고 1년이내는 실거래액, 1∼2년은 기준시가 차액분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지를 매입한지 8개월만에 11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김씨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56억원.

그런데도 김씨와 한국까르푸는 묘한 방법으로 이 세금부담을 회피했다. 계약일은 97년 11월5일이지만 잔금 결제날짜를 1년1개월째가 되는 98년 4월30일로 맞춘 것이다. 한국까르푸와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인 17억3,659만원, 중도금 147억6,103만원, 잔금 8억6,829만원으로 설정한 김씨는 지난해 6월29일 주소지관할인 경기 동안양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사전신고를 통해 980만원만 납부함으로써 손을 털었다. 56억여원의 세금이 980만원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법규를 이용한 절세라면 절세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까르푸측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아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개월전 개점해 고객들을 받고 있는 대구동촌점의 부지 소유주는 현재도 김씨로 돼있는데다 190억원의 근저당 역시 고스란히 남아있다. 소유권마저 이전하지 않은 한국까르푸측은 어차피 내야할 대구동촌점에 대한 12억원대의 취득세와 등록세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결국 남의 땅에 건물을 지어 장사를 하고있는 셈인 한국까르푸에 대해 세간의 따가운 눈길이 그치지 않고 있는데도 관할 대구동구청과 동안양세무서, 대구동부경찰서등의 대응은 이상할 정도로 미온적이다.

한국까르푸의 탈세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의혹에 대해서는 내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다 이미 국토이용관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김씨와 까르푸측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말 지명통보로 기소중지해 불기소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진상조사가 중도에 그친데 대한 세무서와 행정기관, 경찰의 한결같은 해명은 김씨가 국내에 없다는 것.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사건당사자 김씨의 행방이 묘연해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씨가 있어야만 과연 정상적인 계약을 통한 거래인지, 아니면 탈세를 위한 편법계약인지 여부를 밝힐 수 있는데 당사자가 없으니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불기소처분으로 김씨는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지 않아도 강제연행되지 않는데다 공소유지시한이 2000년 11월19일까지여서 김씨가 제발로 걸어와 조사를 받지 않는 한 면죄부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1년 이상 끌어온 의혹에 대구 지역 언론사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한국까르푸측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 회사는 침묵으로 일관,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까르푸측의 외화밀반출 혐의에 대해 당시 한국까르푸의 사장과 부사장이 공모한 국제사기사건으로 결론을 내리고 까르푸본사와의 관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 지검 외사부는 최근 한국까르푸측의 고발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한 결과 당시 한국까르푸 사장인 베르나르 엘로아씨와 국제변호사출신인 부사장 김태영씨등이 97년 3~11월 한국까르푸의 대전등 8곳의 영업부지를 구입하면서 매입자금을 과다계상해 프랑스본사로부터 1,540억원을 송금받아 이중 340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스위스은행에 밀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검찰은 이에따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파악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결과로는 당시 까르푸본사는 토지매입과 점포개발을 한국까르푸에 전적으로 위임한 뒤 대금을 지불해 수백억원대의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러나 한국까르푸 사장등이 개입한 점으로 미뤄 까르푸본사의 관여 여부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이 부분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까르푸측은 검찰조사결과에 대해 “주식회사인 한국까르푸의 일부 인사들이 저지른 비리로 프랑스에 본사를 둔 까르푸의 명예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회사내 개인비리를 회사자체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구지역 경제인들은 한국까르푸가 과거 임직원들의 비리와 결별하는 차원에서라도 대구동촌점 부지매입을 둘러싼 의혹을 말끔히 해명해야 하며 국세청과 관할구청, 경찰도 대구=전준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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