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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유도발언] 노동계 "이게 웬 호재냐"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시민·사회단체로 확산되면서 노사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그동안 ‘IMF 위기극복’이라는 명분에 밀려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힘을 얻게 됐다고 분석하고 강력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고가옷 로비의혹’사건과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으로 현장의 투쟁열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5월 파업투쟁의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던 민주노총은 이번 파문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4·5월 투쟁’실패로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렸던 민주노총은 9일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여는 항의집회를 연데 이어 연일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특히 조폐공사 사태를 근로시간 단축, 구조조정 철회, 구속노동자 석방 등을 관철시키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12일 서울역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협상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연 뒤 이달말께 총파업투쟁을 재개하는 것도 적극 검토중이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투쟁의 동력을 모두 잃어버려 침체한 노동운동에 예상밖의 호재가 터졌다”며 “당분간은 검찰의 파업공작에 초점을 맞추되 이달말부터는 정리해고 철폐, 근로시간 감축 등을 관철하기위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6월 투쟁 심상치 않을 조짐

한국노총도 총파업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진상규명과 함께 조폐공사 파업사태 당시 기획예산위원장이었던 진념기획예산처장을 노동관계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또 당초 예정대로 16일 오후 1시부터 5시간동안 산하 전사업장 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총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우리의 요구에 대한 성의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전 노동자들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면서 “총파업투쟁이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정부 비판에 가담하며 연대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동계의 6월 투쟁이 심상치 않은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 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노동부는 “노동계를 달랠 카드도, 압박할 명분도 모두 잃어버렸다”며 속앓이를 하고있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 “노동계가 공권력의 도덕성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상황이어서 향후 노사문제를 풀기가 쉽지않다”고 허탈해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는 구속된 조폐공사 노조간부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행위로 구속된 노동자들까지 ‘공작의 희생자’라는 주장을 펴며 석방공세를 강화할 것이 뻔해 분규시 막후중재를 해온 노동부의 개입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검찰이 서울시지하철공사파업 때도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월19일부터 26일까지 8일동안 이어진 지하철 파업은 구조조정을 둘러싼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리전 성격이 강해 조폐공사의 경우처럼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어느 때보다도 많았다. 지하철노조는 민노총의 선봉장을 자임하는 등 막강한 조직력과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올 춘투의 성패의 가늠자였다.

느긋했던 노동부 ‘속앓이’

민주노총은 이 때문에 공안당국의 적극 개입이 불가피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검찰이 파업전 공안관계기관 실무대책회의에서 ‘예전처럼 노조간부에 대한 복직허용 등 (서울시가) 어영부영하면 (우리도) 나서지 않겠다’며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예로 들고 있다. 또 공안당국은 파업 첫날인 4월19일 “지하철 노조원들이 21일 밤12시까지

현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전원 직권면직조치기로 하겠다”고 독자적으로 밝혀, 고건시장이 뒤에 “지하철공사 내규상 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공사내규는 7일연속 무단결근을 해야만 직권면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직권면직시한은 7일간으로 정정됐다.

사실 노동부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전까지만 해도 총파업 등 노동계의 무리한 강경노선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부는 “때가 되면 노사정위에 합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느긋하게 대처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의 노동부 처지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공안대책협의회에 참석해보면 노사문제를 양측의 이해대립으로 보는 노동부의 시각과 치안불안 차원의 공안문제로 접근하는 검경간의 인식차를 확인할 때가 많다”며 “정부 스스로 이번 일을 거울삼아 노동운동의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국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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