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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유도발언] 三災 낀 검찰 "울고 싶어라"

검찰에 3재(三災)가 겹쳤다.

대전 법조비리·항명파동, 고가옷 로비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다시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이 취기로 했다는 ‘조폐공사 파업유도’란 한마디는 그렇잖아도 중립성을 의심받아온 검찰의 신뢰를 뿌리채 뒤흔들어 놓았다. 옷로비 의혹 사건이 일단 마무리되고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 충격을 완충하려고 안간힘을 쏟던 와중에 터진 발언은 가히 메가톤급이었다.

지난달 25일 검찰총장 임기를 3개월 가량 남겨둔 채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했던 김태정장관은 옷사건을 용케 건너는 듯했지만 이번 파문을 넘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해임으로 15일짜리 단명장관으로 기록된 그로선 화려했던 과거와 명예를 잃어버렸다.

등돌린 여론,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져

그러나 장관의 해임은 끝이 아니라 파문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번 건이 옷 로비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정권차원의 문제로 한명이 책임지는 선에서 수습되지는 않을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만에 차있는 노동계를 정면으로 자극, 연쇄파업 등 향후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될 수도 있다.

검찰로선 국정조사에서 국회의원의 입들에 안절부절해야 하고, 자칫하면 특검제까지 내줘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들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전에 없이 강하게 주장하지만 검찰은 반대로 전에 없이 대응논리가 빈약한 처지다. 검찰 자체 조직에서 빚어진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다 여론도 고가옷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을 등져버렸다.

자체수사를 한다고 해도 엊그제 상관을 ‘피의자’로 앉혀놓고 조사해야 하는 일은 양쪽 모두에게 곤혹스런 일이다. 물론 이보다 먼저 국정조사권이 발동되면 국회의원들 앞에도 서야 한다.

이 모든게 끝난다고 해도 검찰로선 여론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무엇가 자성의 목소리가 담긴 카드를 흔들어 보여야 한다. 한마디로 ‘신공안’의 주인공이 취기에 빠져 검찰을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뜨린 꼴이 됐다.

고가옷 로비의혹 수사발표 후에는 불신을 떨치기 위해 사상 초유의 검사장급 전원교체라는 ‘혁명적 인사’로 거듭나기에 대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려 했다. 또 제2사정의 신호탄을 슬슬 쏘아 올리면서 김태정 당시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씨 감싸기로 증폭된 불신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진 전대검공안부장의 발언으로 두가지는 시효가 만료됐다. 백약이라도 쓰고 싶은 검찰의 속사정이 어떠한지는 검찰권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검사들은 “올초 검찰항명 파동 때부터 검찰 수뇌부가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거취를 분명히 했으면…”하고 철지난 후회를 하거나 “검찰의 위상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이 추락해버린 상태에서 사정이라는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자조하고 있다. 국민들이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 욕하는 격’이라는 비난이 불보듯 하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개혁조치 취해야 한다”

밖에선 이런 검찰에 거듭나기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검사들도 “검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조직 안팎의 뜻을 모아 대대적인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의 안정은 개혁을 통해서만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얘기다. 개혁의 첫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말로만 하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검찰위상이 정치권 눈치보기에서 비롯됐다는 반성이고 보면 검찰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정치권과의 위상정립이랄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조직을 다잡아가고 있는 인상이다. 10일께로 예정됐던 검찰 후속인사도 인사원칙까지 바꿔 14일에야 이뤄졌다. 부부장급 이상인 사시 14~26회 300여명이 자리를 옮긴 인사에서 서울지검 부장에는 20~21회가 주력군으로 입성했고 16~17회는 재경지청장 등에 전면배치됐다. 지난번 검사장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한 14~15회 13명중 일부는 사퇴했고 나머지는 고검과 재경지청에 배치됐다.

김 전장관 때와 상황이 바뀐 탓에 신임 김정길 장관이 ‘대대적인 물갈이’ 대신 ‘무리한 인사 지양’을 선택했다. ‘현충일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지난번 인사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큰폭의 물갈이가 반복되면 조직 전체가 술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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