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빅딜, 타결까지는 '멀고 먼 길'

02/02(화) 18:14

재벌간 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이 뚜렷한 매듭없이 2월을 맞았다. 총수가 만나고 대통령까지 나서 중재하면서 1월중 뭔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으나 사실상 아무런 진전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번주 역시 주초부터 관련모임이 예정돼 있다. 부분적인 합의도 기대되지만 재벌간 이견이 얽혀있어 쉽사리 결론을 맺지 못하고 여전히 경제계의 최대 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더구나 빅딜지연에 따른 파장이 정치권으로 번져 빅딜은 이제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지난주부터 야당이 빅딜진앙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장외집회를 하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이를 무마하느라 잇단 모임을 열고 있다.

이와관련한 이번주 행사는 4일부터 시작될 경제장관들의 지방방문이 대표적이다. 이규성재정경제부장관등 11개부처 경제장관들은 4일부터 9일까지 전국 15개 시도를 찾아 민심수습에 본격 나선다. “지역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논의한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사실상 ‘빅딜파장 최소화’를 겨냥한 행사다. 빅딜이 그만큼 국내 현안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번주에는 따라서 ‘강압’에 가까운 정부의 중재와 ‘조속한 매듭’을 요구하는 여론이 재벌에게 온통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재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재벌들은 앞으로 청문회도 염두에 두고 빅딜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개인간 집한채를 팔고 사는데도 서로 최종 계약을 맺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수조원짜리 사업권을 주고받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는 없다. 특히 생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근로자문제까지 감안하다 보면 “그렇게 쾌도난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재계쪽 주장도 일리는있다.

새삼스러울 수도 있으나 빅딜의 최대 쟁점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 현안이 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딜은 현대와 LG의 반도체통합, 삼성과 대우의 자동차 전자 맞교환등 크게 두가지. 4대그룹 3개업종이 관련된 재벌빅딜이 쉽사리 타결되 못하는데는 그만큼 이견이 크기 때문인데 현단계에서의 최대 쟁점은 고용보장이다.

반도체의 경우 LG는 5~7년간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근로자들은 1월 24일부터 파업중이다. 고용보장이 관철돼야 한다면서 전직원의 90%인 8,000여명은 사퇴서도 제출하는 배수진까지 치고있다.정부의 중재로 이는 2000년말까지 보장한다는 선에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과 대우역시 삼성차 부산공장의 계속가동이 우선 쟁점이다.

그러나 고용문제가 해결돼도 최종 타결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현대와 LG의 경우 본게임인 가격협상등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다. LG측은 주식총액과 프리미엄, 향후 5년간 시너지효과의 반분, LG반도체가 보유한 캐시플로우등을 감안하여 7~8조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가 제시하는 금액은 2조원선.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상황이다. 삼성과 대우의 빅딜역시 대우의 요구인 삼성자동차 계속 가동에 따른 손실보상과 부품사 매입거부등이 마무리돼야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다.

통상문제도 상당기간 경제계의 쟁점으로 자리할 것 같다. 한미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이미 WTO제소방침을 분명히 했고 한미통상현안을 다루기 위해 리차드피셔 USTR부대표가 서울에 왔다. 미국이 301조를 부활해 놓고있어 ‘금융위기뒤 무역전쟁’이라는 일부의 예상이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 앞으로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청문회도 큰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으나 여전한 주목대상. 이번주는 특히 환란원인과 기아사태에 대한 추가신문에 이어 한보와 PCS(개인휴대통신)사업 비리의혹, 종금사 인·허가의혹 규명작업이 이어진다. 증인으로 정태수 전한보그룹총회장 부자와 김기섭 전안기부차장은 물론 김현철씨도 채택돼 상황에 따라서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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