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KBS, MBC는 과거청산 의지 보여야"

02/10(수) 16:08

“방송사의 구조조정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KBS와 MBC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오면 그것을 기본으로 개혁의 방향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사가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나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안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KBS는 정부의 정책을 대변했고, MBC는 학생과 시민, 종교단체의 용공 매도에 나섰던 과거를 갖고 있다. 각 방송사는 잘못된 역사의 뿌리가 아직도 남아있지 않은가를 냉정히 평가하고, 자아반성하고 이를 청산한 뒤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사의 개혁을) 할 수 밖에 없다.”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방송개혁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강원용위원장의 이야기는 KBS와 MBC의 대대적 개혁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이었다. 당초 라디오발전방안, 지상파 디지털방송 실시시기등을 확정·발표하는 자리였지만 강위원장에게 쏟아진 질문과 대답은 두 거대 지상파방송인 KBS와 MBC의 개혁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강위원장은 방송개혁위원회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관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삐죽삐죽 나오고 있는 방송정책에 관한 ‘개입’을 간단하게 ‘망발’이라고 규정한 뒤 비장하게 KBS와 MBC의 반성과 개혁을 이야기했다.

비록 ‘개인적 소신’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사자인 KBS와 MBC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방송사 간부들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신문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의 분위기를 알려했고, 하소연에 가까운 입장표명을 하기도 했다.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노조와의 갈등등 내부적인 문제도 좀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너무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등 볼멘 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크게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고 자평하지만 외부에서는 “꼬리만 자른 공룡“이라는 비판이 일기 때문이다.

지난달 KBS와 MBC는 방송개혁위원회에 입장이나 제언이라는 형식으로 개혁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두 ‘입장’이 하나같이 기득권 유지에 필사적인 내용으로 똘똘 뭉쳐 있어 위원회를 크게 노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냈다.

KBS는 ‘방송개혁위원회 의제에 대한 KBS입장’이라는 문건에서 ‘2TV분리

불가’를 원칙으로 내세웠고 “KBS가 편파성 및 비효율적 경영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정치적 독립성과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해 온 각종 규제에 상당부분 그 원인이 있다”면서 과거 잘못의 이유를 정치권과 규제에 돌렸다.

그리고 공영방송원칙에 충실하려면 2TV광고를 폐지하거나 줄여야 하며 이에 따른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신료문제는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선 개혁, 후 인상’론을 내세우는 부분이다.

MBC는 ‘방송개혁을 위한 MBC 제언’에서 애매한 논리로 공·민영 요소가 혼재하는 현상태의 유지를 주장했다. “공영적 이념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문화적 공백을 메우고 양 구조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현행대로 ‘공적 소유의 주식회사’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과 민영의 편리한 점을 모두 취하겠다는 욕심을 읽을 수 있다. 반면 중간광고에 대해서는 “외국의 사례와 시청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그 필요성을 역설했고 KBS2의 광고 축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자사의 광고시간을 확대하면서 KBS의 광고축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린게 명확해 방송개혁위원회 위원들을 흥분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쓸데없는 입장표명’ 때문에 오히려 적들만 양산해 놓은 KBS와 MBC가 평범한 개혁안으로 방송개혁위원회를 달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안의 마감은 13일. 스스로 획기적인 안을 만들지 않으면 KBS와 MBC는 타율에 의한 전대미문의 개혁에 휩싸일 수도 있다.

권오현·문화과학부기자 <<한/국/일/보 인/터/넷/접/속 C*D*롬 무/료/배/포 ☎92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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