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개혁' 소용돌이에...

04/28(수) 08:03

한나라당에 전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회창총재가 ‘제2창당’을 천명하며 개혁의 칼날을 빼들자, 물밑에서 잠행하던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이총재가 독주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면서 반발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총재의 친위세력으로 자리했던 수도권의 일부 초·재선의원들마저 “이총재의 당개혁 구상에 알맹이가 전혀 없다”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이총재가 당개혁의 화두를 던진 것은 무엇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16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당의 얼굴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16대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16대 총선의 대차대조표는 차기의 기약을 가늠하는 결정적 변수라는 점에서, 이총재의 당개혁 드라이브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이총재의 개혁의지는 옹골찰 수 밖에 없다.

“바꿀 수 있는건 다 바꾸겠다” 결연한 의지

이총재는 먼저 “시대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진 엘리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할 것” 이라고 여권의 ‘수혈론’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중산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 태어남은 물론,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과 21세기 비전 실현을 위한 중장기적 국정과제들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정치를 정책경쟁 정치로 바꿔 나가겠다”는 다짐도 내놓았고, “필요하다면 당명개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한 핵심측근은 “이총재의 당개혁 구상은 ‘선진정치 실현’을 골간으로 하고 새로운 가치·세력·시스템 이라는 3대 각론으로 짜여져 있다” 면서 이총재의 ‘그랜드 디자인’을 펼쳐 보였다.

“선진정치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치구조를 가리킨다. 새로운 가치는 법과 원칙이 존중되고 합리성과 국민대통합 당내민주화로 압축되고, 새로운 세력은 새 밀레니엄과 궁합을 맞춰 시대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21세기형’ 정치세력을 뜻한다. 또 새로운 시스템은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타파, 생산적인 정책정당의 모습을 담는다”

이총재의 ‘실험정치’는 이미 소리없이 시작됐다.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일절 손을 내미는 법이 없다. 당내 일각에서는 “정치는 돈인데,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손가락질을 해대지만, 이총재는 눈도 깜짝 하지 않는다. 한 고위당직자는 “이총재는 새 인물을 영입하거나 공천시 자기사람을 심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것” 이라며 “당내 공식기구를 통한 공천으로 비주류의 반발을 무마시키면서 계파나 지역안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총재가 자기사람을 심는다는 오해를 살 경우 비주류의 계파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못박은 뒤, “누구나 인정하는 인물이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공천 독식하겠다는 저의” 의심의 눈초리

하지만 당의 체질을 일신하려는 이총재의 전도(前途)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오랜 잠행을 끝내고 이총재의 당개혁 구상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노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이총재의 제2창당론은 16대 총선에서 공천을 독식하겠다는 저의가 다분하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비주류 중진들은 여권 핵심인사및 타계파 수장들과의 연쇄접촉 등을 통해, 이총재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위한 워밍업에 이미 돌입한 상태이다.

김윤환 전부총재는 이총재의 제2창당론에 대해 겉으로는 이러쿵 저러쿵 말을 않지만, 그의 행보는 분명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최근들어 국민회의 김영배총재권한대행, 김상현고문, 정균환사무총장 등 여권 핵심부와 잇단 골프회동을 갖고 있는가 하면, 대구·경북(TK)지역을 중심으로 신당창당설을 뿌리고 있는 5공인사와도 두루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지역구인 구미시민들에게 4만여통의 서한을 보내, “이제부터는 당당히 목소리를 내겠다”며 본격적인 활동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한동 전부총재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그는 이총재의 당운영 방침을 겨냥, “당에 대해서 할 얘기가 너무 많다” 면서 “소선거구제가 유지되고 공동여당의 연합공천이 이뤄지면 당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과 강원권 등에서 참패를 면치 못할 것” 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전부총재는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순명예총재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조명예총재는 이총재가 제시한 새정치 플랜에 대해, “중요한 것은 개혁의 내용” 이라면서 “필요성은 인정하나 개혁을 구체화하기 전에 당명개정부터 시사한 것은 집은 수리하지 않고 문패부터 바꾸겠다는 것” 이라고 깍아내렸다.

노골적 ‘반이 움직임’ 잠재울 정치력 발휘해야

특히 조명예총재는 23일 김윤환 전부총재와 전격회동,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측근들은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당안팎의 각종 현안에 대해 1시간여동안 얘기를 나눴다” 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총재의 당운영 방침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이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점을 들어, “‘반이회창 전선’ 구축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기택 전총재권한대행 등 구민주당계도 입이 많이 나와 있다. 이총재가 밝힌 16대총선 대폭 물갈이 발언이 이전대행 계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확신’ 에서다. 이전대행은 이와관련, “우리(KT계)의 능력에 따라 합당당시 지분(30%)보다 더 받을 수도 있고 덜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해, 수 틀리면 집단행동도 불사할 뜻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경기 출신의 김문수의원 등 일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도 “한나라당이 영남지역당이라는 색채를 벗고 획기적이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때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 이라며 이총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반발이 이총재 체제를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만, 권력구조문제와 선거구제 등 숱한 난제를 안고있는 이총재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총재가 어떠한 정치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성호·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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