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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룡 미스터리]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있겠지요"

고위공직자와 부유층 등을 상대로 신출귀몰한 절도행각을 벌이는 ‘대도(大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절도범은 많이 털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은 별로 털린 게 없다고 해명한다. 이 와중에서 수사기관은 평소 범인이 잡히면 미제 사건을 굴비 엮듯이 엮는 것과는 달리 힘있고 돈많은 피해자들의 주장을 존중해주는 바람에 피해액이 줄어든다. 그러다가 낭패를 당한 사례들이 많다.

‘대도’ 조세형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82년 재벌회장과 고위 공직자 집만을 골라 금품을 훔쳐오다 붙잡혀 83년 2심재판중 탈주했던 조씨의 절도총액은 10억여원(당시 가격)이었음이 16년만인 지난해 밝혀졌다. 이는 조세형 검거당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축소신고했으며 경찰도 피해품 내역을 줄여 절반으로 축소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재판기록에서 확인됐다.

1심 재판기록에 따르면 당시 고위 경제관료였던 김모씨는 조세형에게 제일제당 약속어음 1,000만원권 12매 1억2,000만원, 기아산업 보증사채 1,000만원권 5매 5,000만원 등 약속어음과 보증사채 127장을 포함 5억여원 상당을 털렸는데도 700여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만 도난당한 것으로 발표됐다.

신분노출꺼려 가정부나 운전사 이름으로 조서꾸며

또 H제지 회장인 이모씨는 3.5캐럿 원형 다이아몬드 2개 2,300만원, 5.6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1개 5,200만원, 4.1캐럿 4각 다이아몬드 반지 1개 3,800만원, 나비형 비취 브로우치 2개 1,000만원, 기와집형 비취 반지 3개 2,000원, 사파이어 15개 2,000만원, 스타 루비 2개 3,000만원, 3캐럿 루비 2개 4,800만원, 8각 카르티에 여자시계 1개 2,000만원 등 모두 2억6,000여만원 상당을 도난당했는데도 경찰은 피해액을 1억5,000만원으로 추정했다. 피해자들은 또 신분 노출을 꺼려 가정부나 운전사, 부인 등의 이름으로 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의원을 지낸 신모씨는 5.75캐럿의 물방울다이아몬드 1개 2,000만원, 3.7캐럿 다이아몬드 1개 1,000만원, 여성용 필립박금시계 1개 500만원 등 4,200만원상당을 털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피해품중 3캐럿을 넘는 다이아몬드와 비취목걸이 루비 오팔반지 등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으나 경찰은 이를 2,000만~3,000만원으로 계산, 피해액을 줄였다. 보석상들에 따르면 현재 3.5캐럿 다이아몬드는 최상급이 개당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하지만 실제 최상급 다이아몬드는 시중에서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아 부르는게 값이다. 특히 2,000만원으로 계산된 8각 카르티에 여자시계는 최고 상류층들이 주로 구입하며 개당 가격이 20평 아파드 1채 값(1억원이상)이다. 이 시계는 줄자체가 백금이며 다이아몬드가 곳곳에 박혀있는 보석시계다.

한편 조세형은 검거직후 경찰에서 “김모씨 집에서 훔친 유가증권 액수는 모두 8억원” 이라고 진술했으나 김씨는 피해자 이름을 이성호로 해 5억원을 털린 것으로 신고, 피해액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둑을 맞은 부자들의 행태도 때로는 경찰을 당황하게 한다. 범인은 훔쳤다고 하는데 그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우긴다.

97년 10월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동네 성북동 일대 주택가에서 재계인명록을 뒤져 범행대상을 골라 수억원 어치의 귀금속을 털은 도둑이 붙잡혔지만 피해자들이 신고는 커녕 귀금속을 찾아가지 않아 경찰이 애를 먹었다. 당시 범인은 장물을 경찰서 인근에 묻어둔뒤 경찰에 알리기도 했으나 장물을 찾아간 사람은 별로 없었다.

IMF직후인 같은해 12월에는 고급주택가에서 빈집만을 골라 미화 6만달러 등 7억여원을 털은 절도범이 붙잡혀 모두 18건의 범행을 자백했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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