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인터넷거래로 효과봤어요"

02/02(화) 18:02

1월23일 오전10시 경북 칠곡군 지천면 낙산리 446 칠곡토종홍화농장에는 김성훈농림부장관이 한 농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농림부가 올해 처음으로 선정한 ‘신지식농업인’ 배문열(40)씨가 그 주인공.

인터넷과 PC통신으로 농촌의 전자상거래 시대를 개척한 배씨의 성공사례 발표가 끝나자 김장관은 배씨가 개설한 칠곡토종홍화농장 인터넷홈페이지(http://www.honghwa.co.kr, http://www.honghwasi.com)를 통해 홍화씨 90만원어치를 신용카드로 온라인주문했다. 김장관은 또 홍화씨 가공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농민들이 힘들여서 농작물을 수확해 놓고선 판로개척을 못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시와 농촌간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거래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전자가상거래로 98년 매출액 1억 넘겨

배씨의 하루는 새벽5시 컴퓨터를 부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만8,000명을 넘어선 홍화농장의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수를 본 즉시 온라인주문 내용을 확인한다. 한글과 영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외서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이 농장의 98년 매출액은 무려 1억3,000여만원. 전자상거래가 아니면 불가능한 액수였다. 더구나 그는 농장을 연 지 4년만에 이런 성과를 거둬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배씨는 7년간 월급쟁이로 일해오던 대구의 한 섬유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삶의 터전을 잃고 94년 고향인 칠곡으로 돌아와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때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한권의 책이 있었다. 한의학서적인 ‘신약본초’ 였다. 이 책을 들춰보던 그는 ‘산삼’ 과 ‘죽염’ 을 거쳐 ‘홍화’ 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꽃과 씨가 뼈질환을 다스리는데 특효를 보이고 있어 골다공증 및 관절염환자에게는 최고’ 라는 대목에서 그는 홍화로 일어설 결심을 굳혔다. 칠곡에 농장부지를 마련하고 홍화를 소개한 모든 책을 닥치는대로 섭렵했다. 잘 된다는 홍화농장도 찾아가 노하우를 익혔다.

그러나 엉겅퀴처럼 생긴 국화과 1년생인 홍화는 그렇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홍화의 수확기인 7월중순이 장마철과 겹치면서 꽃봉오리가 썩어들어가 2년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몇달동안 애써 키운 홍화가 장마기간 3∼4일의 장대비에 맥을 못추는 것이었다. 주위에서는 “다시 월급쟁이나 하라” 며 배씨를 만류했고 그도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샜다.

◆귀농 3년만에 ‘결실의 기쁨’ 맛봐

3년째 접어든 96년 배씨는 드디어 결실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7,000여평에 이르는 농장이 높이 1㎙남짓한 붉은 홍화 물결로 뒤덮히면서 그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놀라움으로 뒤바뀌었다.

“밭갈이하는 2월께 퇴비를 많이 주니까 홍화가 장마에 강해지더라구요. 유황까지 같이 뿌려주면 약효까지 좋아져서 홍화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토종홍화에 대한 배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화학비료를 쓰면 수확량은 늘어나지만 약효는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최근 중국산 홍화씨가 판치고 있지만 약효는 토종홍화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농장에서 엄청난 양의 홍화가 쏟아지자 이번엔 유통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서울 경동시장과 대구 약전골목 등 전국의 한약재상을 다녀봤지만 판로는 신통치않았다. 여기다 중국산 홍화씨까지 범람해 출혈경쟁까지 벌여야할 판이었다.

이때 처남에게 빌린 386 구형컴퓨터를 활용하면서 그는 ‘사이버농사꾼’ 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PC통신 천리안과 하이텔에 가입한 그는 통신방의 광고홍보란에 ‘홍화’ 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매일저녁 통신가입자 200여명에게 전자우편(E-Mail)을 보내 수신자가 5만여명에 이르러자 주문이 쇄도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해외판로도 개척

배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는 인터넷에 칠곡토종홍화농장 홈페이지를 개설한 후 9월에는 영어와 일본어로도 소개하면서 판로를 해외로까지 개척했다. 당연히 컴퓨터도 펜티엄급으로 교체했다.

이 인터넷 홈페이지는 홍화의 성분과 효능, 성분검사, 재배하기 위한 토양과 유의사항, 홍화씨 먹는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이 소개돼있어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택배로 부치자 홍화값도 훨씬 내릴수 있었다. 분말 1근에 10만원하는 홍화씨를 8만5,000원에 팔았는데도 지난해 매출이 1억3,000여만원이나 됐다. 이중 인터넷홈페이지를 본 미국 및 브라질교포가 7건을 주문해와 300여만원어치를 판매하면서 해외판로도 뚫었다.

“고객들이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택배로 홍화씨를 받게 한 후 돈을 보내도록 합니다. 인터넷상으로 신용카드 할부도 가능합니다.”

7,000여평에 이르는 배씨의 농장에는 놀랍게도 직원이 따로 없다. 배씨와 부인 권현미(37)씨가 사장 겸 직원이다. 단지 3월10일께 홍화씨앗을 뿌릴때와 7월중순 수확철에만 수십명의 일용직근로자를 고용하면 그만이다.

저장에도 걱정이 없다. 보통온도에서 창고에 저장해도 홍화의 약효가 유지되기 때문에 1년내내 주문을 받고 있다. 다만 홍화씨 가공을 위해 시골방앗간을 이용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불편이 있지만 곧 해소될 전망이다. 김농림부장관이 “선도농업인에게는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겠다” 며 배씨에게 가공시설 사업계획서를 올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 컴퓨터와 씨름하는 ‘사이버농사꾼’

배씨는 고객관리에도 철저하다. 이미 2,000여명의 단골고객을 확보한 그는 지난연말 연하장을 6,000여장이나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한번 홍화를 복용해 약효를 본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주위에 소개하기 때문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는 것이 그 이유다.

“토종홍화씨를 먹고 큰 효과를 봤다” 는 말에 가장 감동하는 배씨는 가끔씩 반품이 도착할 때가 가장 가슴아프다. “홍화씨 거래는 신용이 생명입니다. 반품은 곧 고객이 저를 믿지 못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반성도 많이 합니다.”

하루 5시간은 꼭 컴퓨터에 붙어 사는 사이버농사꾼 배씨는 이번에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면서 우리 농업도 온라인을 통한 판로개척에 힘쓰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보화사회는 대도시에만 해당되는 용어가 아닙니다. 온라인망을 이용하는데는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정보화의 사각지대인 농촌에서 컴퓨터를 십분 활용하면 상상 이상의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칠곡토종홍화농장 연락처는 (053)355-7241, 312-4996. 전준호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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