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힘겨루기] 검찰 "어, 이게 아니네"

05/12(수) 13:53

“어, 이게 아니네.” 경찰의 수사권독립 추진 움직임에 대해 과거의 선례를 생각하며 느긋해 하던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법무부가 7일 ‘경찰 수사권 독립 절대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을 계기로 검찰이 공식대응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선제공격에 초기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즉각적인 대응이 국민들에게 검찰과 경찰 두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고, 자칫 경찰의 논리에 말려들 가능성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이 검찰과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수사권 독립을 위한 ‘여론몰이’부터 시작한데 대해 불쾌한 심사는 감추지 않았으나 정권교체기 마다 등장한 단골메뉴쯤으로 치부하려했다. 경찰이 예전의 상투적 수사권독립 요구 방식인 ‘치고 빠지기’ 수법에 따라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경찰 스스로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이 ‘수사권 없는것처럼’ 여론 호도”

그러나 김광식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지휘부가 자치경찰제와 연계해 경찰 수사권 독립문제 공론화에 앞장서는가 하면 경찰대출신 경찰 간부들이 수사권독립추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예사롭지 않게 돌아갔다. 게다가 자치경찰제에 대한 당정의 후속안들이 속속 나오자 검찰로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좌시했다간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고 더 나아가 ‘검찰권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수사권 독립 추진 움직임을 ‘검찰권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찰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자치경찰제와 ‘별개의 문제’인 수사권 독립을 제기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사실 자치경찰제가 될 경우 경찰력의 분산과 일정 직급 이하의 경찰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 경찰 내부에서는 상당한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마치 ‘검찰은 수사지휘자’ ‘경찰은 수사보조자’의 도식적 구분을 통해 경찰이 수사권이 없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이미 수사개시권과 수사권을 갖고 독자적인 수사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검찰 수사지휘를 배제시켜 ‘법적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수사지휘권행사는 견제와 균형의 문제

검찰은 검사들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경찰을 통제하거나 ‘노예’처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헌법질서’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법적통제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검찰의 법적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수사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경찰을 지휘함으로써 적법절차 준수여부를 감독하고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경찰이 스스로 물러서지 않을 경우 이번 기회에 아예 수사권 독립문제를 공론화시켜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참아왔던 검찰의 목소리도 높여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내 기류”라고 전했다. 이는 검찰이 예상밖의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로 경미한 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이 재량으로 최장 29일까지 구류처분할 수 있는 즉결심판권을 회수, 즉결사건도 검사가 지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경찰에서 수사권을 가진 사법경찰관들만 떼내 미국 FBI처럼 법무부 소속의 독자적인 수사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진동·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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