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찔리는데가 있으십니까"

05/04(화) 16:52

사상 최대 규모라는 병무비리 수사 결과에서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의 의무를 어김없이 지키기 때문일까.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김대중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개혁입법중의 하나인 ‘공직자 병역사항 신고및 공개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미적댄 것이 이를 추측케 한다. 국민회의는 병무비리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5월3일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당 8역회의를 가진뒤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병역비리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직진출은 물론 평생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병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며 “야당도 이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직자 병역공개법’은 국민회의 장영달의원 등 93명의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지난해 12월28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그동안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법안이 국회 국방위에 상정된지 4개월만에 처음으로 4월 26일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자민련 이동복소위원장 주재로 열린 26일 소위에서 발의 주체인 장영달의원만 찬성했을 뿐이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과 1급이상 공직자 및 그들의 18세 이상 아들 손자의 병역사항을 신고, 공개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병역의무 공개의무를 지게되는 대상은 입법부 328명, 사법부 113명, 행정부 6,373명 등 총 6,930명의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다.

26일 소위에서 반대의원들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자칫 병역면탈을 합리화할 수 있고 ▲위헌소지가 있으며 ▲마녀사냥식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내세웠다. 이들은 특히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불가침(제17조), 연좌제 금지(제13조) 등 조항을 들어 위헌소지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실련은 “치부를 숨기고자 하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실련은 “우리 헌법은 ‘국가안보나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근거(37조)를 가지고 있다마고 지적하고 “특히 병역이행은 국가안보와 공공복리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병역공개법안’의 내용은 헌법의 기본권 제한범위내에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하므로 위헌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직계비속의 병역기피로 공직자가 피해를 본다는 연좌제 주장도 아들이 병역을 기피했다면 그 부모가 공직에 나서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병역기피 아들 때문에 그 부모가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합법적으로 면제를 받은 사람은 그 사유를 투명하게 밝힌다면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것이고, “일반 국민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에 한해 병역이행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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