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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YS와 클린턴

여느 큰 사건처럼 이번 검찰파동도 숱한 ‘말’을 남겼습니다. 말이 중요한 생활의 무기인 율사들이 관련되어서인지 이번에는 말잔치가 더 풍성한 것 같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이종기변호사가 구속되기 직전 ‘내 작은 몸에서 나오는 붉은 피가 온세상을 적시는 듯합니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우리나라에서 소개비라는 원죄적 관행과 제도가 타파됐으면 합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의 바램과는 달리 현직 고검장의 항명과 그에 따른 면직, 내노라하는 검사들의 무더기 퇴진, 젊은 검사들의 ‘검찰 거듭나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시민들도 이변호사의 구속만으로는 안된다며 항의집회를 열면서 법조개혁을 주장했는데 집회참가자들은 ‘○○ 판·검사들한테 재판받은 것이 억울해서 못살겠다’는 차마 적어 옮기기도 두려운 말로 분노를 보였습니다.

시민들의 분노가 계속되자 한 검찰간부는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다’는 말로 ‘법조계가 이 사건으로 지나치게 지탄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이 정도로 그치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말은 안에서 계속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종기변호사 사건이 언론에 첫 보도된 지 꼭 20일만인 1월27일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심재륜대구고검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검찰 수뇌부가 먼저 물러나지 않는 한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은 과거 수많은 시국·공안사건과 정치인 사건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학생 운동권이나 재야에서 나올 법한 말이었습니다.

심고검장의 폭탄선언에 대해 검찰수뇌부의 대응은 일단 공식적인 것이었습니다. ‘인사와 제도개선으로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말 정도였지요. 다만 이원성대검차장이 ‘심고검장이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자 검찰조직 전체를 욕보이는 행위를 한데 대해 통탄한다’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긴 했습니다.

‘비리’가 드러나 사표를 내고 물러난 검사들도 말을 남겼습니다. 특히 최병국전주지검장은 ‘맹수는 병이 깊어지면 제 살을 물어뜯어 그것이 동티되어 죽음에 이른다’, ‘하늘이 착한 자를 돕지 않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라 흉악함을 더 기르게 하여 더 큰 형벌을 내리려는 것’이라는 통렬한 독설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검사장은 ‘나의 행동이 조직에 누가 된다면 기꺼이 떠나겠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 순간 피었다가 한 순간에 지는 벚꽃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간부들의 말이 이렇게 오가는 사이 젊은 검사들은 ‘희생양 처벌로는 면죄부가 안된다’며 검찰수뇌부의 퇴진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일단 평검사와 검찰수뇌부의 심야대토론에서 ‘앞으로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라는 말로 된 결의문 채택으로 끝납니다. 그동안 말을 아껴온 것 같은 김태정검찰총장은 말대신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언론도 이 와중에서 숱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중 가장 흔했던 건 ‘검찰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라는 투의 말입니다. ‘권력의 시녀’ ‘정치검찰’이라는 말도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항명은 보이고 외침은 왜 못보는가’라는 한 주간지 제목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만큼 이 말은 또 가장 오래갈 수도 있습니다. 검찰의 진정한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외침’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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