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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유도발언] 반대의견 불구, 왜 합쳤나?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는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취중발언이 어느 정도 사실이고, 어느 대목이 과장된 것인지가 문제의 출발이다.

한나라당은 진씨의 발언을 근거로 대검 중수부 이준보공안2과장이 만든 계획서와 공안대책협의회 지역회의록, 4자 고위협의회(노사정위원장, 노동부장관, 청와대복지노동수석, 국민회의 노동특위원장)회의내용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 실체, 총장 인지여부가 관건

파업유보 보고서의 실체와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이 보고를 받았는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주요한 물증의 하나다.

진씨는 이준보(李俊甫)공안2과장에게 파업유보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고 이과장이 보고서를 보관중이라고 말했다. 이과장은 그러나 “그런 지시를 들은 적도, 그런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폐공사 관련 보고서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수시로 만들어지고 폐기되며 종류도 10여가지가 넘는다.

진전부장은 “(파업유도를) 총장(김태정전장관)께 보고했더니 처음에는 잘 못알아 들으시더라”고 말했으나 검찰은 “총장께 올린 보고서철을 확인했으나 ‘파업유도’라는 말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관장들은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메모만 읽거나 구두보고를 받는 경우도 많아 언뜻 신뢰하기 어렵다.

조폐공사의 옥천조폐창과 경산조폐창의 통폐합 결정 배경과 시기등도 ‘파업유도’ 여부를 밝히는 주요한 관건이다.

지난 2월 진상조사를 벌였던 시민단체들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7월21일 공사경영진도 기획예산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폐창 통폐합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통폐합 작업이 강행됐다며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기획예산위의 통폐합 일정보다 앞당겨 이뤄졌다는 점도 들고 있다.

검찰주도 공안대책회의, 내용은 뭔가

시민진상조사단은 두 조폐창의 통폐합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600억원을 들여 최신시설을 갖춘 10년밖에 안된 옥천 조폐창을 25년의 낡은 경산조폐창으로 통합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이 경산조폐창으로의 통폐합 과정에 외부기관의 개입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사장은 “대검 공안부장과 통화를 한적도 만난 적도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단은 “강사장이 작년 12월 16, 30일 노조여성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옥천조폐창의 경산 이전 계획은) 나 혼자 결정한 게 아니다. 나는 힘이 없으며 모두 위에서 결정한 것이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조사단은 또 지난해 9월24일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10월2일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전인 9월18일 검찰 주도의 공안대책회의가 열렸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지난해 11월27일 노조원 사법처리 방침을 정한 공안대책회의 이전에 수차례 회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18일을 전후한 공안대책회의 참석자와 발언·논의내용 등이 핫이슈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경산조폐창으로의 통폐합이 영남의 지역감정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 따른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TK지역 끌어안기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진 전강력부장과 강사장이 경복고 동문인 점을 감안할 때 두사람의 개인적 차원의 채널을 활용해 통폐합 계획을 추진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4대의혹 모두” “이번 사건만” 팽팽

한나라당은 ‘고가옷 로비의혹사건’ ‘김강룡씨 고관집 절도사건’ ‘여당의 3·30재보선 50억원 사용설’ 등도 이번 국정조사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집중난타를 당할 것이 뻔한 이들 사건들을 여당이 수용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국정조사의 경우 조사대상과 범위를 놓고 여야간 입장차이가 뚜렷해 진통이 예상된다.

증인의 범위를 놓고 야당은 조폐공사 파업 당시 검찰 지휘계통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당시 김태정검찰총장, 진형구대검공안부장은 물론 김중권대통령비서실장, 박주선법무비서관, 조규향 당시 사회복지수석, 박상천 전법무, 이기호 전노동장관 등의 출석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여당도 이중 상당수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의 요구에 응한 마당에 ‘차 떼고 포떼고’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소위 ‘4대 의혹’ 사건 모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강인덕 전통일장관 부부 등 옷사건 관련자들과 유종근전북지사 등 고관집 절도사건 관련자들의 무더기 출석을 요구할 것이 뻔해 여당으로서는 협상을 통해 절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들도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을 국정조사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정조사활동에 노동·시민단체 대표 등 민간인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조사에 임하는 검찰입장

검찰은 지난 9일 오후 박순용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간담회를 갖고, 진전부장 발언의 파장과 대책 등을 장시간 논의했다. 검사장들은 회의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고, 검찰이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어떠한 형태의 진상조사 요구에도 응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물론 검찰은 지금까지 자체 조사결과 진전부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파업유도와 같은 ‘공작’차원의 보고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파업 유도’발언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우선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그동안 검찰 주도로 이뤄져 온 관계기관 공안대책협의회의 정당성 여부를 비롯해 검찰의 공안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비공안분야의 한 검찰 관계자는 “민주사회에서 합법적으로 물리력을 보장받고 있는 유일한 분야가 노동운동인데, 이번 사건은 이러한 노동운동의 존엄성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한 것”이라며 “자칫 국제노동기구 차원의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철·사회부기자

국정조사 어떻게 진행되나

통상 ‘청문회’로 불리는 국정조사는 해당 사안과 관련이 있는 국회 상임위에서 맡거나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 실시하지만 특위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특위가 구성될 경우 위원장 임명과 위원 구성비율 문제로 여야간 대립이 예상된다. 그동안의 특위는 여야 의석비율에 따라 구성돼온 것이 관례이지만 올초 활동을 종료한 ‘환란조사 특위’의 경우 야당인 한나라당이 여야 동수 또는 위원장 야당 할애 등을 요구하며 논란끝에 결국 불참을 선언, 여당만으로 운영됐다.

국정조사계획서에는 특위 활동시한, 조사위 구성, 조사목적, 조사대상과 범위,증인 및 참고인 대상 등이 포함되며 위원회가 작성한 조사계획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채택된다.

국정조사위가 가동되면 관련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관련기관 보고를 들은 뒤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시켜 증언을 듣고 활동결과를 ‘국정조사보고서’ 형태로 작성, 본회의에서 채택한 뒤 활동을 종료한다. 조사위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사안이 있으면 함께 처리한다.

황상진·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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