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조치훈 "고바야시가 스타일 구기네"

02/04(목) 18:02

일본 바둑사를 새로 쓰고있는 ‘영원한 일인자’ 조치훈. 그에게 아직까지 극복해야할 과제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랭킹1위 기성전을 놓고 자웅을 겨루고있는 고바야시 고이치와의 상대전적을 앞서는 일이다.

현재까지 조치훈은 현역이건 퇴역이건간에 일본기사중 유일하게 고바야시에게만 역대전적 55승57패로 뒤져있다. 고작 2승차. 이젠 거의 손에 잡힐만큼 따라붙은 단계다.

지금 매치를 벌이는 기성전에서 2승 무패로 앞서가고 있는 조치훈이 만일 이 상대 전적을 의식한다면 4:0으로 통쾌하게 방어하고 볼 일이다. 물론 방어전이 더 우선 이긴 하지만 일본바둑사상 최고가는 라이벌이었던 두사람의 관계를 감안하면 기성을 방어하더라도 여하히 방어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실 조치훈이 상대전적으로 고바야시에게 뒤진다는 사실을 아는 팬은 드물다. 어린시절, 6세 연상이던 고바야시가 아무래도 조치훈을 많이 이긴 탓이 크긴 하지만 서로 전성시절을 거치던 80년대에 조치훈이 지겹도록 그를 능가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조치훈이 상대전적에서 ‘아직도’ 뒤져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외다.

조치훈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히며 대삼관 2회째를 이루던 95년 즈음엔 사실 상대 전적을 좁히기는 불가능해질 정도로 벌어졌다. 조치훈이 자꾸 패해서가 아니라 고바야시가 끊없는 나락으로 빠지는 바람에 서로 맞붙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95년경엔 상대 전적에서 6승차가 나 고바야시가 올라오지 않으면, 그래서 5번기든 7번기를 붙지않으면 그 격차는 좁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96년 명인전에 고바야시가 올라온 건 다행이었다. 당시 조치훈은 4승2패로 방어에 성공했는데 그 결과 4승차로 육박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기성전을 맞은 것이다. 지금까지 2승무패이니 총 2승차로 좁혀진 것이다.

이제와서 조치훈이 고바야시에게 2승차를 좁히는 건 시간문제에 속한다. 고바야시가 예전에 육박하는 기량을 회복하여 일본 7대 타이틀홀더로 복귀할 정도이니 최소 1~2년간은 자주 만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붙는 족족 조치훈이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상 세번을 만나면 두번은 이길 수 있다는 평가이고보면 이론적으로 약 여섯번을 만나면 조치훈은 대망의 타이스코어를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조치훈이 케케묵은 전적까지 들춰내어 ‘독하게시리’ 고바야시를 꺾어야하는 건 순전히 그의 명예유지를 위해서이다. 작년말 조치훈은 일본바둑사상 네번째로 대망의 통산1천승을 한 바 있다.

사카다 린하이펑 가토 등 내로라하는 기사들이 평생을 이루어놓은 성과를 그들보다 10년이상 연하인 조치훈이 간단히 올라섰다는 점은 경이에 속한다. 따라서 이제는 시간만 지나가면 통산 최다승같은 ‘통산’ 이란 글자가 붙은 기록은 전부 조치훈의 수중에 떨어진다. 따라서 아주 사소한 개인간의 기록인 상대전적에서 조치훈이 눌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옥에 티’ 일 것이다.

조치훈이 1, 2국을 연승하며 기세좋게 출발한 기성전 제3국은 2월 3일 또다시 속개된다. 만약 이 바둑을 조치훈이 이긴다면 의외로 상대전적에서 대등해질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진다고 하겠다. 이미 3:0으로 기운 시리즈를 대역전을 위해 발전을 시도할만큼 고바야시의 힘은 강하질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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