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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종말론] 집단적 폐쇄성이 문제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종교집단에 대해 종교계에서는 흔히 ‘사이비 종교’ 또는 ‘이단’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는 ‘정통 종교’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정통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종교적 신념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 검증으로 참과 거짓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믿으면 정통’ ‘남이 믿으면 이단’이라는 자기정당화로 번지기 쉽다. 물론 이 경우 중재도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단과 정통을 가리는 종교적 논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집단들이 가정과 직장 같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포기하거나 집단 자살 같은 극도로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데 있다.

교리상으로는 전혀 이단적이지 않은 신앙집단이 극도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예를 들어 1978년 남미 가이아나에서 900여명이 집단자살극을 벌였던 짐 존스의 ‘인민사원’은 겉으로 드러난 교리상으로는 주류 기독교 교단의 일파였다. 93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경찰의 검거작전에 건물방화로 맞서 80여명이 타 죽는 사건을 일으킨 데이빗 코레쉬의 ‘다윗파’도 개신교 교회일치운동에 적극적인 회원교단이었다.

따라서 결국 문제는 교리라기보다는 반사회적 행동(또는 행태)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는 “교리적으로 이단이라고 해도 사고를 치기 전에야 누가 감히 사교집단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느냐”며 “사교집단은 일반인으로서 교리만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그들의 폐쇄성이 중요한 판별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의 활동이 비밀스럽고 외부의 접근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밖으로 알려지지 않으므로 신앙과 실천이 불성실하게 왜곡되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사교집단의 문제는 그들의 폐쇄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한신대 종교학과 류성민 교수도 “모든 폐쇄적 종교집단이 다 사교집단은 아니지만 사교집단이 폐쇄적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종말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것을 피할 수 없다고 믿는 한, 현실도피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게 된다. 멸망의 대상이 된다고 믿는 현실세계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폐쇄적 집단의 당연한 태도이다.”

왜 이런 폐쇄적인 집단이 생겨나는 것일까?

일부 학자들은 기성 종교가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사교집단의 발생으로 기성 종교의 교세가 갑자기 줄었다거나 신자들이 사교집단으로 옮겨갔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따라서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종교계에서는 잘 준비된 포섭기술로 무장한 ‘종교 삐끼들’을 앞세운 사교집단의 치밀하고도 집요한 공격적 전도방식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폐쇄적 종교집단의 발생이 사회의 총체적 구조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대처는 좀더 거시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류 교수는 “사실 우리 사회 저변에 이웃의 불행과 아픔을 외면하거나 ‘나’밖에 모르는 지나친 자기중심주의,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 등등 폐쇄적인 구조와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이는 바로 폐쇄적인 사교집단의 출현과 표리관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감리교신학대 신학과 이정배 교수는 “우리 시대의 종말론자들은 제도화된 기성 교회에 대한 도전이자 반발의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기독교 교회는 정신적, 물질적 소외를 겪으면서 현실을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 우선 헌신적으로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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