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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영국 '다양성'의 힘

영국코미디‘웨이킹 네드’가 상영중이다. 아일랜드 한 섬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복권에 관한 기발하고 재미있고 그러면서 따뜻한 이야기다. 독일 댄스테크노 무비‘롤라 런’도 곧 우리에게 선을 보인다. 애인을 구하기 위해 20분안에 10만 마르크를 구해 달려가야 하는 한 여자의 숨가쁜 이야기다. 둘 다 저예산영화(200만달러 정도)이고, 젊은 감독의 작품이다. 영국의 커크 존스는 CF감독으로 이제 영화에 데뷔했고, 피아니스트이자 대중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독일 톰 티크베어는 ‘롤라 런’이 세번째 영화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선 겉모습부터 보자.‘웨이킹 네드’는 순박하다. 작은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인간관계속에서 영화는 이뤄진다.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가슴까지 울리는 아일랜드풍 음악. 반면‘롤라 런’은 감각적고 도시적이다. 잠시도 쉬지않은, 롤라의 날카로운 고함소리처럼 거슬러 귀막고 싶은 빠른 댄스테크노음악. 비디오, 애니메이션, 사진에 점프컷, 핸드헬드카메라를 뒤섞은 영상.

‘웨이킹 네드’는 공동체적이다. 복권사기극에 동참한 마을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치와 철학과 자세를 읽게 한다. 거기에 무슨 특별한 영화적 장치나 테크닉을 구사하지 않는다. CF감독 출신이란 사실을 영상스타일로 떠벌리지 않는다. 영화의 정서에 순응하듯 카메라는 움직인다. 유쾌하고 아름다운 감동은 기발한 시나리오에 있다. ‘롤라 런’은 정반대.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들은 그냥 세기말을 사는 불안하고 반항적인 젊은이다. 그 불안과 반항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강렬하고, 급박하게 드러내는가에 열중한다. 카메라도 롤라도 요동을 치고, 충돌하듯 질주한다.

결말의 느낌도 극과 극. 같은 해피엔딩이지만 죽은“네드를 위하여”라며 하늘을 향해 잔을 높이 쳐든‘웨이킹 네드’에는 인생의 향기가 느껴진다. 세번의 시도끝에 롤라와 마니 둘 다 죽지않고, 10만 마르크의 돈까지 생기는 ‘롤라 런’은 현실과 삶이 아니라 그저 건조한 영화속 가공의 인물로 사라져 버린다. 테크닉과 스타일과 이미지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이렇게 길이 다르다. 소박하고 다양한 전통과 정서를 부정하고 파괴하기 보다는 그위에서 상상력을 펼쳐 자기방식대로 새로운 길을 찾는 영국영화. 자기를 파괴하고 부정하는 것이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하는 독일영화. 영국은 할리우드가 만들지 못하는, 만들지 않는, 그러면서 보면 좋아할, 팔 수있는 영화를 만들고 독일은 “형식은 비정통적인 테크닉에 찬사를 보내는 미국, 내용은 독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침묵의 방’의 독일 감독 다니 레비는 “기술은 돋보이나 주제를 드러내는 힘, 표현력이 없다”고 했다.

최근 독일의 젊은 영화들은 반항- 파괴 질주- 죽음을 획일적으로 따라간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지만 ‘노킹 온 헤븐스 도어’‘밴티트’‘롤라 런’은 하나의 영화다. 그들은 이것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리라 착각한다. 그 돌파구가 다름 아닌 그들의 잠재의식속에 숨어있는‘나치즘의 부활’이 아닐까 하는 섬뜩한 느낌도 든다.‘롤라 런’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단조로운 드럼소리가 마치 나치시대 선동소리처럼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반항의 기재로의 애니메이션의 삽입은 이미 우리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감독 장선우)에서,‘만약’이란 가정에서의 같은 상황의 반복과 그에 따른 변화는 할리우드‘리트로 액티브’‘슬라이딩 도어’의 모방이다. 이것이 여국과 독일영화의 차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일영화가 외면당하는 이유다. 문화와 예술은 하나의 색깔로만 될 수 없다. 어느날 갑자기‘유아독존’할 수있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이대현·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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