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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쏘고, 북한 덤비고...'한반도 위기론' 실체는?

‘99년 한반도 위기설’ 이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 연말 ‘주간문춘’(週刊文春)의 보도로 시작된 시사주간지들의 보도 경쟁이 새해 들어서도 잦아들 기미가 없다. 구체적인 군사장비 이름까지 들어가며 미국의 대북 공격 상황을 예측하는 데까지 이르러 있다.

일본 국민들이 최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있는 미국의 대북공격 시나리오는 대강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미국의 1차 공격 목표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영변의 소형원자로와 건설공사가 중단된 대형원자로, 핵연료 재처리시설, 영변에서 북서쪽으로 24㎞ 떨어진 태천의 건설공사가 중단된 대형원자로, 또 그 북서쪽 금창리에 건설중인 지하시설이다. 여기에 무수단 인근 노동과 대포동의 미사일 시험장 및 탄도미사일 공장, 개마고원 북쪽 용어동과 휴전선 인근 지하리의 미사일 발사기지, 화학무기 공장, 탄약고 등도 1차 공격 목표에 포함된다.

◆북한 핵시설에 미사일공격 감행, 초토화

이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대공레이다와 방공지휘소, 대공미사일 진지를 먼저 두드려야 한다.

지하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미국은 열화우라늄탄과 GBU탄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 ‘B61 MOD11’ 은 열핵폭탄으로 반경 4.5㎞ 이내를 초토화할 수 있으나 국제여론으로 보아 특수폭탄인 GBU 사용 가능성이 크다.

GBU는 레이저유도형 통상폭탄으로 F111 등에 탑재한 GBU27은 2.4㎙, F15가 장착한 GBU28은 6㎙, B1B가 장착한 GBU37은 그 이상 두께의 콘크리트벽을 간단히 파괴할 수 있다. 특히 GBU는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지하집무실을 때리지 못한 이후 성능이 크게 개량돼 반복 공격을 할 경우 지하 200㎙까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이같은 공격에 대한 북한의 전면적인 반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휴전선 일대의 북한 전력을 마비시켜야 한다. 이미 배치된 사정거리 약 500㎞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스커드C, 사정거리 70㎞의 FROG로켓, 장거리포, ‘서울 불바다’ 주장의 토대인 240㎜ 다연장로켓포 등의 기지를 파괴해야 하고 특수부대 수송용 잠수함도 동시에 공격해야 한다.

이같은 공격에는 수상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순양미사일 ‘토마호크’, 전략폭격기 B1B와 B52H, 레이더 반사가 F15전투기의 100분의 1 이하인 F117 등이 참가한다. 미군은 일본과 한국에 전투기와 공격기 280기를 갖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나 본토에서 수백기를 추가로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연합사는 공동작전계획 ‘OP5027’ 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으며 그동안의 방어계획과 달리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곧바로 서해안과 동해안 동시 상륙작전에 의한 평양 점령→김정일체제 전복→북한 전역 해방→한국 관리라는 공세적 전략개념으로 바꾸는 것이 주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북한 ‘붕괴작전’ 수립

이런 내용의 대북 공격 시나리오가 빠뜨리지 않는 것이 북한 군사정세의 변화. 94년 ‘북한 핵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의 반격으로 수만명의 미군이 희생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군사적 선택을 포기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북한의 전투기는 500기 정도이나 미그29 14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의미가 없는 구식 전투기라는 것. 미그23 46기 이외에는 모두 50년대에 설계된 미그17, 미그19, 미그21 등이다. 더욱이 90년 한·러수교 이후 러시아가 부품 외상판매를 거부해 실제 운용가능한 전투기는 절반을 조금 넘을 수준이며 그나마 미그29 파일러트의 연간 훈련비행 시간이 9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또 SA2, SA3 등 대공미사일은 50년대의 구형이어서 전파방해에 취약한데다 주간이면 위협이 될 견착식 소형미사일이나 대공포 등은 야간 공격에는 거의 의미가 없어 미국의 ‘핀포인트(Pinpoint) 공격’ 은 적은 희생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한반도 위기설’ 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자세 경화에 따른 대북 공격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왜 미국은 북한 공격을 선택한다는 것일까.

일본에서 미국의 대북 태도 변화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10일 윌리엄 페리 미국무부 대북정책 조정관의 방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페리조정관은 일본 방위청 수뇌부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미국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 며 “미국의 대북 인식이 94년 제네바핵합의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고 밝혔다. 특히 그를 수행한 미국방부 담당관은 트럭과 화물 내용까지 식별가능한 선명한 위성 사진을 펼쳐 보이며 “몇몇 지하시설은 그 규모로 보아 충분히 핵개발에 대응할 만한 것으로 곧바로 핵탄두를 제조할 단계는 아니지만 방치할 수 없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1월11일 일본을 찾은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며 ‘대화를 통한 북한 핵의혹 해결’ 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그는 일본 정부와의 물밑대화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정세 ‘불투명·불확실’ 분석

일본 외무성과 방위청의 공식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외무성이 지난 연말 내놓은 ‘국제정세 전망’ 보고서는 미국의 대북 태도가 경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 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에 나온 방위청의 ‘북한 정세 분석’ 보고서도 지하 핵시설 의혹을 둘러싼 북미 교섭이 암초에 부닥칠 가능성을 제기, 그 경우 미국이 올봄 강경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지하핵의혹과 미사일 발사기지가 이같은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방위청은 북한이 금창리에 원자로와 핵재처리시설, 태천에 지하핵시설, 구성에 기폭장치실험장 등 지하시설을 건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동과 대포동 이외에도 개마고원 북부 용어동과 휴전선 인근 지하리에 새로운 지하 미사일 발사기지를 건설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정세분석이 북미협의의 시한과 맞물리면 자연스럽게 ‘올봄 위기론’ 으로 귀결된다. 미의회는 지난해 10월 7개의 조건을 달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사업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 3~5월에 집행될 1차 지원 예산 1,500만달러는 의회가 북미협의의 진전 상황을 봐가며 3월1일 결정한다. 더욱이 2차 지원이 시작될 6월1일까지 미행정부는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의회에 확인시켜야 하며 북한과 지하 핵의혹 시설 사찰에 합의하고 미사일 협상에서도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이 때문에 미행정부는 2월말까지 북미협의가 진전되고 5월말까지 타결에 이르러야 한다는 시한에 쫓기고 있다. 시한 이전에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지만 북한의 요구대로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의회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 미행정부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융화책에 강경책을 섞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코언장관은 방일시 ‘당근과 채찍’ 을 언급,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미국공격조짐에 ‘선제공격’ 가능

북미협의가 최종 결렬될 경우 미국의 KEDO 지원금 동결은 자동적으로 제네바합의의 파기로 이어진다. 미국은 전략적인 이유에서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은 물론 금창리 등 의혹 시설의 완성을 막아야 한다. 일단 핵개발이 진행되면 군사적 대응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핵물질이 반입되지 않은 단계에서 지하시설을 공격해 파괴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팔짱을 끼고 있을 리는 없다. 미국이 분명한 공격 움직임을 보일 경우 북한은 반드시 국가 운명을 걸고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한미연합군의 전면 반격에 의해 괴멸상태에 빠지겠지만 그때까지 한미연합군과 민간인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문제가 유엔에 상정되기 직전에 이런 군사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위기론자들은 미국이나 북한 양쪽의 움직임으로 보아 올봄은 ‘긴장의 시기’ 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주둔 미제3공군의 F15E 전투기와 가데나(嘉手納)기지로 옮겨오는 것 ▲미본토에서 F117 전폭기가 가데나기지나 한국으로 이동하는 것 ▲오키나와(沖繩)의 미제3해병사단이 7,000명으로 증원돼 전시편성을 이루는 것 등을 구체적인 위기의 징조로 주목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 방위력 증강 위한 분위기 조성의도 시각

이같은 한반도 위기론이 지난해 8월 북한 로켓발사 실험을 계기로 고조된 일본의 안보불안에서 비롯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움직임을 위기 고조의 변수로 끌어다 붙이는 측면도 강하다.

또 이같은 위기론을 ‘승인’ 하고 있는 방위청의 태도는 장비납품 비리를 둘러싼 여론의 화살을 피하고 방위력 증강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와도 분명 관련이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위(TMD) 구상에 참여하기 위해 4월 시작되는 99회계년도 예산에 연구비를 책정했으며 정찰위성 도입 방침도 확정했다. 장거리수송기의 도입이나 공중급유기의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안보 위기론을 타고 야당의 반발도 크게 누그러졌다.

한편으로 미국도 일본의 ‘한반도 위기론’ 을 자극하고 있다. 대북 협상을 위한 카드로, 또 미일안보의 최대현안인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로 주일 미군에 대한 자위대의 지원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이라크와 동일하게 비교하는 위기론의 헛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군사 충돌의 확대 가능성이 있는데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까지를 고려하면 미국의 선택은 제한돼 있다. 북한도 자멸을 부를 전쟁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 핵의혹은 북한이 한미 양국과 접근해 해결하게 될 것이고 시간을 걸리겠지만 극적인 사태전개는 어렵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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