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결과에 허탈, 강력반발

한·일어업협정 재협상이 3월17일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최종 타결됐으나 우리 어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실망” 이다. 당초 협상에서 누락됐던 쌍끌이조업이 허용(80척)되기는 했으나 입어척수와 어획량이 기대수준에 크게 못미치는데다 일본에 복어·백조기어장을 양보,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어민총연합(회장 유종구·49)이 이미 한·일어협협정의 무효화를 위해 이미 헌법소원을 낸 상태여서 어민들의 반발은 법정과 바닷가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되로 받고 말로 준’ 한심한 어업협상

쌍끌이선주협회는 “입어척수와 어획량이 크게 제한돼 결국 감척할 수 밖에 없는데 어느 선주가 선뜻 배를 버리겠느냐” 면서 “정부가 실수해 어민피해를 낸 만큼 향후 감척과정에서 반드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어민들간 분란만 조장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 어민들은 제주 연근해 어장에서 야간에 불을 밝혀 몰려드는 복어를 그물로떠 잡는 복어반두업을 일본측에 4척(11톤)에서 30척(300톤)으로 추가 허용한데 대해 “제주어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쌍끌이 조업 허가를 얻는데 급급했다” 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성산포선주협회 오복권회장(46)은 “일본에 추가로 양보한 백조기어장은 제주도내 연승어선의 옥돔잡이 황금어장인데 어획강도가 높은 일본 저인망어선이 휩쓸고 지나갈 경우 옥돔어장의 생태가 급격히 파괴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근해의 백조기로 어획량의 30%를 채우고 있는 전남 여수지역 어민들은 일본 저인망 입어척수 확대가 포획 및 대일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족보기 민망, 쫓기듯 거리로 나서지만…

남해안 항구마다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이 가득 차있다. 사실상 실직상태에 놓인 어선의 선원들은 한달이상 고기잡이를 나가지 못해 생계마저 위협받으며 긴 한숨만 토해내고 있다. 가족보기가 미안해 아침마다 낚싯대를 챙겨 바닷가로 나서지만 자식들 학비 걱정만 낚는다. 일자리를 찾아 나서보지만 막노동 자리도 없어 그저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해양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연근해 어선에 종사하는 선원수는 4만명가량.

한일어업협정발효이후 감척을 신청한 어선수는 부산 587척, 경남 310척, 경북 221척 등 모두 1,118척으로 정부가 어민보상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391척의 29배에 이른다. 정부가 감척신청을 모두 수용할 경우 줄잡아 2만명 가량의 선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해양노련은 어장상실로 인해 오징어 채낚기어선 366척, 통발어선 263척 등 2,888척이 조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선원 2만6,000여명이 실직한다. 전체 어선원의 65%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초적 현황파악 조차 못하고 ‘우왕좌왕’

한일어업협정이후 어업관련 업종의 2차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기초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해 피해지원대책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선 자치단체 등은 한일어업협정이후 어민들은 물론 수리조선과 고기상자제조업체 등 관련업종에서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기초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공무원이 현장조사에 나서지 않고 업종별 조합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정부기관들이 자료를 의존하고 있는 업종별 조합들도 대부분 유명무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통계가 부실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제대로 된 정책개발과 적절한 피해지원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수산관련 업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기초조사를 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수입수산물 ‘봇물’, 우리 식탁 점령

한·일 어업협정 발효이후 산지 또는 소비지 위판장으로 출하되는 국내산 수산물이 격감하면서 수입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갈치나 생태, 고등어 등 대중어종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 수산시장을 독차지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 관세청 수산시장 등에 따르면 생태의 경우 연근해산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갈치도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내산을 압도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지난해 1, 2월에 거래된 수입생태는 76톤에 불과했으나 올해 같은기간에는 315톤으로 증가했고, 고등어의 경우 국내산이 거의 출하되지 않는데다 중간 유통업자들의 냉동물 비축량도 동나면서 중국과 대만산이 시장에 집중 반입되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 1월 한달동안 수입냉동조기의 반입량은 9,379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968톤의 10배에 가깝다. 갈치도 지난해에는 1,779톤이 수입됐으나 올해는 2,536톤으로 늘었다. 관세청은 1월말 현재 전체 수입수산물이 5만6,622톤(9,886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1만8,624톤(3,689만9,000달러)에 비해 3배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어업협정으로 어민들의 위판량이 격감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어업협정을 전후한 수산물 위판 실적 조사결과 어업협정 전에는 2,421톤이었던 위판량이 협정후에는 1,591톤으로 34.3% 감소했다. 어종별로는 갈치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 채낚기어업이 금지된 데다 연승어업의 어획할당량이 지난해 어획량의 14.5%인 914톤만 배정돼 위판량이 53.9%나 감소했으며 참복의 경우 81.1%, 고등어 55.9%, 조기 51.2%, 오징어 16%, 옥돔 11.4% 줄었다.

이에 따라 수산물 수입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 연근해산 수산물은 위판량 감소로 가격이 더욱 올라 시민들의 가계를 압박할 전망이다.

부산=목상균 사회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