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굵직굵직한 세계 정치지도자들도 웃음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부적절한 관계’ 의 실상이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공개돼 이를 빗댄 유머가 시리즈로 나왔고 롤랑 뒤마 프랑스 헌법위원장은 ‘섹스 로비’ 를 받은 사실이 폭로돼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각국 지도자들의 스캔들이 주는 웃음은 호쾌하게 내지르는 파안대소라기보다는 야유나 조롱, “겉으로는 온갖 똥폼을 다 잡더니 뒤로 하는 짓이라곤…” 하는 식의 비아냥거림, 또는 어처구니없어 하는 실소같은 것이다. 언어로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에서 특정한 사건으로 터져나온 이런 웃음거리들을 모아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지퍼게이트’

백악관 인턴 직원이던 모니카 르윈스키(25)와의 성추문은 세계 정치지도자 스캔들 가운데 압권.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보고서는 만남에서 10차례의 성행위와 약 15회의 폰섹스 등 18개월동안의 두사람 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특히 클린턴이 백악관 집무실 맞은편 서재에서 르윈스키와의 성접촉중 시가를 그녀의 은밀한 곳에 넣었다가 입에 물고는 “맛이 좋군” 이라고 한 것과 르윈스키가 입에 박하사탕을 넣은 채 오럴섹스를 제공한 내용 등은 구체적 묘사가 지나쳤다고 해 세간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사람은 95년 8월 ‘눈맞춤’ 으로 시작돼 ‘성희롱’ 으로 발전했고 마침내 같은 해 11월 ‘오럴섹스를 포함한 육체적 애무’ 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스위티’ (Sweeti) ‘핸섬’ (Handsome)이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10대들의 사랑놀음처럼 선물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 보고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스타에 열광하는 젊은 여성의 권력자를 향한 일방적 관계’ 라고 묘사하고 있다. 르윈스키에게는 사랑이었을지 모르지만 클린턴에게는 불장난에 불과한 것이었다.

클린턴의 여성편력은 르윈스키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폭스TV가 스타 보고서 공개후 보도한 화면에서 93년 조깅복 차림의 젊은 여성을 서재로 데리고 들어간 장면이나 97년 12월 어느 토요일 르윈스키가 백악관을 찾았으나 경호원들로부터 ‘대통령이 다른 젊은 여성과 함께 있다’ 는 말을 듣고 문적박대당한 사례에서보듯 ‘제2, 제3의 르윈스키’ 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클린턴은 또 르윈스키에게 “마흔살이 되기전까지 수백명의 여자와 함께 했으나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생활에 충실해 왔다” 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고교 동창으로 고교시절부터 30년간 간헐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돌리 카일 브라우닝, 12년간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한 제니퍼 플라워스, 아칸소 주지사 시절 정부였던 수전 맥두걸, 91년 호텔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폴라 존스 등이 포함돼 있다.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의 ‘늦바람’

클린턴의 탄핵심의를 책임지고 있는 하이드(74·공화) 위원장은 지난 65년부터 세 자녀의 어머니인 12세 연하의 미용사와 간통해왔다. 두 사람은 미용사의 남편이 하이드의 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때까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같은 사실은 클린턴에 대한 탄핵 여부 심의중에 인터넷 온라인 잡지 ‘살롱’ 이 두사람의 다정했던 사진과 함께 폭로해 정치적 흑막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4번째 장가

자수성가의 신화를 창조한 슈뢰더(54) 총리는 네번이나 아내를 바꿨다. 이를 두고 정치적 야심을 위해 네번이나 결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난한 세탁공 어머니 밑에서 유복자로 자란 그는 좌파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 고교 친구였던 가난한 에바 슈바흐와 결혼했고 사민당(SPD)에 입당한 뒤에는 정치운동의 동료인 안네 탄셴마흐가 아내였다.

의원 당선 뒤에는 오랜 혼외관계 끝에 84년 딸 둘이 딸린 기혼녀였지만 슈뢰더의 정치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한 힐트루트 함펠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선거전이 본격화한 지난해말 세번째 부인 힐트루트와 이혼한 지 채 한달이 안돼 20년 연하의 정치담당 잡지기자 도리스 쾨프(35)를 네번째 아내로 삼았다. 두 사람은 97년 만나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 대학교육을 받지않고 빌트지의 본 특파원으로 활약하기도 한 도리스는 슈뢰더의 이미지를 관리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롤랑 뒤마 프랑스 헌법위원회 위원장의 ‘섹스 로비’ 설

뒤마 위원장은 91년 외무장관 당시 대만 무기수출과 관련, 국영석유회사 엘프로부터 ‘섹스로비’ 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뒤마의 정부였던 크리스틴 드비에 종쿠르(50)는 자신이 무기판매를 위해 로비스트로 뛰었던 과정을 자서전 ‘공화국 창녀’ 에서 자세히 폭로하고 있다. 크리스틴의 임무는 프랑스 정부내 무기수출금지론자들을 설득하는 것. 대만에 프리깃함 6척을 팔려는 톰슨사가 광범위한 국제로비망을 갖고 있는 엘프사에 중개 브로커 역할을 맡겼고, 엘프사는 6,600만 프랑을 크리스틴에게 쥐어 주며 뒤마 당시 외무장관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지적했다.

뒤마는 평소 미모와 화술에 호감을 갖고 있던 크리스틴의 ‘육탄공세’ 에 맥없이 무너졌다. 뒤마가 무기수출에 도장을 찍은 이후에도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랜 기간 관계를 지속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 섹스관련 괴문서

하시모토 전 일본 총리는 자민당 총재 취임 이후 끊임없이 여성 관련 스캔들에 시달려 왔다. 95년 취임 직전 ‘하시모토와 13인의 여성’ 이라는 괴문서로 시작된 그의 스캔들은 긴자(銀座)의 한 호스티스가 ‘관계’ 를 폭로하고 튀김집 여주인과의 관계도 입방아에 오르는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중국 여성’ 스캔들은 96년 불거져 나온 이래 지금까지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월간 쇼군(諸君) 6월호는 하시모토 총리와의 ‘오랜, 그리고 깊은 관계’ 때문에 이혼한 문제의 중국 여성(45)을 소개했다. 쇼군은 이 여성이 88년 교제 시작 당시 중국 위생부 소속 통역이라는 직함 외에 베이징 공안국 국제처 정보요원이었음을 중국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냈다. 이 잡지는 또 일본이 당시 26억엔의 정부개발원조를 주어 장춘(長春)시에 베춘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짓도록 한 것도 전적으로 하시모토의 배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출신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

‘영화배우에서 국가지도자’ 로 등장, 2004년까지 필리핀을 이끌 에스트라다대통령은 그동안 주벽과 도박, 문란한 사생활 등으로 ‘정치 이단아’ 라는 말을 들어왔다. 특히 부통령 시절인 94년 마닐라에서 미스 유니버스대회가 열리자 미스 콜롬비아를 찍어 “그녀가 나를 택한다면 마누라를 버리겠다. 안하겠다면 암살하겠다” 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호색한.

대선기간에 그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나는 둘 다 섹스문제가 있으나 클린턴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반면 나는 해결했다” 고 자랑스럽게 떠벌이기까지 했다. 그는 유세기간에 한때 간통한 사실까지 자인하고 사생아를 돌보아왔다고 당당히 공개하기도 했다.

서로 배가 다른 8남2녀를 둔 에스트라다는 적자 서자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궁 주변에서 자녀들을 함께 기거시키고 있다. /김혁·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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