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이상기후, 생태계는 혼란스럽다

05/12(수) 15:30

한반도에도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계절의 지표가 흔들리고 동식물의 생태계가 교란되는 현상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매년 봄은 ‘광기의 계절’로 변해버렸다. 따뜻한 겨울덕에 일찍 찾아온 올 봄은 이상난춘까지 겹쳐 진달래 개나리 같은 봄꽃 개화시기는 물론 개구리 뱀 등의 동면기간이 최고 보름이상 앞당겨졌다.

기온변화에 민감한 조류와 곤충류 생물들은 혼란을 느끼고 이전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취하고 있다. 지난 2일 낮 서울 종로 강북삼성병원 근처 주택가에 수천마리의 벌떼가 날아들어 대피소동이 빚어졌다. 이상고온 현상이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 벌들의 분가를 촉진시킨 게 원인이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의학계는 이상절기가 사람에 스트레스로 작용, 생체리듬과 호르몬 분비의 이상과 비타민 결핍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돼 질병 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보건당국은 계절마다 전에 없던 질병이 잇따라 발생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전국에서 모두 19건의 집단 식중독사고로 1,0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결혼식과 수학여행이 집중돼 있는 시기에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 급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올들어 제2종 법정전염병인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가 51개 초중고에서 217명이 발생, 일부학생은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3월말 66명에 비해 한달사이 3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예외없는 한반도

그동안 한반도는 기후변화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안심지역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장기간 계속된 황사현상, 계절마다 반복되는 이상고온, 게릴라성 폭우 등과 함께 생태계 이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이헌석씨도 “서울 도심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벌떼 소동이나 독사출현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해프닝 보다는 종의 멸종이나 해충의 기승이 생태계 문제의 핵심이라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매년 2월15일~5월15일과 11월1일~12월15일을 기해 서울등 23개 지역에 산불조심 경계령을 내린다. 그러나 작년 12월15일 이후에도 이는 해제되지 않은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강의 결빙일수도 1920년대 60일 정도에서 90년대 들어서 6~7일로 격감했다.

이처럼 따뜻한 겨울은 내한성 수목류를 저위도와 해안 한계지로 부터 후퇴시키고 있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20년 동안(73~92) 한반도의 연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상승했고 이로인해 남서·남부해안과 동해안 남부지역은 겨울이 없는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연례보고서에서 2000년까지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동식물 2만5,000여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반대로 미 캘리포니아와 한국 호주 헝가리 등지에서 모기 파리 벼멸구 메뚜기와 구더기의 이상증가가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실제 10월까지 극성을 부리는 ‘철모르는’ 모기에 의해 밤잠 설치는 일이 많아지고, 군은 97년 1,156건을 최고로 점차 줄어고는 있지만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와 매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에 적응 못한 종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해충은 창궐한다는 예상이다.

교란되는 생태계

임업연구원이 5월10일을 기준으로 3년간 강원도 계방산 해발 800㎙지역의 신갈나무 상태를 조사한 결과 96년에는 잎이 나오지 않고 겨울눈이 막 트는 단계였다. 그러나 97년에는 눈이 터서 잎이 3.12㎝까지 자랐고 98년에는 9.7㎝로 잎의 생장이 완결됐다. 신초(새로 나온 줄기)는 12.5㎝나 됐다. 복장나무와 분비나무도 비슷한 생태를 보였다. 이는 기온 1도 상승으로 5~7일 정도 잎 이 나는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엘니뇨가 오면 개화가 1~2일 늦어지고 라니냐가 발생하면 3~4일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 영향이 있던 올해도 개나리 진달래는 평균 1~2일, 벚꽃은 2~3일 일찍 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변화가 심해지면 성장시기를 맞추지 못해 적응에 실패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나는 종이 생겨날 수 있다고 임업연구원 임종환박사는 말한다. 비근한 예로 엘니뇨에 따른 고온현상으로 봄이 실종됐던 작년, 아까시나무의 개화가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로인해 5월초 남부지방에서 시작해 아까시 나무 꽃을 따라 북상하는 양봉업자들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전북 경남 경북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잣나무 고사도 같은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과거 드물던 잣나무 고사는 잎이 쳐지면서 누렇게 된 다음 말라죽는 현상이다. 임원연구원측은 병해충과 토양조건 등 직접적으로 고사를 초래할 뚜렷한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이 지역 동절기 기온이 월평균 1.4~2.4도, 최고 3.3도가 높았고 강수량도 37~136% 더 많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잣나무가 남방한계선에 인접한 이 지역에서 겨울이 고온다습해지자 생리적 스트레스로 쇠약해졌고 이때 천공성 해충이 침입, 고사했다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동물생태

동물은 기후보다 인위적 환경변화나 서식지 파괴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그러나 다소 논란은 있지만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박사는 여름철새인 뻐꾸기와 왜가리가 겨울에 남부지방에서 더이상 남하하지 않아 텃새가 됐다고 한다. 남방계 여름철새가 기존 북방한계선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보고 되고 있다.

또 최근 설악산 나비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67년에 비해 97년에 출현빈도가 감소하는 종수가 1년에 3~5세대를 거치는 나비류(제비나비 외 3종)보다 1~2세대를 거치는 나비류(모시나비 외 5종)가 더 많았다. 같은 기간 출현빈도가 증가하는 종은 반대로 3~5세대를 거치는 나비류가 많았다. 학자들은 환경변화가 심할 경우 다세대를 거치는 종이 적은 세대를 거치는 종보다 적응력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한 연구는 3도 상승시 나비류의 발생시기가 2~3주 앞당겨지고 이중 일부는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개화시기 변동과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다른 연구에선 영국내 양서류가 17년동안 연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자 연못에 출현시가가 9~10일, 조류의 부화일은 25년사이 9일 빨라졌다.

벼농사 타격, 식량난 올 수도

‘하늘이 짓는다’는 농사는 기후변화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기상재해가 인간에게 주는 직접적인 피해는 식량난이라고도 한다. 세계농업기구(FAO)에따르면 전세계 식량보유고는 과거 120일 정도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었 으나 엘리뇨의 가속화를 60일 정도로 급갑했다. 이는 기후변화라는 직접적인 이유 외에도 생태계 교란에 따른 병충해의 증가 등에 기인하고 있다.

그동안 벼 생육기간중 기상이상은 80년과 90년 반복된 냉해와 94년 고온과 가뭄, 98년의 이상기온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벼농사는 통상 5월에 이앙을 끝내고 9~10월 수확하는데 작년 이 기간중 평균기온은 섭씨 22.7도로 예년보다 0.7도가 높았다.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121시간 적은 800시간이었고 97년에는 166시간이나 부족했다. 우리 기후에 잘 적응한 벼농사에 이같은 기후변화는 농업생태계, 농업생산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또 현재 1도가 상승한 한반도 연평균기온이 다시 1도가 더 올라가면 강원 충북일대의 고랭지 농업은 사라지게 된다. 또 남부지방에서 만연하는 애멸구 끝동매미충 벼멸구 등 벼 해충 주발생지가 중부지방까지 북상하게 된다. 진딧물은 아예 월동기간이 없어지며 해충을 중간숙주로 삼는 열대성 바이러스 등 병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발달된 농업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기후교란을 막아줄 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걸음마 수준 국내연구

때문에 국내에서도 기상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연구는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있으나 수준은 아직 ‘강건너 불구경’에 불과한 편이다. 임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세계는 기상학자 환경운동가 뿐 아니라 인류의 지금까지 생활방식과 사회까지도 바꿀 수 있어 총체적 접근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디자인(계획) 단계에 그쳐 현상이 빚어져도 뒷받침하는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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