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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도풍' 확산이냐 소멸이냐, 기로에

정국에 도풍(盜風)주의보가 내려졌다. 인천구치소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이 도풍의 규모는 A급. 도풍은 한나라당을 통과하면서 위력이 한층 더해져 정부·여당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주 정치기상특보는 온통 도풍관련 사항으로 차고 넘칠 것 같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들어서 고관집 도둑사건과 관련해 연일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절도범 김강룡이 주장한 내용중 일부만 사실로 드러나도 정권은 도덕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유종근전북지사의 서울관사에서 12만달러를 훔쳤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유지사는 대통령 경제고문이자 IMF국난극복과정에서 김대중대통령을 도와 외환위기 극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인사다. 그런 그가 막대한 액수의 달러를 빼돌렸다면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안의 폭발성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현정권의 도덕불감증과 부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규정, 파장을 최대한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가동중에 있고 이번 주에는 국회 상임위 활동 등을 통해 여권을 압박한다는 방침.

한나라당은 무엇보다도 검찰과 경찰의 사건 축소·조작의혹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회 법사위와 행정자치위 소집을 요구해놓고 있는 것은 이 맥락. 한나라당은 “사건의 은폐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지검은 더 이상 수사할 자격이 없는 만큼 대검 중수부나 강력부가 수사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작업이 미진하면 국정조사권 발동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돈의 출처·용도에 대한 충분한 해명 뒤따라야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한편으로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점차 반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사건 초기에 매우 당황했지만 김씨의 주장중 일부가 허위일 가능성이 농후하자 한숨을 돌리며 역공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김성훈농림장관집에서 그림 등을 훔쳤다는 김씨의 주장에 신빙성을 의심케하는 정황들이 속속 제기되자 “이제 한나라당이 책임질 차례” 라며 역공을 퍼붓고 있다.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전과 12범이자 마약상습투약으로 정신이 헷갈리는 절도범의 말을 믿고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도둑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며 춤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도풍이 실제로 정부여당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지는 절도범 김강룡 주장의 신빙성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핵심관건은 유지사의 서울 관사에서 12만 달러를 훔쳤다는 주장의 사실여부다. 달러가 든 007가방을 훔칠 당시에 대한 김씨의 상황진술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김씨가 달러를 쓰고 다녔다는 유흥업소종업원들의 증언도 나와 의구심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유지사는 서울 관사에는 1달러도 없었다며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김씨가 달러를 쓰고다녔다는 증언자체는 유지사의 서울관사에서 거액의 달러를 훔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필요충분조건은 못된다. 김씨가 다른 부유층 집에서 달러를 털어 사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김씨가 마약복용자라는 사실이 그의 주장의 신빙도를 떨어뜨린다. 마약중독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히로뽕 중독자들이 약물 투약을 중단하면 과대망상증이나 피해의식, 정신분열증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사소한 것도 과장되고 표현하고 우쭐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씨의 주장이 대부분 허위로 밝혀지면 이 사건을 쟁점화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된다. 정신이 성하지않은 전과 12범의 도둑 말을 믿고 이를 정치공세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에게는 명예훼손혐의 등으로 민형사상의 책임도 따른다.

하지만 유종근지사의 경우 달러부분에 대한 결백이 밝혀진다하더라도 3,500만원의 현금다발을 관사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곤란한 지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출처와 용도를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해명이 된다면 물론 별문제다.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도풍의 풍향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누구에게로 향할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같다.

이계성·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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