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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협] '분쟁의 싹'만 키운 한일어업협정

어민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어업협정은 이같은 양국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과연 어떻게 공동으로 영위할 것인지를 약속한 국제협정이다. 21세기 양국의 해양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대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지난달 말 상황은 한 마디로 폭풍우를 동반한 먹구름의 기류가 양국 해안을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협정을 지키자는 숭고한 정신은 없고 상대국 영해 불법침입과 어선 강제나포 등 무협정 상태를 방불케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인 국가간의 이해득실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번에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간에 풀리지 않는 독도소유문제와 어업분쟁은 21세기에 더욱 첨예한 대립관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불공평한 어협체결

이미 국내에선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한일어업협정의 부당함이 주요 정치 사회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야당측의 기세는 더욱 강경하다. 제2건국을 외치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기위해 독도와 어민들의 ‘보고’ 인 동해앞 바다를 담보로 일본측과 ‘제2의 을사조약’ 을 체결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면 정부측은 독도영유권과 한일어업협정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분쟁지역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독도가 이번 협정을 통해 한일양국의 중간수역으로 편입, 앞으로 국제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독도영유권과 연계된 중간수역제도를 수용한 것 자체가 독도분쟁의 빌미를 우리측이 일본에게 먼저 내보인 셈이라는 주장이다.

어민들이 받게 될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신어업협정을 계기로 우리 어민들의 피해 규모를 최소 1,309억원으로 보고있다. 반면 수산경제연구원은 직접 피해액이 2001년부터 연근해와 원양어업을 합쳐 2,405억원으로 간접 피해를 포함하면 5,019억, 부가가치면에서 1,902억원, 실직자 5,680명 등으로 피해규모가 무려 4조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일어협은 우리어민들에게 삶의 영위를 위한 국제적 협정보단 어민들을 벼랑으로 몰아세우는 조치라는 주장은 여기서 비롯된다.

◆변화

한일 어협은 우리 어민들에게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어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어장이었던 일본 근해에서의 조업이 새로운 체제에서는 사실상 금지되거나 극도의 제한적인 조업만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정이행을 위한 양국간 실무협의마저 지연되고 있어 우리 어민들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내 조업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에 벌써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정을 앞둔 서울지역 수산물시장에 따르면 한일 실무협의 결렬이후 지난달말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들어오는 가자미 위판물량이 평소보다 37톤정도가 줄었고 지난달 22~26일 물량은 15톤에 불과해 60%가 감소한 상태다. 이에따라 가자미 가격이 갑자기 26%가 상승하는가하면 장어 등 남해 통발조업 중단에 따른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앞으로 새로운 어업체계에서 우리 어민들이 넘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은 엄격한 조업조건이다. 일본 EEZ내에 입어하려면 지금까지와 다른 규제를 받게된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시행지침에 따르면 우리어선들이 일본 EEZ 내에 입어하려면 최소한 24시간전에 일본 수산청에 보고토록 돼있다. 그러나 보고과정이 5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어민들은 복잡한 보고절차에 시간을 다 보내야 할 상황이다.

업계는 “하루앞을 내다보기 힘든 바다로 나가면서 조업 하루 전에 입어 통보를 하라는 것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발상”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측에 보고할 일일보고서에는 조업개시및 종료시의 위도와 경도. 어구의 투망시간 등을 기재해야 한다. 또 오징어 채낚기의 집어등선과 선망 등선의 경우에는 점등과 소등 시간까지 자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이같은 지침은 양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어선의 일본 수역 어획량이 상대보다 월등히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까다로운 규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어민들이 껴안아야할 고통이다.

우리어선들의 어획량 감소도 불가피하다. 동경 134~136도선에 걸쳐 있는 대화퇴어장 상당부분이 중간수역에 편입돼 조업이 가능하게 됐지만 북해도 인근 등 일본측 EEZ내에 포함된 수역에서의 조업이 어렵게 됐다.

현재 우리어민들이 일본 근해에서 잡고 있는 어획량은 연간 대략 2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1,390억원이다. 대형선망(고등어,꽁치), 북해도 트롤어선(명태) 등 10개업종 1,600여척이 일본 관할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해마다 4만∼5만톤씩 일본측 수역에서 잡아오던 꽁치의 경우 새로운 협정체결로 연근해산 어획량이 6,000∼7,000톤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현재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쟁점인 저자망및 통발조업(게와 장어)의 경우 서일본수역 상실로 연 2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업 가능 수역에서의 어업활동 위축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협정이 조업 위반에 따른 제재조항을 매우 강력하게 규정함에 따라 심리적인 위축으로 어민들의 적극적인 조업활동도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남은과제

한일 양국의 후속 실무협상의 전망은 한 마디로 ‘구름낀 바다’ 를 연상케 한다. 3일 재개된 수산당국자 회담 역시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동해’ 와 ‘일본해’ 를 주장하는 자존심 대결의 양상이었다. 이런 험한 기류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지난달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이뤄진 양국의 실무협상에서 확인했듯 자국 어민의 보호와 어장확보에 최대의 관심이 쏠려있다. 특히 지난달 열린 수산당국자 회담에서 막판까지 걸림돌이 된 대게 저자망조업과 장어 통발조업에 대한 양국간 의견차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선 양국 어민들의 절박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모종의 타협점이 모색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양국 실무진들이 짊어져야 할 여론의 따거운 질책은 실무진들의 입장을 곤혹하게 만들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한일어업협정과 관련한 양국의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실무협상보다는 정치적 결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며 “자망어업과 통발어업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의견대립은 여전하지만 이번 협상에선 어떤 형태로든 접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망했다. 인본 근해에서의 자망·통발조업권을 확보하기위해 우리측 카드로선 일본어민들과의 분쟁을 방지하는 방안 등이 이미 제시된 상태다. 일본측 수역에서 조업을 계속하지만 우리 어선의 척수와 어구 크기를 대폭줄이고, 조업위치도 일본연안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으로 후퇴하는 이른바 ‘어장분리’ 방안이다. 하지만 일본측은 이들에 대한 ‘사용 절대불가’ 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양국내 여론이 비우호적으로 조성되는 등 돌출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번 실무협상 역시 최종결론이 도출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장학만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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