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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유도발언] 폭탄주에 취한 '폭탄발언' 진짜인가

진실은 무엇일까?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에 대해 본인도 이를 번복하고 검찰은 물론 조폐공사측도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진 부장이 공명심에 들떠 실언을 했다고 치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폐공사의 노사분규 과정을 살펴보면 진 부장의 말처럼 불법파업이 유도된 듯한 인상이 강하게 풍긴다. 국정조사로 진실이 밝혀질지 두고 볼일이지만 조폐공사 노조의 ‘98파업일지’ 속을 들여다보면 진 부장의 말과 부합하는 정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당초 조폐공사 파업의 이슈는 ‘임금문제’였다. 강희복사장이 지난해 7월 인건비 50% 삭감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8월부터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노조는 9월1일 파업 돌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조의 파업은 합법적인 것이었다.

25년된 공장 놔두고 10년전 공장 폐쇄

검찰의 공작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때부터다.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던 사측은 9월23일 직장폐쇄를 푸는 대신 10일뒤인 10월2일 옥천조폐창을 3개월내에 폐쇄하고 경산조폐창에 통합시키겠다는 ‘구조조정’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기획예산위가 노사정 합의를 통해 조폐창 통합 시한을 2001년으로 제시한 바 있으나 사측이 느닷없이 이를 2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특히 옥천조폐창은 10년밖에 안된 시설이고 경산조폐창은 25년된 노후시설이다. 구조조정에서 어느 조폐창이 폐쇄되야 하느냐의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강사장은 진부장과 만난 사실도 없다고 했으나 파업당시 대검에 두번이나 들렀다는 검찰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공사측의 구조조정 발표로 노사분규의 이슈는 ‘임금’에서 ‘구조조정’으로 돌변했다. 퇴출위기에 몰린 노조원들은 11월부터 조폐창 통폐합에 반대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9월 파업과 달리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이 됐다. 구조조정은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공안당국의 사주를 받은 사측이 합법적인 임금 파업을 중단시키는 대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을 유도했다”며 “여기에는 공권력 투입, 노조 간부 사법처리 등의 수순을 밟아 노조를 파괴하고 구조조정도 신속히 추진해 2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 숨어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파업을 주도했다 해고된 한 노조간부는 “지난해 9월초 공권력을 투입, 만도기계 파업을 진압한 공안당국이 이번엔 공공부문의 시범케이스로 조폐공사를 타깃으로 정해 공작을 벌였다는 분석이 노동계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직장폐쇄 해재 등 석연치 않은 구석 많아

또 직장폐쇄를 해제하는 과정에서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불과 1시간만인 9월1일 오전10시를 기해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결국 노조측은 파업다운 파업을 해보지도 못한채 사측에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은 오히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공격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사측이 9월23일 갑자기 ‘아무런 조건없이’ 직장폐쇄를 해제한 것에 대해 노조측은 “이미 이때부터 누군가의 훈수에 따라 ‘구조조정’ 국면으로의 전환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후로도 사측의 노조 자극은 계속됐다. 지난해 11월말 자민련이 노사에 제시한 파업자제, 옥천조폐창 철거중단이라는 중재안을 노조는 받아들인 반면 사측은 거부, 노조가 12월11일 전면파업에 다시 돌입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달 15일 옥천조폐창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28일에는 휴업조치를 내렸다. 또 올 1월7일에는 공권력을 투입, 옥천창앞에서 기계 이전을 막는 노조원들을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노조간부 1명이 분신자살을 기도, 3도화상을 입었다. 공권력을 뒤에 업은 구조조정은 이처럼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검찰과 사측은 파업 과정속에서 구충일 전노조위원장, 강승회 현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7명을 구속하고 10명을 파면했다. 또 노조원 700여명에게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내렸다. 검찰과 경찰에 피소된 노조원도 40여명에 달했다.

결국 진 부장의 ‘실언’처럼 조폐공사는 불법파업의 진압과정을 거치면서 구조조정이 2년이나 앞당겨졌고 공공부문의 골칫덩이로 공안당국을 괴롭힌 노조는 상당 부분 무력화됐다.

<조폐공사 노사분규 일지>

_98년 7월 사측 인건비 50% 삭감안 제시

_ 8월 사측 임금 일부 미지급

_ 9월1일 오전9시 노조 전면파업 돌입

_ 9월1일 오전10시 사측 직장폐쇄

_ 9월23일 사측 직장폐쇄 해제

_ 10월2일 사측 체임 지급 대신 옥천조폐창 폐쇄등 구조조정안 전격발표

_ 11월 노조 수차례 시한부 파업

_ 11월30일 사측 자민련 중재안 거부, 노조는 수용

_ 12월11일 노조 전면파업 돌입

_ 12월15일 사측 옥천조폐창 직장폐쇄

_ 12월28일 사측 옥천조폐창 휴업

_99년 1월7일 옥천조폐창 공권력 투입, 파업노조원 연행

대전=전성우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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