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어업협정에서는 한·일어업협정과 같은 불상사가 없을까? 동·남해안 어민들의 분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중어업협정 발효를 앞두고 있는 서해안 어민들의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어민들은 한·일어업협정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우고 있다.

전승규 해양수산부차관과 치징파(齊景發) 중국 농업부 수산담당 부부장은 3월17일부터 해양수산부에서 가서명된 양국간 어업협정의 발효를 위한 협의회를 가졌다. 협의회에서 우리측은 서해와 남해 등에서의 새로운 조업질서 구축을 위해 어업협정이 빨리 발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실무당국자간 협상을 이른 시일내에 서울이나 베이징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협의회에서는 또 서해 어업자원 관리와 민간교류 활성화, 중국어선의 긴급피난 문제 및 불법조업에 따른 어업질서 유지, 수산물교역, 서해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11월 김대중대통령의 중국방문때 가서명된 한·중어업협정은 양국 사이에 놓인 바다를 연안국의 배타적권리가 미치는 배타적 어업수역, 양국 어선의 공동조업이 가능한 잠정조치수역, 양측 이해관계가 얽혀 성격규명을 유보한 과도수역 등 3개로 구분하고, 수역면적을 이등분했다.

과도수역은 양측의 배타적 어업수역을 따라 20해리 폭으로 각각 설정됐으며, 4년 경과후 연안국의 배타적 어업수역으로 귀속되도록 했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이의 제기가 없는 경우, 자동연장된다.

서해·남해어민들 갈등 우려

그동안 협상일정을 정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중국측이 이번 협의회에서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힐 경우 조만간 한·중어업협정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한·중어업협정의 발효로 어민들이 피해가 가중될 경우 어민들의 반발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되면 서해와 남해 등에서의 조업구역 등 새로운 조업질서를 구축하면서 어민들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전남도에서는 한·중어업협정이 체결될 경우 근해 안강망 등 어선 460여척이 감척되고 선원 4,000여명이 실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한·중어업협정이 정식 체결될 경우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동중국해 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전남 선적 근해안강망과 근해유자망, 근해통발, 대형기선저인망 등각종 어선 468척의 감척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해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 800여척의 60%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이로인해 4,000여명의 선원들이 바다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전남도는 이에따라 이들 어선의 감척사업비 1,037억원과 실직 선원들의 실업보상비 120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도는 이에앞서 어로수역 변경과 어로방법 전환에 따른 어구 교체 등 경영개선 및 안정자금 344억원을 우선 지원을 이미 건의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전북, 충남, 경기도도 비슷한 처지다.

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어민들의 걱정에 대해 한·일어업협정과 한·중어업협정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우리가 쫓기는 입장이지만 중국과는 반대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중어업협정을 중국이 5년간이나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다가 김대통령의 방중으로 가서명된데서 잘 나타난다고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 어선들의 우리영해 침범 조업이 잦은 것이 그 대표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한편 서해지역의 경계와 자원을 둘러싸고 남북한과 중국 등 관련국간의 마찰이 심화할 것에 대비,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아·태지역 해양문제와 지역안보’ 라는 보고서에서 아·태지역에는 중국, 북한, 일본 등 일부 국가가 기선을 설정함에 있어 ‘직선기선’ 제도를 무리하게 적용, 해양관할권을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접국과 배타적경제수역 및 대륙붕에 대한 경계마찰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부존 가능성도 관련국간 해양경계 획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대표적인 수역으로 남북한과 중국 일본 3국이 각각 마찰을 빚고 있는 서해와 동중국해를 꼽았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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