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에 재차 방북한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기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석유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과연 한반도나 주변해역에서 석유가 나올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

남한에서는 1950년대 말에 전남 해남 바닷가에서 석유탐사가 시작되었으며 이어 경북 포항에서 탐사가 이루어졌으나 석유가 생산된 적은 없다. 대륙붕에서는 1960년대 말에 석유탐사가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의 탐사작업 결과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와 컨덴세이트(초경질 원유)가 발견되어 경제성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에서도 육상과 해저에서 석유탐사가 이루어졌다. 함북 길주지역과 두만강 하류지역인 회령-아오지일대, 서해안의 청천강 어귀의 신안주 부근 바닷가등지를 탐사해 서한만에서 원유를 발견하였으나 아직 경제성을 확인하지는 못한 단계다.

이제까지의 탐사 결과 남·북한 모두 육상에서의 석유 발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한에서는 해남과 포항에서 약간의 유질물과 가스를 확인하였을 뿐 경제성 있는 석유나 가스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북한에서는 길주 지역에서 22개공, 두만강 하류지역에서 6개공의 시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다만 길주지역의 해저 연장부에 소규모의 석유 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지역과 달리 신안주에서는 약간의 석유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모두 육상보다는 대륙붕에서 석유나 가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석유 탐사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울산 앞바다의 6-1광구에서는 신생대 제3기층으로부터 여러 공에서 가스와 컨덴세이트가 발견되었다. 금년에 시추한 고래 5호공에서 발견된 가스와 컨덴세이트는 매장량이 이제까지 발견된 것들 중 가장 큰 규모인 1700억-2000억 입방피트이다. 내년에 이 매장량의 확인과 추가 매장량 확보를 위한 시추가 계획돼 있어 머지않아 생산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 동남쪽 50여㎞에 있는 이 지역에서는 이제까지 8개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시추하여 5개 구조에서 가스 혹은 컨덴세이트를 발견한 바 있다. 또한 남한에서 석유발견이 기대되는 지역은 제주도 남쪽의 대륙붕과 황해 중부 지역이다.

북한에서 석유 생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한만 지역이다. 이지역에 대한 석유탐사는 1964년에 시작됐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항공기로 중력및 자력탐사를 실시했으며 탐사 결과 해저에 퇴적분지(지반이 낮아 퇴적물이 쌓이는 곳)가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1976년에 최초로 해상 탄성파탐사를 실시하였다. 1980년에는 유고의 INA 나프타플린사 감독아래 노르웨이 지코사가 A, B광구를 대상으로 탄성파탐사를 실시했다. 1981년에 INA사가 A, B광구에 대한 광역적 연구를 수행했다. 1981년 말경 지코사에 의해 세번째 해상 탄성파 탐사가 C광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탐사자료의 전산처리와 지질학적 해석도 지코사가 수행했다.

한편 이지역에 대한 시추는 주로 C광구를 대상으로 1977년부터 1985년 사이에 9개공이 시공됐다. 1987년에 북한은 호주의 메리디안사와 서해 3개 광구의 조광권 계약을 체결한다. 메리디안사는 1989년에 1개 공을 시추했다. 1990년과 1992년에 메리디안사는 대부분의 지분을 이란과 호주 회사에 양도했다.

서한만 지역에는 석유가 부존될 수 있는 퇴적분지가 청천강 어귀의 일부 육지와 청천강 어귀-남포-황해도 장산 반도 앞 바다에 발달되어 있다. 이 분지는 안주 지구대(지반이 단층으로 내려앉은 자리에 지층이 두껍게 쌓여 있는 곳), 온천 지구대, 서해 지구대로 나뉘어 지는데 안주 지구대와 서해 지구대가 석유 부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안주 지구대는 이미 약간의 석유가 발견된 육상의 신안주 지역을 포함한다. 가장 석유 부존 가능성이 큰 지역은 서해 지구대로 위치는 남포 서쪽 130㎞ 앞바다다. 이 지역은 북한이 설정한 A, B, C 세 개 광구(그림 참조) 중 C광구에 해당한다. 이제까지 10개 공의 시추가 시행되어 그중 2개 공에서 원유가 나왔고 다른 3개 공에서는 유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한만 퇴적분지에서 발견 가능한 석유 매장량은 영국의 토페코사가 1987년에 대략 계산한 바에 따르면 3억4,700만 배럴이다. 이 보고서는 작성된 지가 좀 오래돼 최근의 탐사자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게 흠이지만, 이제까지 나온 북한 석유탐사 관련 자료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4-85년 사이에 시공한 606호 공의 중생대 상부 주라기와 하부 백악기 지층에서 하루 235배럴의 원유가 산출됐다. 이 시추공 남쪽에서 1989년에 호주의 메리디안사가 시추한 610호 공에서는 하루 425배럴의 원유가 산출됐다. 청천강 어귀의 육상에서 시추한 303호 공에서 발견된 원유는 이들과는 달리 신생대 제3기층에서 나왔고 그 근원이 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1991년에 발표된 영국학자들의 연구 결과 밝혀졌다. 따라서 서한만 지역에는 석유를 만든 지층이 최소한 2개층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이외 북한에서 탐사가 이루어진 곳은 원산앞 동한만이다. 이 지역에 대한 탐사는 1983년-1984년에 소련과 북한이 공동으로 개략적인 물리탐사를 실시한데서 비롯된다. 이 탐사에서는 주로 퇴적층의 두께와 기반의 굴곡 상태에 대한 자료를 획득했다. 1984년에 북한 전문가들이 이 지역에 탄성파 탐사를 실시했다. 1986년-1987년에 소련의 테크노엑스포르트사가 탄성파 탐사와 중력 탐사, 자력 탐사, 수심 측량등을 수행했다. 이 탐사 결과 퇴적층의 두께와 지질 구조가 밝혀졌으며, 이를 근거로 1989년-1991년에 2개 공을 시추했다. 여기서는 가스를 목표로 시추를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에서 석유 탐사가 시작된 지는 30여년이 넘었다. 그 동안 남·북한 모두에서 약간의 석유와 가스가 발견됐으나 아직 경제성있는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남한에서는 내년이면 6-1광구에서 가스의 상업적 생산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북한 서한만의 탐사 작업은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돼 남·북한이 함께 탐사 작업을 벌인다면 수년 안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모두 석유 공급을 100%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상호 협력해 석유를 개발한다면 남·북한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상호 신뢰 회복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대만이 이미 석유탐사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곽영훈·한국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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