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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말썽] 부실덩어리 "이러다 몇푼이나 남겠나"

교통안전기금은 도로교통안전협회기금의 줄임말 같다. 업무성격상 혹 그렇게 보이지만 담당부처가 틀리다. 교통안전기금은 건교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도로교통안전협회기금은 경찰청이 관리하는 도로교통안전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문화부의 문예진흥원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걷는데 이와 유사한 도서관 및 독서진흥기금이 문화부 안에 또 있다.

농림부에는 이런 닮은꼴 기금이 다섯이나 된다. 농촌진흥청은 종자, 농어촌진흥공사는 농지관리, 축협은 축산발전, 임협은 산림개발이란 이름으로, 농림부는 농수산물가격안정이란 기금을 각각 갖고 있다. 유달리 많은 농업부문을 위한 기금은 농업산학협동 농약관리 양곡증권관리 잠업진흥기금까지 포함 무려 9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금제도는 61년 예산회계법 개정때 처음 도입돼 모두 76개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97년 50억원이 처음 조성된 여성발전기금을 포함 38년동안 해마다 2개씩 생겨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인한 유사기금만 28개로 그 기능은 12개에 지나지 않는다.(표 참조)

내부심의만으로 기금운용가능

정부 각 부처가 특정사업을 이유로 만든 기금은 규모면에서도 45개 기금의 3조8,000억원이었던 80년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늘어났다. 작년말 기준 운용규모는 126조원에 조성액은 210조원에 달했다. 210조원을 모아놓고 이중 126조원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공공기금과 공단이나 공사의 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기타기금은 각 38개씩, 61조4,000억원과 64조5,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몸집이 커진 이유는 정부 각 부처가 국회심의를 받는 일반예산과 달리 외부의 간섭없이 내부 심의만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까지 낙하산 인사나 퇴직공무원의 자리보장용도 있어 공무원증가율을 상회하는 인력증가로 경쟁력 없는 대표적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97년말 환란으로 인한 구조조정 직전까지 36개 관리기관에 2만5,000명이 근무해왔다. 비효율적조직에다 기금의 종류가 복잡하고 각종 자금 등이 중복되다 보니 운용의 투명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비록 기금이 63억원으로 영세하지만 운용액중 사업비 지출은 8%에 불과한 노동부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기능장려기금 처럼 직원들 봉급주는 역할만 하는 곳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진흥기금이나 노동부 진폐기금은 출연금이 수억원에 그치거나 기금적립액이 적어 추진사업은 이름뿐이다.

교통안전기금은 기타기금에 속해 정부의 출연기금 없이 법률에 의한 민간부담금, 즉 법정부담금이 100% 수입원이다. 출고차 한대당 4000~5000원을 자동차 제작사에서, 차주에게는 자동차 검사료 1만여원을 거둬들이는 데 이 기금을 관광케이블TV에 투자했다가 90억여원을 손해봤다. 마찬가지 준조세인 법정부담금이 수입원인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자회사 스포츠TV도 매 한가지다.

복잡한 재정체계, 통제 사실상 불능상태

그래서 기금운용에 대한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는 개혁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정부투자기관을 제외하고는 통제기구 조차 없는 상황이다. 91년 기금관리기본법이 제정돼 재무부_재경원의 예산실, 지금은 기획예산처에서 통제를 하고는 있으나 재정체계가 워낙 복잡해 사실상 통제를 벗어나 있다.

기획예산처는 기능중복 기금을 중심으로 20개 내외의 기금을 통폐합키로 했지만 개별부처의 극단적 이기주의로 원칙만 유효한 실정이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고려한 경제논리가 파워게임식 정치논리에 밀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내에서는 힘없는 부처의 기금은 없어지고 힘 있는 부처의 기금만 남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노후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의 꽃으로 불리는 연금도 우리 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의료 산재 고용보험과 함께 국민복지를 위한 4대 사회보험제도중 하나인 연금이 운용잘못으로 최근까지 재정의 불안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연금은 현재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4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부실운용으로 국민연금은 2033년, 공무원연금은 2007년, 사학연금은 2019년에 재정이 바닥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와 있고 군인연금은 73년부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가입자가 불입한 원리금보다 2~5배의 높은 연금을 받도록 급여수준을 높여놓은 때문이란 분석에 따라 그동안 부랴부랴 반대조치를 취해왔다.

60년 가장 먼저 도입된 공무원 연금은 93년 처음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자 2년뒤 연금지급 연령을 신규 해당자의 경우 60세로,비용부담률도 5.5%에서 6.5%로 높였다. 63년 시행된 군인연금은 가입자의 평균연령이 45세 정도로 낮은 탓에 10년뒤부터 적자가 발생, 매년 수천억원씩 국방비에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국민불신이 연금제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

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은 95년 농어민, 99년 4월1일 1,000만 도시자영자에까지 확대, 전국민 연금시대로 들어갔다. 그러나 임금의 10%를 보험료로 내고 20년을 가입하면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저부담_고급여 원리로 설계돼 10년만에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개선안이 마련됐다. 핵심내용은 연금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까지, 보험요율도 9%에서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급여는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70%에서 60%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운용에는 연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정부탓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작년까지 적립금이 총 37조원을 넘어선 연금을 쌈지돈 쓰듯 해왔다. 지난 10년간 1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가 싼 이자로 빌려주도록 해 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현재 환란과 보험료 산정시비로 농어민의 보험료 체납률은 40%에 이르는 반면 일시불 연금지급을 요구하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이 연금제의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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