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변덕' 바닷물에 고기들 '헷갈려'

05/12(수) 15:24

우리 연근해 바다밑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올해초부터 우리 연근해에서 유례없는 난류세력이 초강세를 떨치면서 겨울어장이 급격한 혼란을 빚은 가운데 계절이 바뀌면서도 이런 이상징후들이 사그러들지 않아 바다밑 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동해와 남해에서는 한창 잡혀야 할 제철어종인 명태 조기 갈치어장은 ‘맹탕세’를 보인 반면 성어기가 봄과 가을인 정어리 삼치 오징어 전어 등 난류성 어장은 때아닌 풍어였다.

국립수산진흥원의 분석결과 지난해 12월초부터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로 북상한 쿠로시오난류가 유난히 맹위를 떨쳐 남하중인 한류세력이 속초~거진 앞바다에서 저지돼 제주도~거제도~대마도 주변과 동해남부 연안해역의 수온이 섭씨 13~19도로 높게 유지되면서 난류성 어종이 이상 밀집한 것이다.

난류 맹위, 한류성 고기 남하 못해

이에 따라 강원도 주변 황태덕장은 겨울 명태의 반입이 거의 없어 1년장사를 망쳤고 담백한 맛으로 예년 같으면 같은 크기의 고등어 가격을 배나 호가하던 삼치는 올해 사상최고의 어획량을 기록하면서 고등어 가격보다 낮게 떨어지는 기현상도 속출했다.

또 예년 같으면 2월중순부터 우리 연안을 회유하던 참다랑어는 올해는 한달이나 앞당겨 1월중순부터 남하하기 시작했고 동해안 찬물에 밀려 남해로 내려가던 오징어떼들도 고수온현상으로 남쪽으로 회유하지 않아 지난 겨울 동해에서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밤불을 밝혔다.

대표적 대중어종인 멸치어장도 이변이 속출했다. 수심 10~30㎙에서 서식하는 연안성어종인 멸치는 수온이 섭씨 15도 안팎으로 따뜻해질 무렵인 3월중순 산란을 위해 동·남해 해안선 10마일 안쪽으로 근접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15일이나 빨리 들어왔다가 갑자기 연안의 수온이 낮아져 30마일 밖으로 나가 집중 산란했다.

이렇게 되면 수심에 따라 고기잡이 방법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올해는 유난히 선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바다에서 계절이 완전 실종된 것일까?

대부분 수산·해양환경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런건 아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환경은 원래 변덕스럽다. 다만 근년들어 ‘변덕’의 횟수가 잦아지고, 고기를 잡는 사람(어민)과 그것을 먹는 사람(소비자)들의 체감환경이 종전보다 훨씬 민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바꿔 말하면 바다의 환경보다는 수요·공급과정 즉 체감환경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변화해 ‘변덕’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다.

우선 지난 2월 한일어업협정으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바다자원의 절대량이 감소했다. 연간 22만여톤에 달하던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서의 어획량이 14만9,800톤으로 5만여톤이나 줄고 향후 3년간 양국이 같은 수준을 맞추도록 합의, 절대적 어획량이 갈수록 감소하게 돼 있다.

또 일본 EEZ내에서의 조업도 양국 정부가 결정한 어획쿼터, 조업수역, 입어척수, 어선과 어구크기 제한 등 엄격한 조업조건과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등 조업상황도 몰라보게 각박해 졌다.

“보름이고 한달이고 시간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설마 물때가 되면 고기들이 다시 찾아 오겠지”라는 자연을 일터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느긋한 심성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30년간 근해 해수온도·염분 높아져

원래 ‘변덕’이 심했던 실제 우리 바다속 환경은 어떠한가. 국립수산진흥원 어장환경과팀이 최근 발표한 ‘한국근해 수온 염분 용존산소의 변동범위’와 ‘피낭류의 분포특성과 생태계 영향’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150해리까지 근해 해양요소의 최근 30년간 평균 변동범위를 조사 분석한 결과 수온이 2도, 염분이 0.3%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름철인 8월 표층밑의 수온편차가 남해 중부의 경우 2도~1.5도, 서해가 1.8도~3.5도로 나타났다. 이같은 해양환경 요소의 변동은 지구온난화에다 육상 유입수와 계절변화가 많은 연안 해역 특성 때문인데 어황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변덕의 주원인은 한반도해역을 오르내리는 해류의 이상 이동. 동해에서는 쿠로시오난류, 서쪽의 황해난류, 남해의 연안수, 동해남부의 연안냉수대 등 10여개의 해류들이 기상조건에 따라 복잡한 인과관계를 맺고 예측불허의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장환경의 민감한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어민들에게 신속히 알리지 못하는 것도 이런 ‘변덕’을 극복해내지 못하는 한계이다. 국립수산진흥원측은 현재 인공위성을 통해 표면수온을 체크, 리얼타임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으나 수심 수백미터 이하의 어장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데는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다.

어족자원 고갈이 더 큰 문제

수진원 한 관계자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연근해주변에 자원(고기)이 너무 고갈돼 있다. 그동안 너무 잡은 것이다”라며 “어느 정도 적정수준이 돼야 분석이 통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올초 우리 동해연안에서 명태 한마리 구경하지 못한 것도 엄격히 말하면 자원고갈 때문”이라면서 “사실 명태는 수심 200~500㎙에서 서식해 표층수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산만일대가 주산란기로 매년 겨울에 찾아오는데 그동안 양이 많아 우리쪽 강원도 연안까지 산란장이 넓게 형성돼 왔었는데 최근 자원고갈로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명태 성어기인 지난 2월말까지 우리나라에 수입된 북한산 냉동명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50배나 늘어난 1,617톤(72만5,000달러어치)에 달했다. 북한만 재미를 본 것이다.

국립수산진흥원 박종화(41)연구관 “지구에서 차지하는 바다의 비중에 비춰 바다의 환경변화 속도는 극히 미미하다.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현상 등 여러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반도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고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면서 “다만 수산환경을 분석하고, 고기잡이를 생계로 삼고, 자원을 먹고사는 소비자에게는 작은 변화에도 갈수록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장기적, 체계적인 자원관리에서 찾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목상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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