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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종말론] 종말론, 한국도 결코 조용하지 않다

D-180.

세기말이 끝자락을 내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사회 종말론은 잠잠하다. 적어도 본격 종말론은 가시권을 형성하지 않고 있다. 가령 국제종교문제연구소에도 하루 상담건수 50여건중 종말론은 10여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문의 수준에 그친다. 가장 최근의 종교소동으로 기록된 만민중앙교회의 MBC 주조정실 검거사태도 이재록목사 개인문제가 발단이었다.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종교연구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더 우려한다. 사회적 감시망에 포착되면 여론의 검증으로 한번쯤 걸러지기 마련. 반면 지금처럼 잠복한 채면 무슨 큰 일을 벌여도 일이 벌어진 뒤에나 알 수 있다.

실은 7,8월부터가 고비다. 노스트라다무스 등의 종말예언은 이 시기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종교전문지 현대종교의 심우영부장은 현장에선 그동안 다른 정치·사회적 이슈에 밀렸나 있을 뿐 종말론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인류의 종말을 걱정하는 국내 종교단체는 얼마나 될까. 어디에도 정확한 수치는 없다. 문화관광부 종무실에 등록된 공식 종교단체 수는 360개. 그러나 문화부도 이보다는 훨씬 많다고 인정한다. 종교연구가들은 유사종교까지 합쳐 6만5,000개로 본다. 이런 차이는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제재가 없는 등 종교가 성역으로 남아 있어 그 숫자가 계산될 틈이 없기 때문이다.

반사회성을 띤 사이비단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측 자료에 따르면 불교 78개, 기독교 70개, 증산교 68개, 외래종교 40개 등 408개. 사이비종교연구가인 정동섭씨는 288개의 사이비종교가 있고 이중 78개가 기독교에서 파생됐다고 본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곳은 80~100여개, 신도수는 약 20만명. 이를 종말의 시기를 99년으로 계산하는 단체로 압축하면 50여개로 줄어들지만 적어도 수만명이 여기에 푹 빠져 있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주장이다. 그러나 제법 교세를 갖춘 종말론 단체의 주장도 혹세무민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A교파의 종말은 올 7월 시작된다. 그리고 7년 대환란이 이어지는데 이 교회의 신자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이 교파는 몇차례 종말의 시기를 조정했다. 처음대로라면 80년대 후반 지구가 멸망하고 교파의 창시자가 부활했어야 한다. 이런 종말론에 지난 1년간 1만명이 감염됐다. 이 교파는 현재 서울 본부와 전국 100여개 교회에 3만여명의 신도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B교파는 93년부터 매년 종말을 외치고 있다. 올해 종말이 오니 모든 것을 바치라고 설교한다. 그러다가 무사히 한해가 넘어가면 헌금하는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꾼다. 새해에 교회를 100개 더 세우라는 사명을 받았으니 이를 완수하면 종말이 오고 천국에 간다는 식이다. 86년 26세의 한 목사가 세운 이 교파의 주장은 전국 280개 지부에 신도는 20만명이다.

전국 350개 수련도장에 신도수 15만명을 주장하는 C단체는 2000년 정월 대보름에 종말이 온다고 한다. 이때 본당에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본당건설에 돈을 댈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참여하는 것이 영광이라는 말에 넘어간 신도들이 가족도 팽개친채 헌금을 하고 신도들간 맞보증을 서 지역 금융기관에서 문제까지 됐다. 1인당 최고 40여개 금융기관에서 수천만~수억원을 대출받은 경우도 발생했다. 이 단체는 강원도에 500평규모의 성전등을 세우고 11개의 식품·유통회사를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90여개의 교당을 둔 D교파는 종말의 날 4월이 무사히 지나가자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고 경기지역의 E교파는 2000년 종말론을 내세우고 있다. 92년 다미선교회 등 휴거론자들의 경우도 당시에는 신앙부족으로 휴거가 불발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번 종말과 휴거는 진짜라며 ‘급박종말론’으로 옮겨가 있다.

허무맹랑하기 까지 한 종말론 단체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무학자나 유부녀가 주류이고 IMF사태로 실직한 중산층과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교는 주위에서 조차 전혀 알 수 없게 1대 1식으로 행해지고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종교연구가들은 이를 99년판 종말론의 특징으로 설명하며 집단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7년 집단자살로 끝난 오대양사건이나 가까이 서울 Y교회 신도 7명이 작년 10월 강원 양양군 남대천 둑에서 순교여행끝에 집단자살한 사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종교문제연구소측은 5~6개 단체, 경찰은 20여개 단체들이 한번쯤 일을 낼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중 일부는 수십~수백명씩 외딴 시골 등에서 외부접촉 없이 극도로 폐쇄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사이비 종교를 조사 감독하는 문화부 종무실의 기능은 미미하다. 민간·종교단체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가령 기독교 계통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이단·사이비대책위의 이단선고를 받아도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교세에는 큰 영향이 없는 편이다. MBC 주조정실에 난입해 사회문제를 일으켰던 만민중앙교회에 대해 교계는 이단선고를 했지만, 신도들은 이미 교회의 영향권안에 있어 이들의 믿음까지 흔들지는 못했다.

더구나 사이비 종교라도 조사·감독기관이 없고 돈흐름에 비공개가 보장되고 문화부에 등록을 안해도 종교활동을 하면 비영리법인으로 인정, 세무당국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법인화하지 않아도 돼 자금 사용에 대해 정부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종말론을 동원해 재산헌납 등을 교묘히 강요하고, 치부하는 사이비종교의 기세가 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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