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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종말론] 심리적 불안이 종말론에 빠지게 한다

시한부 종말론은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고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한다. 로마 교황청이 조사한 바로는 거의 10년 주기로 종말론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역사상 수많은 시한부 종말론이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근 한국의 경우를 보면 이장림 목사가 1992년 10월 예수의 공중재림과 더불어 휴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언해 엄청난 사회적 피해를 주었다. 이에 앞서 들림교회는 1990년 예수 재림을 주장했다. 길선주 목사는 일찌감치 1929년 4월 29일 세상의 종말을 예언한 바 있다.

서양에서도 이그나티우스가 서기 3세기에 예수 재림이 임박했다고 했고 신학자 어거스틴은 서기 1,000년경에 세상이 끝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950년부터 유럽에는 종말론이 널리 번졌다. 특히 999년에는 위기감을 느낀 부자들이 죄를 용서받는 대가로 소유한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는 등 난리를 피웠다. 윌리엄 밀러는 1832년 11년 뒤인 1843년에 세상이 끝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1843년이 다가오자 광분하기 시작했고 집을 팔고 농장과 소유물을 처분하기도 했다. 여호와의 증인의 창시자 러셀은 1874년에 예수가 다시 온다고 주장해 말썽을 일으켰다.

물론 이들 시한부 종말론은 모두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이들의 주장이 다 맞았다면 세상은 끝나도 몇백번 끝났을 것이다.

하면, 이제 시한부 종말론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없을 때도 됐건만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시한부 종말론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개인이 종말론을 신봉하게 되는 이유는 그 자신의 심리적 이유만이 아닌, 사회적 또는 시대적 불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종말론에 심취하는 것은 그 개인이 처한 현실이 너무 괴롭기 때문에 이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다. 종말론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떠돌아다니지만 개인이 거기에 심취하게 되는 것은 그와 사회가 겪는 어려움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 교수는 일단 종말론에 발을 들여놓으면 자기 합리화 과정으로 맹신이 강해진다고 분석한다. “유식한 사람이건 무식한 사람이건 종말론을 접하고 일시에 이를 신봉하는 사람은 드물다. 처음에는 대개 반신반의하면서 접근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종말론을 확신하게 되는데(또는 확신하기로 결정하는데) 그때부터는 자기의 확신을 더욱 강화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고 재산을 헌납하거나 천국행 티킷을 사는 등 중대한 행동을 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이미 취한 중대한 결정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공연히 재산을 헌납한 것은 아닌가’ 등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더욱 더 종말론에 심취한다. 따라서 점점 더 자승자박하게 되고 그러한 자승자박 때문에 주위의 충고나 설득에 무감각해진다. 이러한 자기 합리화는 종말의 날이 지나갔을 때 스스로 종말을 맞는 행위인 자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양대 의대 신경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시한부 종말론이 번지는 이유로 사회적 고통을 강조한다. “사회는 억압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현세적이고 기본적인 욕망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그들을 버리고 기성 종교가 그들을 버렸을 때 그들은 불만과 허탈과 절망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들의 소망을 계속 도외시하고 기성 종교가 이를 외면하거나 해결해주지 못하는 한 사이비 종말론은 더욱 기세를 떨칠 것이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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